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겹치기·삼치기 출연’… 좋은 무대 보기는 관객의 복불복?

유민우 기자 2024. 1.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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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우님 컨디션 괜찮을까요?" "어제 무대는 역대급으로 잘했는데 지난주는 너무 불안정했어요."

최근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배우들의 무대 퀄리티와 상태를 묻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뮤지컬 무대가 급증하고 여러 작품이 동시에 오르면서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물론 '삼치기'(세 작품에 동시 출연)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뮤지컬 팬들은 배우들이 무리하게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인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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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동시상연 뮤지컬 2배로
3개 작품 동시에 주연 맡기도
무리한 스케줄에 기량 못 펼쳐
음정·가사실수 늘며 관객피해
‘최대 3달’ 단기공연 시스템 탓
“한 작품만 하면 곧 실직자 돼”
배우 최재림은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세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뮤지컬 ‘레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오페라의 유령’. 게티이미지뱅크·(주)레미제라블코리아·신시컴퍼니·에스앤코 제공

“오늘은 배우님 컨디션 괜찮을까요?” “어제 무대는 역대급으로 잘했는데 지난주는 너무 불안정했어요.”

최근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배우들의 무대 퀄리티와 상태를 묻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기복이 심한 배우들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이들은 탄탄한 실력으로 검증받은 유명 배우들이다. 팬들이 배우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이유는 이들이 여러 작품에 동시 캐스팅되며 자기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좋은 무대를 보는 건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위축됐던 공연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영화 시장을 초월하는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 뮤지컬, K-팝 콘서트, 클래식 등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공연 총매출액은 1조2680억 원대로 잠정 집계돼 영화 총매출액인 1조2614억 원을 앞질렀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공연된 뮤지컬 작품(2023년 12월 26일∼2024년 1월 25일)은 전국 303개(서울 132개)다. 2018년 같은 기간의 전국 141개(서울 86개)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규모다. 지난 한 달간 뮤지컬 상연횟수는 3951회, 총 티켓 판매수는 73만4241장으로 각각 5년 전보다 2배, 4배 규모로 늘었다. 뮤지컬 무대가 급증하고 여러 작품이 동시에 오르면서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물론 ‘삼치기’(세 작품에 동시 출연)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배우들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인기 뮤지컬배우 최재림은 레미제라블(23.11.30∼24.3.10),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24.1.17∼4.7), 오페라의 유령(대구 공연 23.12.22∼24.2.4) 등 3개 작품에 주연으로 동시 출연하며 바쁜 ‘삼치기’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특히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월 8일부터 출연하지만 90분을 배우 2명이 만들어 내는 2인 극이라 부담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인정받은 실력파 배우인 최재림도 최근 ‘레미제라블’ 1부에서 연달아 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뮤지컬 배우 윤형렬·장지후(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유리아(마리 퀴리, 노트르담 드 파리), 이지혜(레베카, 몬테 크리스토), 박지연(일 테노레,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도 같은 기간 2개 작품에 동시 출연한다. 뮤지컬 팬들은 배우들이 무리하게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인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0만 원이 넘는 티켓 값을 지불한 공연에서 음이탈이나 가사를 틀리는 등 치명적 실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겹치기 출연이 한국 공연 시장의 구조 특성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1년 동안 뮤지컬 장기 공연을 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도 1년이다. 우리나라는 공연 기간이 한두 달이고 길어야 세 달이다. 배우 입장에선 한 작품에만 매달리고 있으면 곧 실직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배우 겹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장기 공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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