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족도 다시 웃을 수 있단 걸…" 강력범죄 피해자가 모인 이유
강력범죄 피해자·유족들의 첫 연대
상처를 잘 아는 사람들…위로의 힘
'힘들어야만…' 피해자다움 극복 계기
CCTV 열람·재판 진행 등 매뉴얼 작성 중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인천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족)
화제의 인터뷰입니다.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피해자 수도 늘고 있지만 느슨한 법망은 피해자들을 세심하게 보듬기에는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강력 범죄 피해자와 유족들이 직접 나서서 범죄 피해자 연대라는 걸 결성했는데요.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바리깡 폭행남 사건, 이런 강력범죄의 피해자들이 직접 나선 겁니다. 왜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들어볼까요? 강력범죄 피해자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모아서 모임을 주도한 분이세요.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의 유족 연결이 돼 있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피해자 유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해 가을이었죠. 그러니까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저하고 인터뷰 하셨었는데 기억하세요?
◆ 피해자 유족> 네, 기억 다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인천 스토킹사건 피해자의 사촌 언니시죠.
◆ 피해자 유족> 네.
◇ 김현정> 그런데 워낙 험한 사건이 많다 보니까 사건명만 들어서는 우리 청취자 중에 좀 헷갈리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게 복기하는 게 좀 괴로운 일이긴 합니다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피해자 유족> 지난 23년 7월 17일에 있었던 사건이고요. 인천 쪽에 있었고 인천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친구가, 전 남자친구가 아이와 엄마가 보는 앞에서 동생을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 김현정> 스토킹을 하던 피의자가 피해자 집 앞을 지키고 있다가 피해자 출근길에 40cm 흉기를 휘둘러서 숨지게 한 그 사건이었어요.
◆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 피해 여성은 이혼 후에 유치원생 딸을 데리고 살던 싱글맘이었는데 저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게 그 아이가 사건 현장의 목격자 아니었습니까?
◆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제가 인터뷰 때 그 얘기를 듣는데 얼마나 마음이 안 좋던지 정말 그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반 년 정도 지나고 가족들은 어떠세요?
◆ 피해자 유족> 일단 1심이 끝났고요. 그런데 인천 스토킹 살해사건 자체가 징역 25년 선고가 났어요. 그래서 경찰 단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동생이 사망했는데 지금은 항소 준비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특히 걱정되는 게 피해자의 어린 딸, 그 아이였는데 아이는 지금 어떻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 피해자 유족> 사실은 저희가 아이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사건 초반에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부터는 사건 이야기를 시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 김현정> 아이가요?
◆ 피해자 유족> 목격한 내용을 얘기를 하는데 너무 안타까운 게 어른들은 그나마도 가족끼리 이야기도 하고 했었는데 어린아이가 참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엄마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어른들의 반응이 걱정스러우니까 오히려 말을 못하고 참고 있던 것이 이제서야 터지기 시작해서 상담하는 곳에서도 이제서야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는 아무 일 없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해서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가 그래도 큰 상처 안 받고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사실은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아이가 참고 있었던, 억누르고 있었던 거예요.
◆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더 마음이 아프네요.
◆ 피해자 유족> 네, 너무. 그리고 저희도 사건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까 아이가 그런 얘기를 하면 힘들까 봐 오히려 더 이야기도 안 해주고 피했던 거였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해주니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모한테는, 친이모한테는 종종 놀러 오기도 하는데 이모한테는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 김현정>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게 가족들 마음 추스리기도 벅찬 시간들이었을 텐데 그런데 그대로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강력범죄 사건 피해자들하고 연대해야겠다 해서 일일이 연락을 하고 모임까지 결성할 생각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 피해자 유족> 일단은 동생 사건이 있은 후에 재판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살아있는 피해자를 뉴스에서 접하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요. 너무나 참담한 현실이지만 살아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통, 두 통 받았던 게 이렇게 연대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어떤, 어떤 분들이 참여하겠다고 나서셨습니까?
◆ 피해자 유족> 지금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하고요. 바리깡 사건 피해자 분 그리고 강원도에 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피해자의 따님 그리고 저 이렇게 일단은 네 팀입니다.
◇ 김현정> 네 사건의 어떤 피해자, 피해자 가족분들 이렇게 네 팀. 바리깡 사건은 뭐였죠?
◆ 피해자 유족> 바리깡 사건은 7월 11일에 있었던 사건이었고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감금해서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고 얼굴에 소변을 보고 강아지 패드 위에다가 화장실을 대체하거나 하는 사건이었는데 현재 그 사건 자체도 가해자가 자기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 김현정> 강력 사건의 피해자들의 모임. 그런데 전화를 드렸는데 망설이고 고민하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 피해자 유족> 일단은 저희가 이런 연대를 하자고 모였던 사람들이 아니었고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께 연락을 했던 거였고 그다음 바리깡 사건 같은 경우는 살아있는 게 너무 감사해서 전화를 드렸던 분이었고.
