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민들 ‘경유 면세폐지’ 등에 파리 봉쇄 예고
정부, 보안군 투입 방침...파리 진입 방어
총리 지원책 발표에도 농민들 거센 반발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발해 이달 중순부터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 농민들이 수도 파리를 봉쇄하겠다고 예고했다. 유럽 내 각국 정부의 농업·환경정책 등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시위가 전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전국농민연맹(FNSEA)은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파리로 향하는 모든 간선도로를 트랙터로 무기한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FNSEA는 “수도로 향하는 모든 주요 도로는 농민들이 차지할 것”이라면서 “수도에 대한 무기한 포위 공격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남서부 로트에가론 지역에서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농민들은 파리 근교 렁지스에 있는 식품 도매시장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경찰 1만5000명을 투입해 농민들의 렁지스 도매시장과 공항 봉쇄, 파리 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트에가론의 농부 크리스티앙(63)은 가스 가격이 35%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면서 “경찰이 우리를 기소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프랑스앵포에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농업정책 전환을 요구하며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그림에 호박 수프를 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모나리자는 유리로 덮여 보호되고 있어 수프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 이들은 모나리자 앞에서 “당신들의 농업정책은 병들었다. 우리 농민들은 일하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쳤다고 프랑스24 등이 전했다.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데는 농가 고령화, 수입산 농산물과의 경쟁, 대형 유통체인의 헐값 구매,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불만이 끓어오르던 상황에서 정부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EU가 질소비료 사용을 최소 2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농업정책(CAP)을 펼치는 것도 기름을 끼얹었다. 이러한 정책이 기후전환 비용을 농가에 부당하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인식한 농민들은 지난 18일부터 전국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지난 26일 농민 시위를 촉발시킨 연료 보조금 삭감 계획을 백지화하고, 수입산 저가 농산물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르노 루소 FNSEA 대표는 현지 매체 라트리뷴뒤디망슈 인터뷰에서 “122가지 요구사항 중 해결된 것은 일부일 뿐”이라면서 EU 농업 보조금 즉각 지급, 건강 및 기후와 관련된 보험 제공, 와인 생산자와 유기농 농부에 대한 지원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폴란드,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농업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루마니아에서도 ‘농민형제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트랙터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동유럽 농민들은 전쟁 이후 유럽으로 유입된 우크라이나산 저가 농산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오는 6월 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민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정부가 축산농가에 질소 감축을 요구했다가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극우 농민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소속 마린 르펜은 29일 프랑스 북부의 농가를 찾아 “당신들이 (정부와) 협상을 할 때마다 그것은 당신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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