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이끌 강호동…농협금융에도 '변화' 바람 부나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 공약…전국구 농협은행 '촉각'
금융지주 입김 강한 중앙회장…연중 인사 파고 칠까
'농민 대통령' 농협중앙회장에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임기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30개가 넘는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농협 계열사들의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강호동 당선인은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편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농협 일부 계열사들의 역할이 재정비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농협은행 '전국구' 타이틀 내려놓을까
농협중앙회는 지난 25일 신임 회장 선거를 진행한 결과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강호동 당선인은 3월 있을 정기총회부터 오는 2028년까지 농협중앙회를 이끌게 된다.
강호동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농협중앙회의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유통 등 경제사업을 하는 경제지주와 금융업 등 신용사업을 하는 금융지주를 거느린 1중앙회-2지주 체제다.
강 당선인은 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 공약을 내놨다. 경제사업을 농협중앙회가 흡수해 진두지휘하고 농협의 핵심 사업들을 챙기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강 당선인의 공약은 농협중앙회가 대표해왔던 상호금융의 독립법인화, 농협 금융지주에 농협 혹은 축협의 2대 주주 참여 부분이다.
현재 농협의 금융 계열사 중 농협상호금융과 농협은행은 각각 상호금융과 은행으로 업권이 분리돼 있지만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과 지역 농협 및 축협 간 사업영역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가령 한 동네에 농협과 농협은행 영업점 등이 한 번에 자리를 잡아 결국 고객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식이다.
이에 현재 농협중앙회가 100% 보유한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농협과 축협이 일정 수준 보유하도록 해 이러한 이해충돌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협 상호금융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번 공약의 핵심이다.
실제 금융권에선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지만 강 당선인이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구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인데 반대로 지역 농협 및 축협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는 계속 제기됐다"라며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농협과 축협에 나눠지게 되면 일부 영업망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농협은행의 전국구 경쟁력은 다소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농협금융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에는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전달하는 비상임이사가 핵심 위원회에 참여해 농협중앙회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농협금융의 지배구조가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안용승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는 이사회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있으며 이사회 내 핵심 기구인 보수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추천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재가가 없으면 임명이 되지 않으며 그간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꾸준히 자리를 해왔다"라며 "현 안용승 이사의 임기가 곧 종료되는데 강호동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인사가 새로 임명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강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올해 연말 정기인사 때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농협금융지주 주력 계열사 CEO 인사에 강 당선인의 의지가 담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의 측근들이 농협중앙회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임명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일례로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은 중앙회 출신으로 김병원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권준학 전 행장 역시 이성희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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