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성장주 1단계 상승 마무리 국면… 로봇株 조정받을 것”
● 에코프로, 루닛, 레인보우로보틱스 공통점 ‘성장주’
● 기업이 속한 산업 성장률 철저히 따져봐야
● 다양한 분야 책 읽고 AA등급 신규 성장주 주목
[영상] 김건희의 투자뽀개기
배 씨는 남들보다 일찍 루닛의 성장성을 발견하며 최근 '성장주 투자의 선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유 트레이딩, 영화 프로듀싱, 해외 펀드 자문, 벤처 캐피털 등 다양한 경험과 1000권 넘는 독서로 구조적 성장주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기업 루닛이 주식시장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성장주를 눈여겨보라고 말해 왔다. 2023년 연말에는 '성장주 패러다임'(거인의정원)이라는 책을 내 화제를 모았다.
배 씨에게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구조적 성장주란 어떤 것인지, 압도적 성장주를 발굴하는 방법을 물었다. 또 2023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 루닛,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올해에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도 알아봤다.
성장주 투자로 100배 수익 가능한 원리
구조적 성장주는 어떻게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나."기본적으로 구조적 성장주가 AI, 로보틱스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속해 있다. 경쟁 강도도 낮아 출혈경쟁을 하지 않는 데다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압도적 성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성장주는 현재 이익이 적어 주당순이익(EPS)이 낮지만, 수익 규모와 비교할 때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인정받아 주식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성장주는 실적에 비례하지 않고 y=ax² 이차함수와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그 이유는 현재의 매출이 아닌 성장률에 있다."
이 대목에서 배 씨는 해외 유수 기업을 언급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애플, 아마존 모두 설립 초창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단계를 거쳐 지금의 주가에 이르렀다"며 "성장주 투자의 원리를 깨우친다면 개인투자자도 이러한 기업을 선점해 100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배 수익이 가능한 성장주 투자 원리'가 대체 뭔가.
"성장주 가격이 2단계 과정을 거치며 상승하기 때문이다. 1단계로 회사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이때 이익이 10배 늘어나면 주가도 10배 상승한다. 2단계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 투자자들이 높은 PER를 인정해 준다. 이로 인해 PER가 올라가면서 주가가 2차로 상승한다. 예컨대 이익의 증가로 주가가 10배 상승하면 PER가 10배로 뛰면서 주가가 또 10배 상승한다. 결국 총 100배가 오르게 된다. 성장주는 현재 이익이 적은 편이라 주당순이익(EPS)이 낮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수익 규모와 비교할 때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PER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그러니 주식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떨어질지 전전긍긍하지 않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애플은 2003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전형적인 구조적 성장주였다. 2003년 이전엔 순이익률이 1%대 초반을 헤매다가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이 견고해지고 이익이 늘어나면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애플 순이익률은 1%에서 24%까지 해마다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에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9%였고, 영업이익도 연평균 114%씩 급증했다. 만약 애플 순이익률이 오른 직후 주식을 매매했다면 이른바 고점에 물린 상황이 된다. 하지만 애플이 구조적 성장을 계속한 덕에 2020년대 들어서도 주가는 올라간다. 성장주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도 이내 주가가 오른다. 성장주 투자에서는 기업이 속한 산업이 얼마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일지에 집중해 기업의 가치를 내다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남보다 일찍 '루닛'에 주목한 이유
투자자 처지에서는 구조적 성장주를 찾아내는 것만큼 향후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 거시경제 지표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닌가."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미시경제는 우리가 하는 사업이고, 거시경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변수들'이라고. 이 말에는 거시경제 요소에 대해서는 항상 파악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이보다는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실제로 2008년과 2015년, 2016년에 각각 리먼 사태와 그리스 국채 위기, 브렉시트 등 경제위기가 발발했지만, 구조적 성장기에 있던 애플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거듭 강조하자면 투자자가 갖춰야 할 점은 구조적 성장기에 있는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투자자는 다른 주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구조적 성장주 투자의 기법과 원칙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구조적 성장주 발굴법을 궁금해하는 투자자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한다면.
