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공명 "전역 후 마음가짐이요? 18개월은 안 쉴 거예요" [MD인터뷰](종합)
"배우라는 직업, 마라톤이라고 생각해"
지난 24일 개봉.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어릴 때부터 꿈이 많았어요. 다양한 직업군,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연기를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희열이요? 그런 꿈을 이루면서 느끼기보다 저도 몰랐던 제 자신을, 다른 모습들을 꺼내보는게 희열이었던 것 같아요."
공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개봉을 앞두고 만나 이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를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2016년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공명은 극 중 권재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권재민은 덕희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손대리'이면서 절박한 상황 속 제보전화를 건 '권재민'이기도 한 다소 복잡한 캐릭터다. 지난해 6월 전역한 공명은 '시민덕희'를 통해 스크린 복귀도 알렸다.
이날 공명은 "군 복무 할 때 개봉할 수도 있었는데 '시민덕희'가 이렇게 전역하고 개봉하게 된 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엊그제 무대인사를 했는데 팬 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다는 게 나한테는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며 "그전 '한산: 용의 출현'이나 '킬링 로맨스'를 군대 안에서 응원했던 아쉬움을 '시민덕희'로 좀 풀 수 있어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시민덕희'를 통해 공명은 라미란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처음 '시민덕희'를, 덕희라는 캐릭터를 라미란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명은 '무조건 하겠다'라고 마음먹었다. 라미란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영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촬영이 들어간 것이 벌써 3년 전.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기에 배울게 많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현장이었다.
"초반에 덕희와 재민이가 전화 상으로만 나오다 보니까 저한테는 힘들었던 장면이에요. 전화로 사기도 쳐야 하고 제보도 해야 하니까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또 라미란 선배님과 같은 현장에서 하는 게 아니니까 호흡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은 라미란 선배님이 먼저 찍었던 장면을 보면서 감독님과 템포를 계속 맞추면서 연습했어요. 아마 그런 부분에서 좋게 봐주시는 부분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권재민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조직원으로 덕희에게 가짜 대출상품을 제안한 가해자이면서,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범죄에 가담하게 된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민덕희' 안에서 권재민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배우로서 권재민을 연기하며 공명이 느낀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공명은 "액션신은 없지만 칼을 맞거나 이런 장면에서 배우 공명으로서 내가 관객분들한테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재민이가 나한테 연기적으로 새로운 도전이었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나는 재민이를 지극히 평범한 느낌의 대학생으로 생각했다. 내가 만약 그 나이 대에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서 잡혀가면 정말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재민이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친구지만 용기를 내서 덕희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덕희가 반응해 주자 또 용기를 얻고 더 나아가 제보하려 하는, 그 안에서도 성장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라고 덧붙였다.
권재민은 덕희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뒤 제보전화를 걸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팩스를 보내거나, 범죄 조직에 속해있으면서도 어려운 이를 돕고, 칼을 맞고 숨을 헐떡이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곳곳에 남긴다. 그러나 분명 시원한 활약과 통쾌한 한방은 라민란과 덕희의 몫이다. 하지만 공명은 전혀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제목이 '시민덕희'였다. 내가 재민이라는 캐릭터를 맡긴 했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덕희의 활약이 너무 통쾌했고 사이다처럼 느껴졌다"며 "그런 마음에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배우로서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민덕희'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공명의 바람은 분명 이루어졌다. 이전에는 밝고 코믹하고, 러블리한 연하남의 느낌이었다면 '시민덕희'를 통해 진중함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를 통해 되돌아봤을 때 공명의 만족도는 결코 100%가 아니었다. 배우로서 100%의 만족도는 있을 수 없고 조금의, 1%라도 아쉬움과 후회는 항상 남는 법이기에.
그렇다면 밝고 경쾌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이에 대해 묻자 공명은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게 되더라. 그래서 나도 질문을 받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런 이미지를 사랑해 주신다면 앞으로 그걸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다른 느낌으로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지 탈피에 갈증이 없었던 이유"라고 답했다.
"'이런 것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이것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기회가 오고, 뭔가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찾아온다면 열심히 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김한민 감독님도 '배우로서 비슷한 캐릭터여도 그 나이대에 맞게 또 파고파고 깊이 들어가면 또 다른 게 나온다'라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배우로서 고민과 걱정은 당연하지만 감사하며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크게 그런 갈증은 없었어요."
'시민덕희'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시국에 촬영됐던 작품으로, 약 4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특히 그 사이 공명은 공명은 지난 2021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지난해 6월 전역하며 군 복무를 마쳤다.
3년 만에 다시 본 스크린 속 자신을 보며 풋풋함을 느꼈는지 묻자 공명은 "이건 지극히 나만, 나여서 보이는 걸 수도 있다"며 "지금도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똑같다고 말씀해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보는 나는 좀 분위기도 그렇고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재민이가 진짜 재민이처럼 풋풋한 느낌이 났다"라고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입대 전 촬영을 했고 전역하고 개봉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난 만큼 나의 마음가짐도 바뀐 부분이 있다. 그런데 '시민덕희'를 보니 그때의 마음가짐이나 열심히 했던 것도 눈에 들어와 '놓지 않고 가져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군 복무 중 '킬링로맨스'와 '한산: 용의 출현'으로 관객 분들께 내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전역을 하고 '시민덕희'로 또 인사를 드리게 됐다. 그래서 '시민덕희'의 재민이가 배우 공명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오냐면, 좀 더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전역 후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공명은 가장 먼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꼽았다. 조교로 복무하며 만난 친구들 중 연극영화·전공이 많아 나중에는 형, 동생으로 고민상담을 해줬다. 그러면서 공명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의지, 감사를 다시금 새롭게 생각했다. 그렇게 군 복무는 공명의 마음가짐이 크게 한 번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전역하고 난 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임할 거냐고 물으시면, 저는 18개월 군 복무 기간만큼, 18개월 동안은 안 쉬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안 쉬겠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저를 불러주셔야 안 쉬는 거긴 한데. 그만큼 열심히 하는 자세를 가지고 안 쉬고 싶습니다."
지난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공명은 어느새 올해 10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20살 때 시작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서 길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며 "너무 감사하게도 크게 사랑받은 작품도 만나고 끊임없이 작품을 했다. 그 자체에 너무 나한테 잘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라고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봤다.
이어 "내가 20살 때 10년 후 30살이 되면 어떻게 할지 계획이나 목표를 세웠던 적이 있다. 진짜 딱 이렇게 생각했다. 뭔가 큰걸 바라거나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그 앞에 있는 현재 작품에 충실하며 하나씩 해나가자고. 그러면 30살이 돼서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될 거라고"라며 "그 점에 있어서 나는 너무 만족해서 최근에 '잘했다'라고 일기에 썼다"라고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앞으로의 10년을 또 생각했는데, 20대 때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좋은'이라는 건 배우로서 개인적인 것도 있고, 보시는 관객분들이나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면도 있을 거예요. 연기자로서, 배우로서 더 깊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는,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10년이 돼보자라는 목표를 일기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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