◇ 김현정> 힘내시라고 전화, 위로 전화하신 거군요.
◆ 피해자 유족> 그게 꼭 이야기를 전달을 하고 싶어서 그 전화를 했던 부분이었고 강원도 유기 사건 같은 경우는 원래도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과 연락을 했던 분이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당연히 사건 자체가 너무 강력 사건이기도 했고 목소리를 내는 게 우려가 됐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재판이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또 혹시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굉장히 많이 고심을 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언론에 저희 이야기를 공론화를 하면서 재판부가 변하는 걸 조금 봤고요. 저희가 내는 목소리를 들어주기 시작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더 용기가 생겨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강력범죄 피해자 연대라는 게 다른 나라에는 있다고 제가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생긴 거라고요.
◆ 피해자 유족> 그렇게 들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첫 연대라는 말을 깜짝 놀랐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작정하고 모임을 만들어야지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위로의 전화를 걸었다가 그분과 연결되고 또 다른 분이 뭔가를 위로 전화를 주셨다가 또 그분과 연결되고 이렇게 해서 네 팀이 모인 거잖아요.
◆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연대가 만들어진 건데 몇 번이나 모이셨어요?
◆ 피해자 유족> 지금 제 재판 때는 수시로 와주고 계시고요.
◇ 김현정> 서로서로?
◆ 피해자 유족> 네, 서로서로 와주고 계시고 그리고 그 이외에 인터뷰나 이런 것 때문에 만나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10차례는 넘게 만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10차례 넘게. 사실은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전혀 다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도 다 다를 텐데 끔찍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그 공통점만으로도 정말 서로서로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 피해자 유족> 오히려 내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위로받을 수 있었고요. 동생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사실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이 연대를 통해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창구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 말씀을 들으면서 사건 이후에 나는 웃을 수가 없는 피해자 유족이었는데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말씀이실까요?
◆ 피해자 유족> 일단 나만 겪은 일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있고요. 그리고 사실 이런 일을 당하면 저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제가 엄청 힘들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계시잖아요.
◇ 김현정> 당연히 힘들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죠.
◆ 피해자 유족> 그런 시선들에서도 사실 쉽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건의 피해자분들은.
◇ 김현정> 그럴 수 있네요.
◆ 피해자 유족>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은 저 사람은 그런 일을 당했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사실은 무섭거든요.
◇ 김현정> 피해자다움을 요구받는 거.
◆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 피해자다움스럽지 않으면 그게 또 어떤 방식으로 저한테 돌아올지도 사실은 두려울 때도 있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서 저는 그걸 극복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걸 서로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용기가 된다, 이 말씀이 와 닿네요. 지금 피해자로서의 고통 나누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행동할 생각이시라고요? 어떤 계획들 가지고 계십니까?
◆ 피해자 유족> 맞습니다. 시간을 놓쳐버리면 할 수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CCTV 같은 경우도 3개월이 지나면 딱 3개월이라고 할 수 없고 용량이 또 많아버리면 그 앞전의 기록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 김현정> 미리 확보해야 되고.
◆ 피해자 유족> 이런 시간적인 일을 다투는 일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해드리는 것 같아요. 법적인 부분이나 재판 진행 과정도 일반인이 알기 어렵고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함께 공유를 하게 되었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범죄 피해자,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CCTV는 어떻게 열람해야 되는지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일종의 매뉴얼을 지금 만들고 계신 거네요. 말씀 들어보니까.
◆ 피해자 유족> 그런데 그 매뉴얼 자체도 너무 저희가 매뉴얼이라고 해서 만들고는 있지만 상황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예를 들면 병원에서의 방문 CCTV를 받으려면 그 안에 환자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환자분들의 사생활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생각을 해야 되는데 사실 그거를 피해자가 생각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 김현정> 나는 이미 겪었지만, 겪었지만 나와 같은 일을 또 겪게 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겪었던 그 힘들었던 상황들을 복기하고 정리해 놓는다. 이거 참 귀한 일인 것 같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 피해자 유족> 저희가 공통된 계획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받은 피해의 정확한 죄명으로 정확한 형량을 받아서 바른 판례를 남기는 것이 지금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일이고요. 그것이 저희가 생기지 않으면 하는 피해자분들한테 그리고 피해자 가족분들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힘내시고요. 고맙습니다.
◆ 피해자 유족> 감사합니다.
◇ 김현정> 범죄 피해자 연대를 지금 주도하고 있는 분입니다.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의 유족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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