[쫌아는기자들] 패러닷, 혁신 끝났다는 카메라...'시장의 끝'에서 AI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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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장이든 끝부분이 가장 흥미롭다. 왜 시장은 그 지점에서 멈춘 것일까? 여건이 된다면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들이 많겠지만 그들은 구매하지 않는다. 이윤을 낼 수 있다면 그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려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시장은 어느 지점에선가 그냥 끝나버린다. 그리고 그 지점은 기업가 정신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언카피어블, 짐 매켈비, p53)”
스퀘어의 창업자, 짐 매켈비가 쓴 ‘언카피어블’이라는 책의 한 구절입니다. 스퀘어는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이라고도 불립니다. 음식 배달원들이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에 꽂아 다니는 카드 결제기를 만든 회사인데요. 신용카드 단말기가 널리 보급된 한국과 달리, 카드 보급률이 낮았던 미국에선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스퀘어 아이디어를 모방해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오프라인 단말기 시장에 진출했지만, 결국 승자는 스퀘어였습니다. 그래서 책의 첫 문장이 ‘갑자기 우리가 이겼다’ 입니다.
이 책은 아마존도 몰랐고, 누구도 하지 않았던 스퀘어의 역발상과 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매켈비가 말하는 ‘시장의 끝이라 불리는 지점’에서의 생각들을 모은 것이죠. 더 이상 시장 파이가 크기 어렵고, 그래서 신규 진입자도 거의 없고, 투자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 섹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곳이 아마도 시장의 끝일 겁니다. 그래서 혁신까지 끝났다는 말을 듣는 지점이겠죠
쫌아는기자들이 보기엔 카메라앱이 그런 시장입니다. 과거 유행처럼 여러 앱이 뜨고 졌고, 결국 그 성장과 열풍이 줄어든 시장. 주변에서도 카메라 앱을 돈 내고 산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패러닷은 이런 카메라 앱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패러닷이라는 이름은 시장의 끝이라 불리는 그 점(dot)을 넘어보겠다는 뜻에서 지은 것입니다. 어느날 등장한 AI 충격에 6명의 AI 비전공자가 모여 AI 사진 필터를 만들어 MAU 100만을 달성합니다. 그리고 이제 AI 기반 플랫폼을 시도합니다. 카메라 앱의 핵심은 ‘카메라’가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이라고요. 뻔하다고 생각했던 시장의 끝 지점을 돌파하겠다는 패러닷의 이야기입니다.
◇8장 만으로 내 얼굴 학습 끝난 AI, 프로필 사진 쏟아낸다
“패러닷은 AI 카메라 서비스인 ‘캐럿’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캐럿’은 사용자들이 본인의 사진 8장을 등록해 AI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매일 한 장씩 무료로 제공되며, 추가적으로 유료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요. 사용자가 리뷰를 남기거나 사진을 서비스 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AI 서비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상반신 사진을 위주로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AI 콘텐츠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고요.”
-무료로 한 번 AI 프로필 사진을 만들고 나면 다시 서비스를 사용할 동기가 사라지지 않나요.
“무료 서비스는 매일 한 장의 사진을 AI로 생성할 수 있고요, 매일 새로운 콘셉트 사진이 출시가 됩니다. 지금까지 200~300개 정도 콘셉트가 있으니까,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만들 수 있어요. 만드는 방식은 스노우나, 렌사 같은 것들과 비슷합니다. 기존 서비스들은 사진을 만들 때마다 얼굴을 새로 학습하거든요? 그런데 캐럿은 한 번 학습했던 얼굴을 기억했다가, 그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유저 입장에선 훨씬 편리한 것이죠. AI가 사진을 만들 때 걸리는 시간도 1분 정도 밖에 안 걸려요.”
-어떤 콘셉트들이 있나요. 콘셉트마다 개성이 뚜렷해야 할텐데요.
“무료는 한가지 컨셉으로 생성에 사진 한 장, 유료는 10장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했던 것이 삿포로 스냅이 있는데요. 삿포로 스냅이면 삿포로에서 스냅촬영을 한 것 같은 사진을 10장, 크리스마스 컨셉이면 크리스마스 컨셉의 사진 10장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콘셉트는 저희가 직접 만든 것들이고요. 예를 들어 내 사진을 입력하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를 만들어주는 콘셉트, 겨울을 배경으로 한 사진, 버스킹 사진, 와인바 사진, 야간 스냅이나 아이돌 콘셉트까지 각자 원하는 개성 넘치는 사진을 만들 수 있죠. 특히 이런 콘셉트들은 20대 여성분들이 스냅이나 스튜디오에서 찍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것들이고요.”
◇100만 MAU 돌파, “출시 이후 월간·일간 사용자 모두 줄어든 적 없어”
-스노우 자회사 중 에픽에서 미국 졸업사진 콘셉트로 꽤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 서비스만으로도 꽤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화제성이나 바이럴에선 에픽의 AI가 강력한 것은 맞습니다. 캐럿은 그에 비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화제성 못지 않게 모바일 서비스에선 리텐션(재방문율)이 중요하거든요. AI 프로필 사진 서비스를 사진 전엔 누적 유저가 15만 정도였어요. 지금은 누적 유저가 100만이 넘고, MAU도 100만이 넘습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캐럿의 DAU는 출시 이후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앱을 깐 이용자 대부분이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캐럿을 다시 사용하는 편이죠. 재방문율이 다른 AI 서비스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패러닷의 재방문율이 높은 이유는요?
