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고갈됐던 과거, 다양한 도전의 원동력” ‘선산’ 김현주의 진심[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1. 29. 08: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윤서하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 사진 넷플릭스



지금의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배우 김현주에 대해 다채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1996년 김현철의 노래 ‘일생을’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그가 2000년대 후반까지 보여준 모습은 밝고 쾌활하며 사랑스러운 ‘하이틴 스타’의 행보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박보영 아니면 최근 고윤정의 모습 같달까.

하지만 어느 순간 김현주의 모습은 장르물, 그중에서도 진중한 깊이를 가진 작품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또래 배우 중 누구보다 새로운 캐릭터에 몸을 던지는 배우였으며, 과거만큼의 성원은 얻지 못할지라도 충만한 만족을 위해 달려가는 이였다. 그가 이번에 등장한 곳은 또 스릴러, 또 연상호였다.

“이제 ‘지옥’ ‘정이’에 이어 세 번째 함께 하는 작품이에요. 왜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에 나오는지 이유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감독님은 그런 작품을 쓰시는 걸 좋아하시고 저는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이 좋은가 봐요. 심리적으로 쫓기고 정서적으로 내몰리는 캐릭터를 재밌어하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윤서하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 사진 넷플릭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김현주는 윤서하 역을 맡았다. 한 대학교의 미대 시간강사인 윤서하는 정교수 임용이 지지부진하고 남편도 불륜을 일으키는 이중고 속에서 생사도 몰랐던 작은 아버지의 부고 그리고 남겨진 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선산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 갖은 불길한 일들이 그를 감싸기 시작하고, 그는 결국 선산에 얽힌 비밀에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윤서하 주변의 인물들이 해를 입는데, 과연 누가 범인일까 싶은 생각요.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출하시는 민홍남 감독님은 ‘I’ 성향이시라 고심하시고 진중한 타입이시라면, 연상호 감독님은 ‘E’ 성향이시라 유연하게 함께 만드는 타입이셨어요.”

윤서하는 김현주가 지금껏 연기한 배역 중 가장 감정표현에 있어 격렬하고 솔직했다. 공개된 작품 안에서는 한 두 컷씩 나오지만 윤서하는 촬영 내내 욕을 달고 살았다. ‘욕하는 김현주’의 모습, 낯설다. 하지만 그는 그런 모습에도 재미를 느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윤서하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 출연장면. 사진 넷플릭스



“너무 시원했어요. 여태까지 참았던 많은 부분을 내뿜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지금까지는 화가 나도 억누르는 모습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발산하자고 마음먹었죠. 남편과 싸우는 장면이나 윤명희 캐릭터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에요. 제가 보기엔 감정이 드러나지만 표현하는 능력이 없는 인물로 보였어요. 그냥 욕으로 끝내는 그런 캐릭터 있잖아요. 대본에는 욕이 한 장면 있었는데, 그걸 늘렸더니 감독님은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바로 전작 ‘트롤리’에서 남편 역할을 했던 박희순과의 재회도 좋았고, ‘지옥’ ‘정이’ 등 연상호 감독 작품에서 계속 만나는 류경수의 존재도 좋았다. 특히 류경수와의 관계는 각별했다. ‘정이’ 때 함께했던 배우 故 강수연의 부재를 함께 느끼는 입장에서 같은 감정의 파고를 느꼈다. 류경수가 연기한 김영호 캐릭터는 어려웠지만, 류경수였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한 분들과의 작업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요. 초면인 상황이라면 어렵고 어색하잖아요. 감독님 입장에서도 장단점을 아니까 과한 요구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실 수 있고요. 그래서 편하게 놀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새로운 도전도 두렵지만 해낼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윤서하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 출연장면. 사진 넷플릭스



2019년 OCN의 드라마 ‘왓처(WATCHER)’는 김현주 스스로도 그의 연기인생 변곡점으로 꼽는 캐릭터다. 통통 튀는 신세대 캐릭터가 이어졌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그리고 가족극에 주로 등장하던 2000년대 중후반, 그에게는 연기를 쉬던 몇 년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의지가 채워졌다 사라지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원래부터 그의 시작이 잡지 모델에서 뮤직비디오 연기 그리고 배우로 이어진 ‘갑작스러운’ 행보여서 그럴 수도 있다. 갑자기 얻은 인기에 그는 당황했으며, 한동안 그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갈증과 한계를 동시에 느낀 건 그런 이유였다.

“어려서 할 수 있었던 활동이었죠. 제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았어요. 신인이어서 끌려다닌 느낌도 있고요. 저 스스로도 많이 갉아먹고 마르는 것 같아 쉬기도 했어요. 계속 같은 캐릭터를 하는 것 같아 결국 변신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되기도 했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에서 윤서하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현주. 사진 넷플릭스



‘왓처’가 그의 첫 스릴러였다. 그는 비로소 제 몸에 맞는 캐릭터를 찾고 안도하기 시작했고, 그다음부터는 재미있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족극이나 로맨틱 코미디도 좋다. 샤를리즈 테론이 나온 ‘몬스터’의 캐릭터도 좋다. 지금 그는, 아무거나 좋다.

“집에 있어도 금세 가만히 안 있고, 뭔가를 배우러 다녀요. 이번 작품도 배우는 연장선상이었죠. 개인적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만족도는 꽤 있어요. 이제는 새로운 도전에 응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