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발사 지도···“해군 핵 무장화, 절박한 과업”

박은경 기자 2024. 1. 29.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형 ‘불화살-3-31형’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동해 비행, 목표 명중”…2발 타격 성공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오전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미사일총국이 개발 중인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지상에서 첫 시험한 지 나흘 만에 잠수함으로 발사 장소를 옮긴 것이다.

신문은 “순항미사일들은 7421초(2시간3분41초), 7445초(2시간4분5초) 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시험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8시쯤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북한이 발사한 여러 발의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 이날 북한 발표로 볼 때 2발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미사일의 비행거리, 발사한 잠수함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된 사진에서 미사일이 해수면과 직각이 아닌 사선으로 떠오른 점으로 볼 때 수직발사관이 아닌 어뢰 발사관에서 수평으로 발사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핵잠수함 건조 사업 관련 보고를 듣고 해군 핵무장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로 된다”며 “군 핵무장화 실현과 국가 핵억제력의 작용 공간을 다각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 과업들“을 제시했다.

또 신문은 김 위원장이 “핵동력(핵추진)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시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히셨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주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명식 해군사령관,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 해군·미사일·군수산업 핵심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이미 예견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국방 과제로 ‘핵무력 증강’을 강조하고, 중심 과업으로 해군의 수중 및 수상 전력 제고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잠수함 탑재가능한 무기 체계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 중 첫 시도가 전략순항미사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불화살-3-31’형이 1차 시험 나흘 만에 낼 수 있는 기술적 진전은 한계가 있어 군 당국은 북한이 비행 시간을 과장 발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핵잠수함 건조 지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3월 SLCM 첫 시험 때는 ‘8·24영웅함’에서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전적 역량을 과시 위해서는 지난해 9월 진수식을 한 북한의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에서 발사했어야 하지만 언급도 없었고 사진에서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기술적 진전 없이 선전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연초부터 국방 성과를 과시하고 향후 남은 과업 완성을 독려하는 차원으로도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잠수함과 잠수함 기반 미사일 체계 확보는 항공모함, 전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한 반발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이 42년만에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SSBN 켄터키함에 승선해 ‘북 정권 종말’을 경고했고,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켄터키함 입항은 “핵공격 조건에 해당한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달 중순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근해에서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SLCM에 이어 더 파급력이 높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속력을 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이 이전되는지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은 불화살-3-31형에 대해 “육상, 수상함,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의 다목적 순항미사일(Kallibr)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북·러는 군사 협력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도 예정돼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는 대가로 러시아가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