”꾸준히 새로운 콘셉트가 추가된다는 점이죠. 리텐션의 경우 매월 AI 사진 생성 요청 건수가 약 600만명이니까, 한 명의 유저가 한 달 평균 6장의 AI 사진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는 것이고요. 처음엔 ‘오늘의 무료 사진 AI’ 처럼 무료 사진 콘셉트에 제약을 뒀었지만 이젠 유저들의 꾸준한 이용이 검증됐으니 제약을 대부분 풀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무료 콘셉트를 사용하기 위해 재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유료 서비스 이용률 성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다른 수익 모델은요?
”광고 매출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광고 매출과 유료 사진 매출의 비율이 50대50 정도 됩니다. 광고 매출의 방식도 두가지가 있어요. 한가지는 리워드 광고인데요. 캐럿 내에서 광고를 시청하고, 그걸로 포인트를 모아 유료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패러닷이 직접 만드는 AI 프로필 사진, 예를 들어 최근엔 롯데월드 프로필 사진을 했어요. 롯데월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AI가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패션브랜드와도 브랜드 AI 사진 협업을 했는데, 본인 사진을 기반으로 해당 브랜드 옷을 입은 사진을 AI가 만들어주는 방식이죠. 그리고 옷을 입어봤으니, 해당 브랜드로 랜딩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트래픽도 높여줄 수 있는 방식이고요. 이런 브랜드 광고는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할 수 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월드 같은 경우는 롯데월드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이용객들이 있으니까요. 이들을 배상으로 AI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협업 같은 방식이죠.”
◇카메라 필터 시장 문제? 콘텐츠의 문제...플랫폼으로 나가야 한다
“AI 사진도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적 접근해야”
-원래 카메라 필터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카메라 필터였나요. 그 시장은 이미 충분히 포화됐다고 봤는데요.
“다양한 카메라 필터가 인기를 끌었으나, 각 필터가 앱별로 분산되어 있고 콘텐츠의 유행 주기가 짧아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그걸 카메라 앱의 플랫폼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거든요. 개인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필터를 제공하면 유저들은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 와중에 생성 AI에서 더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죠. AI 필터나 콘텐츠적 속성은 카메라 필터 시장의 문제처럼 회사가 유행을 계속 따라가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에픽의 졸업 사진 AI가 한 번 유행하긴 했지만, 이 콘셉트의 사진을 한 번 만들고 나면 일회성 소비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AI 프로필 사진을 AI보다 콘텐츠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콘텐츠적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웹툰이나 웹소설을 볼 때 한 편을 한 번만 보고 다음 편으로 넘어갑니다. 같은 화를 계속 소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튜브도 마찬가집니다. 결국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공급해줘야 하는데, 이걸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새로운 AI 콘셉트를 발굴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이걸 거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유저고요, 유저들이 최신 유행과 그들의 니즈를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크리에이터 기반의 AI 사진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플랫폼적 접근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삿포로 스냅 필터가 실제 활동하고 계신 스냅 사진 작가분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학습해 제작됐습니다. 일종의 크리에이터 기반 AI의 프로토타입인 것이죠. 예를 들어 챗GPT에서 최근 GPT 앱 스토어, GPTs를 내놓았잖아요? 실제 GPT를 만들 때 코딩이 필요하지 않고, 너는 이런 역할을 해야하는 AI야. 라는 식으로 굉장히 쉽고 편하게 AI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패러닷도 이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사진 AI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나요.
“정식 출시 전엔 아직 비밀입니다. 몇 장의 사진 만으로 수십분 만에 내가 원하는 AI 사진 콘셉트를 만드는 기능을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할 것이고요, 그리고 그 사용과 관리가 무척 편하다는 것만 강조하겠습니다.”
-스노우 같은 회사는 백명 이상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AI 사진 서비스들도 10명의 팀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팀원 수가 적은 것 같습니다.
“현재 팀원은 정규직은 6명입니다.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도 무리하게 팀원을 늘려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없고요, 이미 만들어진 모델이 많고 기술 자체의 접근성도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작고 빠른 팀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기술적 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패러닷은 AI 기술 자체로 해자를 만드려는 팀이 아닙니다. 패러닷의 기술도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제공하려는 가치는 편의성과 다양성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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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팀원 4명, AI 전문 개발자 없이 독학 AI 공부
-오픈소스 AI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AI 만큼 기술 발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도 없는데, 일종의 경제적 해자가 약한 것 아닌가. 쉽게 패러닷의 시장을 뺐길 수도 있는데.
-결국 빠르게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확보하고, 사람을 모은다면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군요.
-AI의 발전이 결국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을텐데요. 그리고 팀 내부에 처음에 AI 개발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요? 전부 독학 개발?
-독학 AI 서비스 개발 가능합니까? 시간이 몇 배로 더 들었을텐데요.
◇서비스 반응? “우리도 모른다”...일단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수정, B.E.P 돌파
-회사에 AI 개발자가 온 것이 10월이라면서요. 그렇다면 거의 반년을 개발자도 없이 계속 서비스를 고도화한 것입니다.
-AI는 학습에 GPU 비용이 엄청 납니다. 요샌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GPU 비용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초기엔 AR 플랫폼을 지향했었습니다.
-앱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는 않나. 최근엔 맘카페 30대 사이에서 바이럴이 됐다고요?
-그래도 이 시장이 돈이 되면 수조원을 쏟아붓는 기업들이 나올겁니다.
◇“카메라 앱들, 다운로드는 수억회인데 왜 이렇게 리텐션이 적을까?”...이 질문에서 시작한 창업, ‘시장의 끝’에서 도전하다
-AI의 발전으로 이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시고... 컴퓨터공학이나 개발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전공입니다. 원래부터 창업을 생각했나요.
-그렇게 준비했던 창업을, 왜 하필 카메라앱으로요? 라인, 스노우, 중국의 수많은 스타트업들... 이미 이 시장은 포화입니다.
-’그래도 카메라 앱’의 한계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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