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실장님’ 이미지 깨기 위해 악역 도전…변신 위해서라면 삭발도 가능하죠”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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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이미지 고착화는 치명적이다.
김지훈은 tvN 드라마 '악의 꽃'(2020)을 통해 연쇄살인사건 피의자로 수배 중인 백희성 역을 연기하며 '실장님'을 버렸고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서는 최프로 역으로 한단계 진화한 악인의 세계를 보여줬다.
김지훈은 "10년 전 김지훈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실장님 이미지를 깨는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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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배우에게 이미지 고착화는 치명적이다. 비슷한 장르나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 대중이 수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배우 김지훈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2002년 KBS2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그는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덕분에 드라마 속 ‘실장님’ 연기를 도맡았다. 미니시리즈에서 주말극으로 장르와 시간대만 변경됐을 뿐, 연기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고만고만하다보니 이미지 변신에 목 말라 있었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MBC ‘왔다! 장보리’(2014) 종영 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했죠. 한 번에 이뤄진 건 아니에요. 꺾이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기회를 찾았죠. 우연히 악역 대본을 받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빌런’ 이미지가 생성됐죠. 이 과정이 지금까지 10년 걸렸습니다.
김지훈은 tvN 드라마 ‘악의 꽃’(2020)을 통해 연쇄살인사건 피의자로 수배 중인 백희성 역을 연기하며 ‘실장님’을 버렸고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서는 최프로 역으로 한단계 진화한 악인의 세계를 보여줬다.
최근 방송중인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악인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이나 범죄 등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다. 악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단발 헤어스타일과 근육질 몸매로 섹시한 매력을 뽐내며 대중들에게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김지훈은 “10년 전 김지훈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실장님 이미지를 깨는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김지훈이 연기한 박태우는 태강그룹의 첫째 아들이자 대표 이사다. 점잖아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직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지만 실상은 추악한 내면을 숨기고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다.
박태우는 최이재(서인국 분)가 겪는 12번의 죽음 모두에 깊게 연관된 인물이다. 원작 웹툰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한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다.
김지훈은 “‘이재, 곧 죽습니다’는 어드벤처, 액션, 학원물, 멜로, 스릴러, 서스펜스, 그리고 휴먼 드라마까지 있는 작품이다. 포인트마다 장르적 쾌감이 확실한 대본을 봤을 때 대중적인 재미 요소가 확실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훌륭한 드라마에서 인물들의 죽음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최종 빌런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잘 만들어내고 싶고, 잘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이 끝나고 반응을 다 찾아보는 편입니다. ‘무섭다’는 반응을 많이 봤어요. 무서우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웃음)”
최근 연이어 강렬한 악역을 연기하다보니 주위에서 ‘너무 악역만 해 악역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지훈은 “악역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은 없다. 만약 고착화가 된다면 이미지를 깨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어진 작품 중 가장 매력 있는 역할과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르다 보니 결과적으로 악역이었어요. 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고, 좋은 이야기와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제가 새로운 인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2002년 데뷔, 어느덧 22년차 중견배우가 된 김지훈이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갈증’이다.
“계속 갈증을 느끼게 되니까 결과적으로는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같아요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을 할 때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간절했어요. 계속 자신을 채찍질해왔죠. 앞으로도 좋은 드라마, 영화라면 악역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삭발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흔쾌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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