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없는 암흑은하?…빅뱅초기 원시은하 모습 간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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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는 중력의 힘에 의해 결합된 별과 가스, 먼지, 암흑물질의 집합체다.
별이 없고 가스만 있는 것은 138억년 전 빅뱅 초기의 원시 은하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별이 관측되지 않는데도 이 은하는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은하와 거의 동일한 질량과 가스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은하가 별 형성 이전의 원시 가스로만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발견은 별이 탄생하기 전의 원시 은하계를 가까운 우주에서 발견한 최초의 사례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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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못 만든 채 수십억년 홀로 표류한듯
은하는 중력의 힘에 의해 결합된 별과 가스, 먼지, 암흑물질의 집합체다. 하나의 은하에는 보통 1천억개의 별들이 있고, 이 별들은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을 회전 축으로 삼아 공전한다. 그러나 예외 없는 원칙이 없듯, 별을 만들지 못한 은하도 있을까? 적어도 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은하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미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천문대 천문학자들은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빛이 희미한 약 350개의 저표면휘도은하(LSBG)를 관측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2억7천만광년 거리에 있는 이 은하를 발견했다고 최근 미국천문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은하에 ‘J0613+52’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표면휘도 은하’는 지구에서 볼 때 주변 은하보다 겉보기 밝기가 최소 1등급 낮은 표면 밝기를 갖는 왜소은하다. 대부분 가스와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으며 별은 수십억개 이하다. 따라서 발견하기가 어렵다. 1980년대에 발견된 최초의 ‘저표면휘도 은하’ 말린1은 은리 은하 너비의 5배에 이르는 큰 나선 은하이지만 밝기는 우리 은하의 1%에 불과하다.
이번에 발견된 은하는 일단 가스로만 이뤄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스의 양은 태양 질량의 20억배로 추정됐다. 그린뱅크천문대 선임연구원 카렌 오닐 박사는 “이 은하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소 가스가 풍부하게 있다”며 “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별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망원경이 실수로 잘못된 좌표를 가리키다 이 물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별이 없고 가스만 있는 것은 138억년 전 빅뱅 초기의 원시 은하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연구진은 별이 없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정했다. 첫째는 가스가 너무 분산돼 있는 바람에 중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아 별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별 탄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주변의 다른 은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은하의 경우 365광년 이내에는 다른 은하가 없다.
연구진은 그러나 별이 관측되지 않는데도 이 은하는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은하와 거의 동일한 질량과 가스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빛 파장의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이 은하가 다른 나선은하처럼 회전 운동을 하는 것도 확인했다. 빛의 도플러 효과란 멀어지는 빛은 파장이 길어지고(적색편이), 가까워지는 빛은 파장이 짧아지는(청색편이) 현상을 말한다.
연구진은 향후 이 은하가 별 형성 이전의 원시 가스로만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발견은 별이 탄생하기 전의 원시 은하계를 가까운 우주에서 발견한 최초의 사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빅뱅 후 130억년 이상이 지났음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연구진은 “우주가 탄생한 이후 수십억년 동안 홀로 표류하고 있는 가스 구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별을 식별할 수 없다면 ‘암흑은하’로 부르자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 천문학자들은 누베(구름이란 뜻)라는 이름의 비슷한 은하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누베 은하가 같은 유형의 다른 은하보다 밝기는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크기는 비슷한 수의 별을 가진 다른 은하보다 10배 더 큰 왜소은하로 추정했다. 우리 은하와 비교하면 크기는 3분의 1, 질량은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인 소마젤란은하와 비슷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이지 않는 물질과 에너지에 대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라는 명칭을 붙인 것을 예로 들며, 이번에 발견한 은하처럼 별을 식별할 수 없는 은하에 ‘암흑은하’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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