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호외편’[출판 숏평]
■공부하는 사람, 이현옥(이현옥 지음 / 천년의상상)
수많은 ‘공부 책’ 가운데 이 책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건 50세 이후부터 공부를 시작한 저자의 약력 때문이다. 전업주부로 살다 뒤늦게 공부에 푹 빠진 저자는 동양철학, 불교, 문학을 거쳐 철학, 더 정확히는 윤리학에 집중하게 된다.
저자에게 공부란 ‘한계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어떻게든 ‘내 삶에 주어진 부분’을 넘어서, 시간을 쥐어 짜내서라도 꼭 하고 싶고 해야만 할 무엇이었으니까.
자발적 공부는 그만큼 즐겁기도 했다. 저자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자신을 성장시키는 공부를 했다. 그 덕에 저자는 “스스로 강해졌고 가벼워졌으며 명랑해졌다”.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암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돈에 대한 결핍감도 거의 사라졌다”. 이 모든 게 공부를 해 보니 좋았던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려움을 직시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부, 나는 왜 이 모양인지 길을 찾는 공부는 어렵고 힘들지만, 막상 시작하기만 하면 너무나도 재미있는 일이다. 공부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저자가 좋은 동학(同學)이 될 것이다. (김미향 / 출판평론가, 에세이스트)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몰라 공부를 시작한 여자, 이현옥은 3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네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평범하고도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육아에 치이고 살림에 치이면서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왜 이 모양인지’ ‘내 진짜 마음은 뭐지’ ‘어떻게 하면 돈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태어나서 적어도 20년 넘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하며 살아간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렵고, 지겹고, 하기 싫은 공부는 이현옥에게 삶의 원동력이 돼 준다. 동양철학, 불교, 문학에서 철학과 윤리학에 집중하기까지 그녀의 ‘앎의 욕구’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한참을 반성했다. 나는 지식을 쌓든, 자아를 실현하든 무엇이라도 용기내서 시작할 수 있는 젊은 나이임에도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게 아닐까. 내면에 켜켜이 쌓인 질문들의 해답을 찾는 일. 의지를 몸에 연결시키는 일. 어쩌면 이현옥은 결론을 도출하고 깨닫는 것에 흥분과 희열을 느낄 줄 아는 진짜 ‘철학자’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뜨거운 욕구를 느끼게 만들 것이다. (김정빈 / 출판칼럼니스트,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나는 왜 이 모양일까?”
50년간 나름 순리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여전히 뭐 하나 수월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던진 질문. 그 앞에서 이현옥이 택한 것은 자기 연민도 회피도 아닌 ‘철학 수업’이었다. 네 아이를 키우며 당장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오는 동안 항상 더 지혜로운 아내와 엄마 그리고 자신에게 떳떳한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몇 년간 지속해 온 공부의 목표였다. 철학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살림, 아이들·남편과의 소통 문제, 돈 문제 등을 단번에 해결해 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이 왜 이 문제들 앞에서 힘들어했는지를 알게 했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풀고자 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수많은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얻는 능동적 기쁨이 선물한 활기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공부하는 사람, 이현옥’은 더 나은 삶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한 인간의 아름다운 여정의 기록이다. (현다연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딱 한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네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전업주부, 중년 여성 등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이 여성은 거침없이 얘기한다. “공부하는 사람, 이현옥”이라고.
‘공부하는 사람, 이현옥’은 때로는 깨달음에 기뻐하고, 때로는 부족함에 좌절하면서도 끈덕지게 공부하는 사람의 담백한 성장기다. 그의 공부는 자격증을 안겨주는 수험 공부나 학위를 안겨줄 대학원 공부가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른 질문 ‘나는 왜 이 모양일까?’의 답을 찾아 나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울퉁불퉁 모난 삶의 모든 귀퉁이에 질문을 던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치열한 과정을 반복하며 차근차근 삶의 외연을 넓혔다. 철학자의 영어 명칭 ‘Philosopher’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끝없이 공부하는 데 재미를 붙여 잊고 있던 자기만의 행복을 찾은 그는 어엿한 철학자가 아닐까.
신년에는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결심만 일삼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조심해야겠다. 틀림없이 이토록 재미난 공부의 매력에 빠져 자기 삶의 철학자가 되는 길에 첫걸음을 내딛게 될 테니 말이다. (황예린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열심히’는 나에게 필요한 ‘열심히’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해온 ‘공부’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가장 깊고 평온한 밤을 태워서 꾸는 얄팍한 렘수면 같은 것. “굳센 의지로 자신의 신체를 꼼짝 못하도록 제압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몰아가는” 것이 ‘열심히’의 모습이라고 주입받아 왔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얻어야 하는 ‘기쁨’은 언제나 우리가 공부하는 시간 바깥 어딘가에 자리해 있었다. 어떤 자격, 타인의 인정, 사회적 위치 따위의 열매는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나의 영혼을 살찌우지는 못할 텐데도. 반복해서 우리의 속살을 축내어 치장했다. 삶이 풍족해졌을지 모르나 그 가운데 온전한 ‘나’로 서 있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네 아이의 엄마로, 어느 남자의 아내로만 쉰 살을 살아온 평범한 주부 이현옥이 먼저 꺼내어 든 이 물음이 나의 바다에 돌을 던졌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그러기 위해 치열해지는 것이 진짜 삶이라고 믿었던 시간의 바다였다. (박소진 / 문화평론가, 웹소설 작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아마도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햇빛이 들어왔었나 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공부를 한다. 의무교육 12년, 대학교 2~4년을 다니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공부에 쏟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삶의 이유나 깨달음을 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공부가 ‘왜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그저 지식만 채우는 방편이었을 뿐이다.
저자 이현옥은 쉰 살이 됐을 때 공부를 시작했다.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는 ‘지천명(知天命)’에 공부를 시작하다니,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이다. 하늘이 내려준 뜻을, 혹은 그 섭리를 거스르고 스스로 오십의 나이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저자가 가감 없이 자신이 지녔던 의문과 고민을 내보이고, 그것을 어느 순간 깨우치며 자신의 길을 선택할 때 통쾌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돈을 대할 때 “갈망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고백한다. 사실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장애물과 난항을 겪으면서, 정작 이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지 답을 내리기 힘들어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안정을 찾을 나이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이현옥처럼, 우리도 삶을 공부하다 보면 ‘내 머릿속으로 햇빛이 들어올’ 기회를 누릴 수 있으리라. 그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윤인혁 / 사회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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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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