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탄 해체해 재활용...하마스 미사일·로켓 상당수, 이스라엘서 왔다

이철민 기자 2024. 1.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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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수년 간 쏜
수천 발의 불발탄 해체하고
무기고에서 훔친 무기로 공격
NYT, 이스라엘군 분석 결과 보도

작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가자(Gaza)의 무장테러집단인 하마스는 무려 5000발이 넘는 로켓과 미사일을 한꺼번에 이스라엘 마을과 도시, 군기지로 쐈다. 이스라엘 대공(對空)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이 물량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수많은 로켓과 미사일을 만든 폭발물질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28일 “지난 수개월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 이스라엘인 1200여 명을 학살한 팔레스타인 무장테러집단 하마스가 사용한 로켓ㆍ미사일과 무기의 상당수는 과거 이스라엘군이 쏜 폭탄의 불발탄에서 폭발물질을 추출해 만든 것이거나, 경비가 허술한 이스라엘군 기지에서 훔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정보분석가들은 2007년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도 불구하고, 하마스가 강고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전까지 작동했던 가자ㆍ이집트 간 10여ㅍ개의 땅굴을 통해 무기들이 밀반입된 탓이라고 판단했다.

1월17일 폭발하지 않고, 가자 지구 남부의 알 누사이라트 난민촌의 가옥 두 채 사이에 떨어진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이런 불발탄은 나중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재사용된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NYT는 지난 수개월간 이스라엘군 당국의 분석에서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로 쐈지만 폭발하지 않은 포탄과 미사일을 이용해 이스라엘군을 공격할 많은 미사일과 대전차 무기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며,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은 기습공격 이전의 하마스 의도만큼이나 하마스의 무기 획득 능력에 대해서도 오판(誤判)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경찰 폭발물처리팀의 고위 간부였던 미카엘 카르다시는 이 신문에 “불발 폭탄이 하마스의 주요 폭발물 제조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무기 전문가들은 폭탄의 대략 10%가 일반적으로 불발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스라엘군 무기고엔 미국과 다른 군사 강국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베트남 전쟁 시절의 미사일도 포함돼 있어, 이 불발률이 15%까지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수년 간 진행된 이스라엘 폭격과 최근의 가자 폭격은 또 수천 톤의 불발탄을 양산했고,하마스는 이것들을 수거해서 나중에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50파운드(약 340㎏)급 불발 폭탄 하나에서, 하마스는 수백 개의 미사일이나 로켓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스라엘군도 일부 불발 폭탄을 하마스가 재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물량이 이토록 많은 데에는 놀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또 자국 무기고가 종종 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NYT에 따르면, 작년 초 이스라엘 군에서 나온 보고서는 수천 발의 탄환과 수백 정의 총, 수류탄이 경비가 허술한 기지에서 도난당하는 것을 적시하고, 이들 무기와 탄약이 요르단강 서안이나, 가자 지구로 유입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우리[이스라엘]가 우리의 적에게 우리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수 시간 뒤에 사살된 하마스 대원의 벨트에선 히브리어로 쓰인 최근 제조된 이스라엘산 수류탄이 발견됐다. 또 10월7일 하마스가 쏜 5000 여 발의 로켓 중 하나를 이스라엘 무기 검식반이 조사한 결과, 이 로켓에 장착된 무기급 폭발물질은 1년 전에 이스라엘군이 가자로 쏜 이스라엘 미사일 불발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하마스는 작년 기습공격 때 여기저기서 긁어 모은 무기를 총동원했다. 이란산(産) 공격 드론과 북한산 로켓발사기는 하마스가 땅굴을 통해 가자로 밀반입한 것이었다. 또 하마스가 남긴 동영상과 분해된 이스라엘 무기들을 보면, 로켓추진유탄(RPG)의 탄두와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고온의 폭발을 일으키는 열압력 수류탄, 임시변통 폭발물 등은 불발한 이스라엘 무기를 개조한 것이었다.

로켓과 미사일은 많은 양의 폭발물질을 필요로 해, 가자로 반입되기가 가장 힘든 아이템이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와의 국경을 봉쇄하면서, 폭발물질은 물론 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제품, 컴퓨터 장비, 파이프, 콘크리트 등의 유입을 막았다.

그래서 하마스는 한때 비료와 곱게 간 설탕 가루(sugar power) 같은 것을 이용한 분진 폭발물을 만들었지만, 이는 무기급 폭발물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하마스의 무기 제조 능력도 창의적으로 발달해, 현재는 2000파운드 급 폭탄의 탄두를 해체해서 수백 개의 폭발물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13일 가자 시티에서 이스라엘군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마스의 부비트랩(booby trap)도 이스라엘군의 불발한 폭발물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스는 또 2014년에도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끝난 뒤에, 불발한 박격포와 이른바 ‘멍텅구리 폭탄’이라 불리는 미국산 2000파운드짜리 범용 폭탄을 회수해서, 로켓과 미사일 폭발물질로 바꾸는 능력을 갖췄다.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카삼 여단의 한 지휘관은 2020년 알 자지라 방송에 “우리 전략은 이들 폭탄을 수거 개조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습득한 카삼 여단의 동영상은 이스라엘군의 불발 미사일 탄두를 잘라내서 통상 분말 형태인 폭발물질을 추출하고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처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하마스는 2020년 9월에도 가자 인근 해역에서 100년 전인 1917년 세계 1차대전 중에 독일군 잠수함에 침몰한 영국 군함 M15에서 수백 개의 포탄을 건져내서 새로운 로켓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의 철강ㆍ콘크리트 대량 반입 제한에도 불구하고, 가자에선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뤄질 때마다 수많은 건물 잔해에서 철강 파이프와 콘크리트, 폭발물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이 수거된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0월7일 이후에만 가자 지구에 2만2000회 이상의 폭격과 포격을 가했다. 여기서만 수만 개의 폭발물이 투하됐고, 이 중 수천 발은 폭발하지 않았다. 가자 지구의 유엔 지뢰제거 서비스 팀장인 찰스 버치는 NYT에 “폭발하지 않고 가자에 남은 포탄, 수류탄 등 수많은 폭발물은 하마스에겐 공짜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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