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망하고 부모 집 얹혀산 형…"3년 모셨다, 땅 다 내 것" 재산 요구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아내와 별거하면서 자신의 부모 집에 얹혀살던 형이 "부모님을 모셨다"며 재산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40대 남성이라고 밝힌 A씨는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형의 상속 주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에게는 형과 여동생이 있다. 부모님은 장남인 형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형은 40대 초반에 사업에 실패하면서 아내와 별거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부모님 집에 들어가 3년간 얹혀살았다고 한다.

A씨는 "형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거나 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부모님은 형을 지원하느라 노후 자금을 다 쓰셨다. 그래서 제가 매달 용돈 50만원씩 보내드렸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병원에 모셔다드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비 2000만원은 모두 A씨가 부담했고, 부의금은 1500만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형은 부의금이 얼마인지 묻더니 "내가 부모님을 3년간 모셨으니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결국 형과 다툼을 벌였다.

A씨는 얼마 뒤 형이 보낸 상속 재산 분할 심판 소장을 받았다. 소장에는 A씨와 여동생이 아버지를 외면했지만, 형은 아버지를 3년간 모시며 부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아버지가 투자한 시골 땅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형에게 단독 상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A씨는 "저와 여동생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경하 변호사는 "법원은 '부의금 총합계액이 장례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부의금은 장례비로 먼저 충당돼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A씨의 경우 부의금 1500만원이 장례비 2000만원에 충당되고, 남은 장례비 500만원을 A씨와 어머니, 형, 여동생이 법정 상속 비율대로 분담하면 된다"고 밝혔다.

A씨의 형이 아버지를 부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더 높은 상속분을 가지기 위한 걸로 보인다"며 "공동상속인의 법정 상속 비율에 따른 상속분을 더 가산해주는 걸 '기여분'이라고 한다. 피상속인을 오랫동안 병간호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형은 아버지를 간호한 게 아니다. 3년간 동거하면서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편의를 봐 드린 일도 없었다"며 "오히려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을 본가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한 상황에 가깝다는 걸 피력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A씨 아버지의 시골 땅이 형에게 상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양 임야(제사 또는 관계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설정된 토지)에 해당해 제사 주재자에게 상속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금양 임야로 인정받으려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선대 분묘가 모셔져 있어야 하고, 선조 분묘를 수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등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아버지는 재테크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것"이라며 "사망 당시 가족이나 친지의 묘지가 모셔진 땅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양 임야로 볼 수 없다. 형에게 땅이 단독 상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부모님에게 매달 50만원을 드리고, 병원을 모셔다드린 것도 특별 부양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특별 부양으로 인정받으려면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