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마스크 매점매석?…대법 "폭리 목적 입증돼야 처벌"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스크를 판매해왔고, 폭리목적이 없었다면 마스크를 장기간 쟁여놓았더라고 매점매석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4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체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4월 매입한 KF94 마스크 3만2000개 중 1만2000장을 77일간 보관했다가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스크 품귀 대란이 발생하자,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해 2020년 1월1일 이후 신규로 영업을 한 사업자의 경우 마스크를 매입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반환·판매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폭리 목적의 매점매석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했다.

1심은 A씨가 "장기간 반환·판매하지 않고 마스크를 보관해 정부 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회사가 2019년 12월31일 이전에 마스크 재고를 보유했거나 마스크 매출을 발생시켰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매점매석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물가안정법 위반 행위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을 500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물가안정법 7조의 '폭리 목적'과 이 사건 고시 5조1항의 '영업' 개시 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영업'은 해당 사업자에게 실제로 판매 또는 생산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직접적·구체적으로 판매 또는 생산행위에 착수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 판매 또는 생산을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경우라면 널리 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업체가 2019년 10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마스크 조달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직접적인 영업행위를 시작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이에 A씨 업체를 고시에서 정하는 '2020년 1월1일 이후 신규 영업을 한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마스크 판매 단가가 1200원 내지 2500원으로 당시 시장 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유통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이윤 또는 이득의 규모가 미미하다"며 "판매 형태·수량 및 시가 변동·시장 상황에 비춰 보더라도 '폭리 목적'과는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자가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매점매석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폭리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