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조7000억원 세수 줄어드는데… 총선 앞둔 감세 정책 논란
이희경 2024. 1. 29. 09:24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확정된 2023년 세법개정의 효과로 향후 5년간(2024~2028년) 발생하는 세수 감소(누적법 기준) 규모가 3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서 자녀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감세 조치가 추가로 이뤄지면서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보다 세수 감소 규모가 6000억원 넘게 확대됐다. 이는 바이오의약품의 국가전략기술 추가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세수 감소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수 전망이 이처럼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각종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세수 감소는 주로 고소득자,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면서 무분별한 감세 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29일 세계일보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23년 세법개정 세수 효과 및 세부담 귀착(국회 확정 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확정된 세법개정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3조6733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 세수 감소분(3조702억원)보다 세수 감소 규모가 6031억원 더 확대된 것이다.
세목별로 보면 2024~2028년 소득세에서 세수 감소 규모가 3조81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정부안의 세수 감소 규모가 3조165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수가 6546억원 추가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자녀세액공제 대상 추가(손자녀) 및 월세세액공제 소득기준 총급여 8000만원 상향 등의 조치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새롭게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법인세(6880억원)와 부가가치세(-1527억원)는 지난해 정부안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고, 3가지 세목 외에 다른 세수를 포괄하는 ‘기타’는 향후 5년간 3889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측돼 정부안(-4404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계에 넣지 않았지만 시행 예정인 감세 정책도 상당해 세수 감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을 추가하고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세 면제 등의 경우 정부는 세수 추계를 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할지 등의 내역을 알 수 없어서 추계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추계하지 않은 감세 정책을 포함하면 향후 5년 간 4조8587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달 내다봤다. 앞서 예정처는 2022년 세제개편의 경우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조치가 포함돼 있어 2023~2027년 64조4081억원의 세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도 총선을 앞두고 효과가 불분명한 감세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천명한 금투세 폐지로 연간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증권거래세 인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5년간 10조원(연간 2조원) 정도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로 최대 3000억원, 최근 발표한 개정세법 시행령 개정안(신성장 원천 기술에 방위산업 분야 신설 등)으로 최대 2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금투세 폐지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고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증시 부양이란 목적은 달성 못하고 세수만 축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감세 정책의 혜택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3년 세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세부담은 69억원 감소하고, 중소기업은 425억원 줄어든다. 하지만 이 분석에도 국가전략기술 확대에 따른 감세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이를 포함하면 대기업 세부담 감소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예정처는 지난해 10월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대기업 세부담이 1363억원 감소하는 반면 중소기업 세부담 감소 규모는 223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에 발표된 감세 정책은 대기업, 고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어도 법인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적자거나 최저한세에 걸려 있어 사실상 추가적 세액 공제를 받는 것이 어렵다”며 “그래서 임투세나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등의 수혜자는 대부분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금투세나 ISA도 투자금이 5억∼10억원 정도인 투자자들이나 해당사항이 있는 건데 그런 투자자가 몇 명이나 되겠냐”며 “더군다나 감세가 투자와 기업 활동을 촉진한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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