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아랄해와 아담의 다리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카자흐스탄 서쪽에 담수호가 있다. 아랄해다. 카자흐와 우즈베키스탄 양국에 걸쳐있다. 한때 세계 4대 호수였는데 지금은 고사 직전이다. 러시아를 피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는 아랄해 바로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직접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작은 호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자흐에는 카스피해도 있지만 우즈벡에는 타격이 클 것 같다. 수심이 얕아서 1100개의 섬이 있던 호수다. 지금은 마른 바닥이 된 과거 항구들에 있었을 어선들이 사막 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1960년대 소련이 우즈벡과 투르크메니스탄에 목화산업을 일으키겠다고 호수에 유입되는 두 개의 강에 댐을 설치한 것이 아랄해의 고사 원인이다. 목화라는 작물은 물과 햇빛이 많이 필요한 특징이 있는데 지구상에 ‘물이 많은 사막’은 없기 때문에 어디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동쪽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하는 두 강은 아랄해 수량의 80%를 담당했고 건조한 지역이어서 비는 20%에 불과했다. 목화가 그 물을 다 먹는 지경이 되었다. 1970년대에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욤키푸르 전쟁에서 패배한 이집트가 친서방으로 돌아서면서 소련이 군사 지원을 중단하자 이집트는 목화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소련은 중앙아시아의 목화 생산을 배가시켜야 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소련은 세계 최대의 목화 수출국이 되었다. 댐의 혜택을 받은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목화산업에 가세했다. 1990년대 말이 되자 아랄해 담수량은 40년 전의 20%로 줄었다. 수산업이 목화산업에 희생된 셈이다.
그런데 호수가 사라지면서 호수가 수행하던 기후조절 기능도 같이 사라져버렸다. 사막지대처럼 기온의 일교차가 커지고 폭염과 혹한이 생겼다. 또 아랄해는 담수호였지만 소량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었는데 물이 마르면서 염분이 지표면에 노출되었고 사막 폭풍에 실려 주변으로 날려가기 시작했다. 그 주변에는 대규모 목화 재배지가 포함된다. 목화재배자들은 토양의 염분 제거를 위해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과도하게 비료를 사용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유해 물질은 다시 강을 타고 아랄해로 모인다. 악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소련이 아랄해 가운데 있던 섬에 생화학무기 개발을 위한 랩을 두었던 것도 문제다. 이제 그 섬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아랄해 고사를 둘러싼 생태계의 변화는 우즈벡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관계도 악화시켰다. 이들 간 수자원 배분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졌다. 후자의 두 나라는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는 그럴 여력이 없다. 카스피해도 있는 투르크메니스탄도 강 상류에서 자체 운하를 통해 물을 끌어 쓰고 있다. 이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바로 옆 나라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심사다.
인도와 스리랑카도 산업과 생태계 보존간의 상충문제를 안고 있다. 지도를 보면 두 나라 사이의 해협으로 배가 지날 수 있을 것 같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나라는 가늘게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 곳곳이 수면 아래여서 섬들이 늘어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사이는 수심 1m 정도인 해저 지형이다. 즉, 인도와 스리랑카는 사실상 48km 육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인도의 동안과 서안을 왕래하는 선박은 스리랑카 전부를 돌아가야 한다. 그 추가 항로는 최대 400km 정도 되고 시간은 최장 30시간이다.
이슬람에서는 이 다리를 아담의 다리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에 이 다리를 건너갔다고 새기기 때문이다. 아담은 지구의 스리랑카에 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15세기에 대형 사이클론이 오기 전까지 인도와 스리랑카는 아담의 다리를 통해 육로로 이어져 있었다. 따라서 아담의 다리를 어떤 식으로든 훼손하는 물류 개선 프로젝트는 반대다. 라마야나(Ramayana)라는 고대 인도의 유명한 대서사시에도 이 다리를 라마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힌두교와 인도의 여러 정당도 반대 입장이다.
나아가 아담의 다리를 훼손하게 되면 물류는 개선될 수 있을지 몰라도 환경 파괴에서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사이클론의 경로와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쓰나미가 발생하면 주변의 생태계가 교란되어서 어족과 광물자원을 파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노르만디의 몽생미셸을 육지와 연결했다가 결국 다리로 대체한 사례가 있다. 인도 정부와 해운업계가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 후에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때문에 아담의 다리는 당분간 건재할 것 같다.
bsta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우나 간다던 남편, 내연녀 집에서 볼 쓰담…들통나자 칼부림 협박"
- 13세와 2년 동거, 34회 성관계한 유명 유튜버…아내 폭행·신체 촬영 '입건'
- "남편이 몰래 호적 올린 혼외자, 아내 재산 상속 받을 수도" 가족들 발칵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아내·두 아들 살해한 가장, 사형 구형하자 "다들 수고 많다" 검사 격려
- "버려달라는 건가" 손님이 건넨 휴지…"가격 올라도 괜찮아" 응원
- 산다라박, 글래머 비키니 자태…마닐라서 환한 미소 [N샷]
- "비싼 차 타면서 구질구질"…주차비 아끼려 '종이 번호판' 붙인 외제차
- 김영철, 민경훈♥신기은 PD 결혼식 현장 공개 "멋지다 오늘…축하"
- "불판 닦는 용 아니냐" 비계 오겹살 항의했다고 진상 취급…"사장, 당당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