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덮은 공직자 뇌물 사건... 남은 1명도 기소의견 송치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 외전> 보도와 관련해 강현도 현 오산부시장이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에는 경찰이 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하 DIP) 직원 김 모 씨를 검찰 송치했다. 과거 검찰은 "강현도와 김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자백을 여러 차례 확보했지만 한 번도 수사하지 않았고 심지어 2018년에는 사건을 뇌물 공여자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검찰이 '기소 독점주의'를 오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관련 기사)
① 죄수와 검사 - 외전 ① "공무원에 뇌물 줬다" 자백, 검찰은 덮었다 (2022.10.18)
② 죄수와 검사 - 외전 ② 검찰, 조직보호 위해 공무원 뇌물 덮었나 (2022.10.18)
③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다"... 검찰, 7년간 덮었던 공무원 뇌물 사건 기소 (2023.10.4)
④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 '공무원 뇌물 무마' 관련 위증 혐의 피고발 (2023.11.2)
검찰이 덮은 뇌물 의혹 공직자, 경찰은 '기소의견 송치'
지난 10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전 DIP 팀장 김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김 씨가 DIP 재직 때인 2015년경, 게임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 김희석 씨로부터 약 3천5백만 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다. 현재 기소의견 송치된 김 씨는 DIP를 나와 대구광역시 소재 한 IT기업에서 대표로 재직 중이다.
2016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희석 씨는 이때부터 검찰에 총 4차례 "2015년경 당시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장이던 강현도와 김 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자백했다. 수년에 걸쳐 자백을 받았다고 지목된 검사는 박정의·권찬혁·윤병준·김영일이다.
김희석 씨의 자백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2016년 7월 5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박정의 검사실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2015년 김희석 씨 측 계좌에서 DIP 팀장 김 씨 배우자의 계좌로 총 8500만 원이 흘러 들어갔고, 이 중 5500만 원이 다시 김 씨의 계좌로 이체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대해 박정의 검사실은 수사보고서에 "위 사람들(김 씨와 배우자 등)이 누구인지, 자금을 상호 이체한 사유가 무엇인지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다음날인 2016년 7월 6일 박정의 검사는 김희석 씨에게 DIP 팀장 김 씨와 수상한 돈거래에 관해 묻는다. 김희석 씨는 곧바로 뇌물 공여 사실을 실토한다.
박정의 검사 : 계좌 이체를 한 위 8개 계좌 중 한 명이 대구은행 전 모 씨가 실제 명의자인데, 누구인가요.
김희석 : 전 씨는 당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직원 김 모 씨의 와이프입니다. 2015년 5월경 저의 회사가 경북테크노파크와 게임센터 구축 MOU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위 협약이 확정되면 2016년 경산시 등에서 44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김 씨가 '인맥이 많으니 44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진행비를 달라고 해서 돈을 줬습니다.
박정의 검사 : 진행비 명목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김희석 :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직원 김 씨 말로는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관련 부서나 유력 인사에게 힘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산시 시장, 부시장을 만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 김희석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2016.7.6)
두 달여 뒤인 2016년 9월 22일 서울서부지검 권찬혁 검사실도 수사보고를 올린다. 수사보고서에는 "피의자 김희석이 강현도 및 김 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김희석 씨 측에서 강현도에게 6천만 원이 지급되고, 김 씨 배우자 계좌로 합계 1억 13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나온다. 이에 권찬혁 검사실은 "피의자 김희석의 공무원 등에 대한 금품제공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썼다.
수포로 돌아간 4번의 자백... '면죄부' 준 검찰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박정의, 권찬혁 두 검사는 수사를 개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김희석 씨에게 '수사를 원치 않는다'는 자필 진술서를 쓰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권찬혁 검사가 저를 불러서 '이 부분은 지금 대검에서 수사를 안 하는 것으로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 수사를 지금 하지 않겠다. 그러니 김희석 씨가 협조해서 현재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사건이 재판 중이기 때문에 이 수사는 추후에 하는 것을 원한다고 자필을 한 장 써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게 한 3줄 자필로 써가지고 권찬혁 검사한테 전달한 사실이 있습니다.
- 김희석 씨 인터뷰 중
김희석 씨는 2017년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의 윤병준 검사, 2018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김영일 검사에게도 뇌물 공여 사실을 털어놨지만, 역시 수사는 없었다. 모두 4번이나 자백했지만 수사로는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검찰이 강현도와 김 씨에게 면죄부를 준 듯한 정황도 있다. 2018년 8월 서울서부지검은 강현도와 김 씨를 딱 한 번 불러 내사 차원의 참고인 조사만 한 뒤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뇌물 공여 사실을 자백한 김희석 씨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었다. 김희석 씨는 이에 대해 '사건을 털어내려는 목적의 형식적 조사였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잘못 인정 않는 검찰... 현재 공수처 수사 중
검찰의 사건 종결로부터 4년이 지난 2022년 10월 뉴스타파는 검찰의 은폐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경찰은 강현도와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강현도 오산부시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1월에는 전 DIP 팀장 김 씨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검찰이 덮은 김희석 씨의 뇌물 공여 자백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희석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지난해 10월 17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진동 현 서울서부지검장은 "2017년도 초에 본격적으로 뇌물 사건을 수사하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김희석 씨가 진술을 번복·거부하고 소환도 불응했다"며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어서 '혐의없음'으로 종결하는 게 가장 맞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8년 8월 내사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김희석 씨는 지난해 10월 5일, 자신의 자백을 덮었다는 검사 3명(박정의·권찬혁·김영일)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어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도 위증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두 고발 사건을 대리하는 권준상 변호사는 "검찰이 내사 종결로 면죄부를 준 사건이 경찰 수사만 거치면 혐의가 확인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김희석 씨가 불응해 수사를 못했다고 말하는데 당시 내사 기록을 보면 사실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검사 3명의 현재(올해 1월 기준) 직책은 다음과 같다. 박정의 검사 울산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 권찬혁 검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 부장, 김영일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이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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