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사우디는 숏패스, 8강 호주는 롱볼…정반대의 색깔이 어렵네

황민국 기자 2024. 1. 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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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16강전을 준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 연합뉴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토너먼트 시작부터 불리한 환경에 직면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치르기도 전인 지난 28일 8강 상대가 호주로 확정됐다. 한 번의 패배로 미끄러지는 토너먼트에서 라이벌보다 이틀이나 덜 쉬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1위가 아닌 2위로 통과한 탓이다. 16강에서 한·일전을 피했다고 만족하기에는 손해가 크다.

16강과 8강 상대를 미리 알고 맞춤형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데, 서로 다른 팀 컬러에 계산이 복잡해졌다. 사우디가 짧은 숏패스 위주로 공격을 풀어간다면, 호주는 선 굵은 롱볼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와 16강전에서 상대를 포위하고 있는 호주 선수들(노란색 유니폼) | 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4골 1실점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겉으로는 짠물 수비가 강점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짧은 패스의 반복으로 수비를 공략하는 플레이가 요체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사우디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회 이상의 패스가 연결된 경우가 62회(전체 1위)에 달할 정도로 패싱 게임에 능숙하다. 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살펴보면 경기장을 삼분했을 때 상대진영을 뜻하는 파이널서드에 투입하는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가 86%(120회 중 103회 성공)에 달할 뿐만 아니라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자유롭게 포지션을 옮기는 스위칭 플레이도 일품이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공격이 시작되는 위치(50.9m·전체 1위)까지 높아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수비 라인이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이 지난해 9월 사우디와 한 차례 평가전(1-0 승)을 치르며 익숙해진 상대라는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널 서드 진입 패스. 빨간 줄이 성공, 회색 줄이 실패.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제공



8강에서 만날 호주는 그 정반대다.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24개국 평균 신장에서 5위(182.38㎝)인 피지컬을 무기로 상대를 짓누르는 축구를 한다. 강팀의 기본이라는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공을 빼앗으면 측면으로 연결한 뒤 크로스로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다. 호주의 공격 흐름을 살펴보면 좌우 측면(왼쪽 43.3%·오른쪽 37.8%)과 비교해 중앙 공격(18.9%)의 빈도가 극단적으로 낮다.

사우디와 비교하면 호주의 기술적 완성도는 다소 떨어진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전에서 파이널서드에 투입하는 패스의 성공률 53%(47회 중 25회 성공)에 그쳤다.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다보니 슈팅 횟수는 7회에 그쳤으나 상대 자책골을 포함해 4골을 뽑아냈다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세트피스에선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을 뽐냈다. 호주가 3-0으로 앞선 종료 직전 프리킥 찬스에서 방향만 살짝 바꾸는 헤더 쐐기골을 터뜨린 장신(198㎝) 수비수 해리 수타(레스터시티)는 위협적이었다.

호주의 파이널 서드 진입 패스. 빨간 줄이 성공, 회색 줄이 실패.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제공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트피스 수비에서 수비 라인의 높이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서 큰 고비가 될 수 있다. 중앙 수비수인 김민재(뮌헨)와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 모두 세트피스 수비에 능한 편이지만 측면 수비수들은 180㎝이하라는 점이 고민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능수능란한 맞춤형 전술을 선보여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8강을 넘어 정상까지 나아갈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는 조별리그와 양상이 다르다. 모든 경기를 결승전으로 생각하고 치르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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