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안 주고 도망가더니' 화물운송 또 다른 사업 시도 [띵동 이슈배달]

YTN 2024. 1. 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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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굳게 닫힌 문 보이시죠?

얼마 전 소개했었는데, 가족과 지인을 내세워 화물운송법인 4곳을 운영하다 차주들 운송료를 가로채 잠적한 김 모 씨의 사무실입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김 씨는, 범행 직후에도 비슷한 업체를 차리려고 시도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피해자들이 더 늘뻔했네요. 아찔합니다.

화물차주들의 '먹튀' 피해가 반복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해요.

바로 '대금 지급 시차' 인데요.

원청이 하청 업체에 대금을 다음 달 말에나 지급하기 때문에 화물차주들은 길게는 2달 뒤에야 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목돈을 쥔 사람이 나쁜 맘을 먹으면 '떼이는 건' 시간 문제라는 거죠.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피 같은 돈, 업주의 양심에만 맡겨 두는 게 맞을까요?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윤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7월부터 고지된 우편물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법인 사무실로 등록된 이곳은 현재 아무도 있지 않은 듯,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A 사 등 4개 화물운송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김 씨가 잠적한 건 지난해 7월쯤.

이에 앞서 2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건 물론, 화물차주들의 운송료와 직원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가로챈 혐의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많게는 17억 원에서부터 수천만 원씩 십여 명이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한 겁니다.

[김 모 씨 / 사기 피해자 : (화물차주들이) 돈을 회사에 빌려달라고 한다. 월 10%씩 뗀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 간 것이죠. 17억 원 정도를 못 돌려받아서….]

잠적한 김 씨는 범행 직후인 지난해 10월, 제주도에 또 다른 화물운송법인을 차리려고 시도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가 거래하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CLS 1차 하청업체와 친분을 과시한 겁니다.

지난해 10월엔 1차 하청업체 소속 운송관리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돈을 건넸다며 금품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모 씨 / '먹튀' 화물운송법인 실운영자 (지난해 10월) : (1차 하청업체) 팀장 자기가 어떻게 구워삶겠다고 나한테 그래서 500만 원 가져갔단 말이야. 뇌물 여태까지 받아먹은 게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이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해 고소를 예고한 가운데, 1차 하청업체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담당 직원의 입장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피해를 입은 화물차주들에게 일부 급여를 직접 지급하고, 5억 원가량을 공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LS 하청과 재하청 업체에서 화물차주들의 '먹튀' 피해가 반복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여기엔 '대금 지급 시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원청인 CLS가 하청업체에 대금을 다음 달 말에 지급하고 있다 보니 화물차주들은 1~2달 뒤에야 운송료를 손에 쥐게 되는 겁니다.

목돈을 쥔 하청, 재하청 업체가 작정하고 돈을 가로챈다면 피해자들은 뒤늦게서야 피해를 인지하게 되는 꼴입니다.

원청인 CLS 측은 하청업체 대금 먹튀 문제와 관련해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산 시점이 개선돼야 비슷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출산하면 자녀 한 명에게 수천만 원을 주고, 자녀가 10살이 될 때까지 유아 수당을 주겠다.

며칠 전 발표한 저출생 대책이냐고요?

아닙니다.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다소 황당무계한 공약으로 화제가 됐던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벌써 10년도 훨씬 전에 내놓았던 공약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약이 정말 현실이 되고 있네요.

지자체마다 현금성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실제로 아이를 더 낳는게 아니라, 등록지만 바꾸는 '인구 뺏기 경쟁'일뿐,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족복지 분야 예산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멀고도 험한, 저출산 대책.

하지만 찾아 내야 합니다.

김혜은 기자입니다.

[기자]

[허경영/20대 대선 국가혁명당 후보(2022년 2월) : 결혼하면 1억 원, 출산 1인당 5천만 원, 자녀 10살까지 월 100만 원 육아수당을 드리겠습니다.]

17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꾸준히 등장했던 결혼 수당 1억 원.

