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사관학교' 전남과학대, e스포츠 인재 육성 이렇게 한다
e스포츠는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콘텐츠로,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삼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10~20대가 대부분인 프로게이머의 경우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수 수명이 상당히 짧은데다, 은퇴 이후 코칭 스태프나 팀의 프런트, 개인 방송 인플루언서 정도를 제외하곤 자신들의 커리어를 이어갈 일자리가 많지 않다. 물론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쥘 수 있는 프로게이머로 성장하는 것도, 인기를 모으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도 극히 일부분이다. 여기에 e스포츠 종목을 개발하고 서비스 하는 게임사의 인력 수요도 한정적이고, 대회 주최자나 방송 인력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속적으로 좋은 인력이 유입되고, 이들이 산업을 성장시키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향후 e스포츠 생존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전남과학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부터 'e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전남과학대를 비롯해 총 3곳의 대학이 2025년까지 총 3년간 각자의 특성에 맞게 사업을 전개하는 가운데, 과연 국내외 e스포츠 산업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한계를 극복하고 e스포츠 명문으로 발돋음
전남과학대는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e스포츠학과(현재 e스포츠융합계열과)를 만들어, 올해로 벌써 18년째를 맞고 있다.
지방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지방 대학교들의 생존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e스포츠 게이머를 비롯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특화된 전남과학대 e스포츠학과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온 학생이 더 많을 만큼 이 고민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방에 소재한 2~3년제 대학이지만, 확실한 '엣지'를 가진 덕에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리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우승을 비롯해 각종 대회를 휩쓸며 학교 이름을 널리 알렸고, '미스틱' 진성준, '리라' 남태유, '울프' 이재완 등의 프로게이머도 다수 배출했다. 학교에서 4층짜리 단독 건물을 쓰면서 경기장 스타디움, 종목별 연습실, 미디어 및 방송 크리에이터용 스튜디오 등 학과 수준에서 보유하기 힘든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의 명문이라는 타이틀과 좋은 하드웨어만으로 지금처럼 수준 높은 학생들을 계속 유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학령 인구의 감소라는 공통 고민과 더불어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수혜가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한계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직업으로서의 매력도가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전남과학대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손을 잡고 인력양성 사업에 적극 동참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로 키우겠다
지난 15일, 달콤한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30여명의 e스포츠과 학생들이 다시 학교 강의실로 모였다. 인력양성 사업 중 실질적인 취업에 도움이 되는 취업콘서트가 15~17일 열렸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강의실에서 'e스포츠의 비전 및 다른 스포츠와의 차별성과 인재상'에 대한 특강을 들은 후 5개의 조로 나뉘어 실무 평가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익수' 전익수, '카카오' 이병권, '윙드' 박태진 등 전직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출신 강사들로부터 경기 플레이와 밴픽 전략 등과 함께 프로 무대에 나선 선수들의 마인드와 자세 등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코칭과 조언을 들었다.
또 전직 FPS게임 게이머이자 사령탑을 역임한 이시우 감독으로부터 '발로란트' 종목에 대한 코칭을 받았고, 유명한 옵저버 출신인 조진용 바나나컬쳐 방송기술팀장으로부터 미디어 산업의 특성과 함께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이어 여수시로 이동, 16일 외부 강사와 함께 전공별 이력서를 써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자신을 PR하고 모의 면접을 실시하는 등 직무 능력 향상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현장 밀착형 교육을 받는 귀중한 시간도 가졌다.
2학년 학회장 손창민씨는 "다양한 기업의 전문가들과 면접 및 소통을 하며 실전에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고, 1학년 유차현씨는 "쉽게 접하기 힘든 현장 인력의 생생한 얘기를 듣고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의미가 컸다. 또 평소 혼자 준비하기 힘든 면접을 미리 체험하고 압박감도 느껴보면서 더욱 좋았다"며 실무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지속성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이번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유찬 e스포츠융합계열과 학과장은 "e스포츠가 전문적인 선수나 코칭 스태프로서의 길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 많은 분야가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도록 '취업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기획을 했다"며 "향후 전문 지식과 함께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 현장에서 가장 적합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기관과 적극 협력하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곡성=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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