"네 가지다. 첫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격자틀 인식 모형(latticework of mental models)'을 강조한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주식투자자들이 경제학만 파고들다 보니 기업을 분석할 때 자칫 망치만 가진 사람처럼 경제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기업 분석은 재무 정보로 가치를 평가할 게 아니라 내부 경영과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생태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주식투자자가 먼저 기업에는 복잡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지하고, 다양한 학문을 통해 인식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실제로 내가 남보다 일찍 루닛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책을 읽은 덕분이다. 몇 년 전 읽은 마틴 포트의 저서 '로봇의 지배'에서 당시 이름도 생소한 국내 벤처기업 루닛을 발견했다. 이 책은 로봇과 AI 미래에 대해 설명한 과학서로, 주식 관련 책이 아니다. 나는 당시 국내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외국인 작가의 책에 등장한 사실을 예사롭지 않게 여기고 자료를 찾아봤다. 때마침 루닛이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 임상종양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에서 매년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루닛은 비상장기업이었지만,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걸 직감해 상장 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기업 과거 알면 유리한 투자 결정 가능
기업의 최신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투자자도 있다."나는 오히려 기업의 과거에서 배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제약바이오 메지온은 심장 기형 수술 부작용 치료제(포탄 치료제) '유데나필'을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1차 임상 3상을 진행한 바 있다. 통상 치료제 임상에서는 FDA의 P값(통계적 유의성 확보, P-value)이 0.05 이내로 나온 결과만 치료제가 위약 대비 효능이 있다고 판단해 임상 성공으로 간주한다. 당시 유데나필 1차 임상 3상 P값은 0.09로 아깝게 임상에 실패했다. 이후 2023년 봄 이 회사가 임상에 재도전한다는 소식과 함께 FDA가 유데나필 추가 임상의 경우 P값이 0.1 이내에만 들어오면 품목 허가를 해주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이미 나는 메지온의 지난 임상 P값이 0.09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임상 통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회사의 과거를 알면 향후 투자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다른 성장주 발굴법이 있나.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기다. 여기서 거인은 일론 머스크를 의미한다. 머스크 같은 인플루언서의 말을 유심해 새겨듣다 보면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머스크는 2022년 9월 20일 테슬라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며 향후 3년에서 5년 이내 옵티머스를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머스크의 말 가운데 눈여겨본 것은 가격이다. 그는 옵티머스 가격을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내로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이 가격 수준이라면 로봇 구매 장벽이 내려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AA등급을 받은 신규 성장주에 주목하는 것도 성장주를 발굴하는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했을 때 해당 산업에 관심을 갖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인터넷 시대가 열렸을 때 네이버나 아마존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식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최근 태동한 혁신 산업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혁신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업은 기술평가 특례상장을 통해 시장에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평가 특례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수익성이 상장하기에 미흡하더라도 기술평가기관의 평가를 통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술평가 특례상장을 신청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기술평가기관(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에서 A등급 또는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만일 기술평가 특례상장을 신청한 기업이 AA등급을 받았다면 그 회사 기술력을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로봇株 장기 투자는 시기상조
"나노계측장비 파크시스템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루닛이다. 3개 기업들은 주식시장 상장 후 큰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기술평가기관 한 곳에서 AA등급을 받은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파두가 한 개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AA등급을 받았다."
2023년 주식시장을 주도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루닛, 에코프로는 올해 어떻게 될까.
"2023년은 1단계 상승 기간이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의료 AI 관련주, 로봇 관련주가 상승한 것이다. 조만간 1단계 상승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1단계 상승이 끝나면 로봇 관련주, 의료 AI 관련주의 주가는 조정을 받을 것이다. 이후에는 진짜 경쟁력 있는 로봇주와 의료 AI 주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투자자가 지금 상황에서 로봇주에 10년간 묻어두는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다시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1단계 상승이 어디까지 갈지 알 길이 없다. 단기적으로 좀 더 주가가 오를 수 있으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기를 바란다. 로봇 관련주에 장기 투자를 하고 싶다면 로봇주의 승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