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실화해위, ‘허위공문서 작성’ 조사관 2명 적발

가해자 좌익→군경으로 고친 것으로 알려져
표적감사 이어 줄사표에 허위조사 논란까지

23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71차 전원위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감사와는 별개로 또 다른 2명의 조사관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적발하고 이 중 1명을 업무배제 조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얼마 전 감사로 중·경징계를 받은 9명 중 4명의 조사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지난 23일 조사 기간 1년 연장이 결정됐지만, “기간 연장을 해도 조사할 인력이 있겠느냐”는 탄식이 내부에서 나온다.

29일 진실화해위 설명을 종합하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는 조사관 2명은 모두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조사1국 소속으로, 한명은 전남 완도 사건을 조사했으며, 또 다른 한명은 충남 지역 사건을 담당했다. 완도 사건을 조사한 ㄱ조사관은 업무배제됐고, ㄴ조사관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진실화해위는 앞서 감사 결과 영천 담당 ㄷ조사관이 현장에 가지도 않은 채 허위로 출장보고서를 썼다며 해임을 청구하고 징계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ㄱ조사관은 “신청인의 진술조서 내용을 참고인 진술조서에 그대로 갖다 붙이거나 유족회장이 써준 내용을 신청인 여러 명의 진술조서에 똑같이 써넣음으로써 신청인이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진술한 것처럼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기 사건에서 신청인은 희생자 유족이 대다수이며, 참고인은 사건 목격자나 같은 마을 주민 등의 증인을 가리킨다.

충남의 한 지역을 조사한 ㄴ조사관의 경우 가해 주체 부분을 부정확하게 썼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가령 인민군이나 좌익 등 이른바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모두 군경에 의한 희생자 그룹에 포함했다는 식이다.

문제가 된 조사관 2명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한국전쟁기 사건을 관할하는 1소위원장인 이옥남 상임위원에 의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임위원은 해당 조사관들이 출장 뒤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진술조서와 대조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영천 사건 담당 ㄷ조사관이 감사 결과 해임 요구를 당했을 때 ‘표적 감사’에 무게를 두고 “징계가 과하다”며 탄원서까지 냈던 조사1·2국의 조사관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허위공문서 작성 건에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ㄷ조사관의 경우 김광동 위원장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수사 의뢰까지 검토했지만, 출장계획과 실제 결과가 다르다는 혐의가 주였다. 감사과정에서 사건 신청인 진술조서나 조사보고서의 허위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ㄱ·ㄴ조사관의 허위 보고서 및 진술조서 작성 혐의는 조사관의 신뢰에 타격을 주는 치명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이에 더해 감사 결과 중·경징계를 받은 조사관의 절반 가까이가 사표를 낸 터라, 진실화해위 내부는 벌집을 쑤신 것처럼 뒤숭숭하다. 사표를 낸 조사관은 조사1국 2명, 조사2국 2명이며 이 중에는 과장급 간부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각, 근무수당 허위청구 등의 혐의로 감봉, 견책 등의 징계가 결정됐다.

해임 요구에 이어 정직 1개월로 결정이 난 ㄷ조사관은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고 주변 조사관들이 신변 정리를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조사관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조사관들이 대량 탈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조사1국의 한 관계자는 “감사와 별개로 이번에 적발된 조사관 중 한명의 조사보고서는 상당 부분 신뢰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조사관이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전부 고의라고 볼 수는 없다. 베테랑 조사관의 경우 희생을 당한 시기와 공간, 역사적 배경을 알아내 신청인이 잘 모르거나 잘못 진술하는 부분도 짚어낼 수 있는데, 그렇게 못했다는 점에서 미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