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人] "포스코·미래에셋 박차고 나와 1000억 벤처펀드 만들었죠"

류석 기자 2024. 1. 2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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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W·와이랩 투자금로 수백억 잭팟
설립 5년 만에 800억 원 이상 투자
콘텐츠·2차전지·소부장 투자 강점
올해 600억 블라인드펀드 결성 추진
(왼쪽부터)정은호 BM벤처스 공동대표와 정성민 BM벤처스 공동대표, 박세영 BM벤처스 부사장 등 인터뷰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비엠벤처스는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벤처 업계 호황기였던 2019년, 신생 벤처캐피털(VC)들이 너도나도 대로변 고급 건물에 사무실을 꾸릴 때 비엠벤처스는 골목에 위치한 건물 지하층에 간판을 걸었다. 사무실 한복판 대형 회의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탁구대가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철봉과 벤치프레스가 놓여 있다. 여기가 VC 사무실인지 헬스클럽인지 헛갈릴 정도다.

지난 25일 서울시 강남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은호 비엠벤처스 파트너(공동대표)는 지하층에 사무실을 둔 것에 대해 "회사 설립 초기 운영비 절감 목적이 있었던 것도 맞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딱딱한 투자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 사무실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은호 파트너는 "덕분에 지금 우리 사무실은 스타트업 창업자나 동료 심사역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얘기하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됐다"고 덧붙였다.

비엠벤처스는 그동안 성장해 온 과정에서도 남다른 면이 있다. 많은 VC가 펀드 조성을 위해 정부 재정 출자사업에 목을 맬 때, 비엠벤처스는 고액자산가나 상장사 등 민간 출자자 확보에 집중했다. 창업 5년 만에 1000억 원에 가까운 펀드를 만들었고, 알비더블유(RBW), 와이랩, 에이피알(APR), 성림첨단산업, 이피캠텍에 투자했다. RBW와 와이랩은 상장에도 성공,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비엠벤처스의 전체 투자잔액은 550억 원 수준인데 반해, 투자 자산의 평가가치는 1350억 원에 달한다. 또 올해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평가되는 에이피알, 성림첨단산업, 이피캠텍 등도 상장을 앞두고 있어 펀드 수익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차전지 분야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엠벤처스는 2019년 4월 설립된 VC다. 핵심인력 대부분이 대기업 혹은 대형 VC에서 일했던 경력자들이다. 포스코기술투자 출신의 정성민 파트너(공동대표)와 미래에셋벤처투자를 거친 정은호 파트너가 공동창업자다. 2020년엔 포스코기술투자의 권순국 파트너(이사)가, 2022년에는 포스코(현 POSCO홀딩스)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 기획 관련 업무를 했던 박세영 파트너(부사장)가 새롭게 합류해 4인 파트너 체제를 완성했다. 각 파트너는 자신만의 투자 전문성을 보유, 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박세영 파트너는 "모든 인력이 대형 VC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투자 경험을 보유했기 때문에, 투자 대상 스타트업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실제로 네 명의 파트너가 모두 투자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고, 그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비엠벤처스는 지난 5년 동안 프로젝트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은 펀드)뿐 아니라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지 않은 펀드)도 운용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박 파트너는 “투자 이후 상장에 성공한 기업부터, 대형 PB센터, 금융기관 등이 펀드 출자자로 참여해 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비엠벤처스의 누적 펀드 결성 규모는 약 900억 원 이상이며, 투자 자산의 수는 15개다.

정성민 파트너는 "우리는 투자자와 피투자사로 인연을 맺은 이후부터는 끈끈한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출자자들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면서 "특히 RBW의 경우 코스닥 상장후 조합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여전히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자들과는 수익이 날때는 물론 일부 손해가 있더라도 투명하게 소통해 온 덕분에 높은 수준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엠벤처스는 올해를 운용자산 확대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 자금을 활용해 결성한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대형 벤처펀드를 결성·운용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자신감이다. 올해 비엠벤처스는 그동안 투자 성과가 탁월했던 콘텐츠와 소부장 분야를 주목적 투자 분야로 하는 벤처펀드를 각각 300억 원 규모로 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정성민 파트너는 "올해 다양한 출자사업에 지원해 600억 원 이상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동안 우리 펀드에 참여해 수익을 내온 출자자들이 이번 블라인드펀드에도 재출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한 기업의 성공한 창업자들이 다시 우리 펀드에 출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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