당시만 해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얻은 이런 공약이 사실상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유정복/인천시장 (지난달 18일) :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출산 때 주는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아동수당을 합하면, 한 아이가 7살이 될 때까지 정부에서 받는 돈은 3천만 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다른 지원금을 더하면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출산지원금과 양육수당 등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면서, 전체 출산 지원사업 예산 가운데 70% 정도가 현금성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일부 계층에서만 더디게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지역 간 인구 이동에 그칠 뿐 전체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인구 뺏기 경쟁으로 가고 있어요. 실제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등록지만 바꾸는 거에요.]

최근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 역시 주택 대출과 육아휴직 급여 확대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양육에 필요한 가족복지 분야에 예산을 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가족친화 기업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돈을 그야말로 쏟아부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은 돌봄시스템 변화부터 노동시장, 기업문화까지 다방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현금성 정책이 아닌 촘촘한 설계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어제 서울 서초구 대형마트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고 합니다.

원래는 문을 닫아야 했던 넷째 일요일이지만,

일요일에 문 연 '대형마트'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기로 하면서 문을 연 겁니다.

편하다는 반응과 함께, 재래시장을 찾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함께 교차하는 모습입니다.

임예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형마트,

원래는 문을 닫는 넷째 일요일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장 보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정부가 한 달에 두 번인 대형마트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서초구가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겁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 평일에 장을 보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최남수 / 서울 서초동 : 직장 다니다 보면 어차피 시간이 주말밖에 없기 때문에 주 중에 저녁 늦게 마트 오는 건 어려워서 2주에 한 번씩 올 때 상당히 불편했었는데….]

현행 유통법은 매월 공휴일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되, 자치구 조례를 통해 협의를 거치면 평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초구에 이어 다른 자치구들도 속속 의무휴업일 변경을 추진하는 가운데 재래시장 상인들은 시름이 깊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아무래도 시장을 찾았던 손님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김선미 / 서울 창신동 골목시장 상인 : 대형마트가 문을 열면 아무래도 시장에는 사람들이 덜 다니겠죠. 날씨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춥거나 너무 더우면 안에서 따뜻하게 장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쇼핑하기에도 편리하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도입된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마트와 재래시장 상인 간의 상생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52만.

무슨 숫자일까요?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던 개들의 수입니다.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며 40년 논란의 종지부가 찍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생명이 생겼습니다.

모두 52만 마리나 됩니다.

입양이 쉽지 않고, 수도 너무 많아서 보호소가 모두 품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3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면, 누가 책임질까요?

박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계양산 안쪽에 자리 잡은 동물 보호소.

식사를 챙겨주러 들어온 활동가가 반가운지, 대형 견이 꼬리를 흔들며 맞이합니다.

지난 2020년, 동물 보호단체의 도움으로 불법 개 농장이었던 곳이 보호소로 탈바꿈했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길러지던 250여 마리 가운데 130여 마리가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하고, 3년째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다 보니 대부분 덩치도 크고 오랜 농장 생활로 사회화가 안 돼 입양이 쉽지 않습니다.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됐지만, 전국 개 농장에 남아 있는 52만 마리를 두고 우려가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법안을 보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 보호 시설로 이관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처분한다고 명시돼있는데,

남은 식용견들을 전부 보호소에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거라고 동물단체는 입을 모읍니다.

개 한 마리를 보호하는 데 한 해 평균 2백만 원 정도 드는 데다가 보호소나 민간시설은 유기견들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김왕영 / 인천 아크 보호소 활동가 : 이 아이들만 해도 제가 일할 때 (사료가) 한 달 3톤 가까이 들었는데 7~800마리가 이렇게 돼 버리면 사룟값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현실적으로 이제….]

일각에선 한 마리에 30만 원 정도인 비용을 생각하면 안락사 추진도 부담스러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식용견들이 자칫 고통스러운 죽음에 놓일 수 있단 걱정 어린 목소리도 나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 추진단을 꾸려 특별법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구조될 개들의 현황 파악부터 필요한 예산과 시설, 인력 확충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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