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칸 일렉트릭과 험로탈출 게임을 즐겼다

2024. 1.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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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편견 잊게 만드는 주행 성능
 -강한 출력과 토크로 오프로드 누벼

 지난해 가을 포르쉐가 전 세계 기자들을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불렀다. 마칸 일렉트릭의 프로토타입을 먼저 소개하고 직접 시승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새 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술 진화의 산물을 오롯이 체험했다. 특히, 오프로드 테스트에서는 전기차의 편견을 잊을 정도의 놀라운 실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는 거대한 전용 서킷 옆에 별도의 오프로드 코스가 있다. 대부분 자연 상태를 유지한 공장 부지에 조성했으며 암소 75마리, 조랑말 25마리, 꿀벌 300만마리 등 수 많은 야생 동물이 서식해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마칸 일렉트릭과 함께 15가지에 달하는 시험 코스를 모두 경험했다.

 시승차는 마칸 터보로 최고 639마력(470㎾)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최대 토크는 무려 115.2㎏·m에 달한다. 이처럼 강력한 숫자를 가지고 뛰어난 주행 성능을 보장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3초면 끝이난다. 최고속도는 시속 260㎞다. 무시무시한 숫자와 다르게 첫 인상은 부드럽다. 전기차답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전진할 뿐이다. 마치 폭풍 전야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후 오프로드 코스 초입에 들어섰다. 대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인공 구조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훼손되지 않은 땅과 물, 풀로 가득했다. 감상도 잠시, 인스트럭터는 시작부터 강하게 속도를 올렸다. 차는 땅을 박차고 미친 듯이 튀어나갔다. 빨려 들어갈 듯한 비 현실적인 감각이 펼쳐지면서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전진한다. 접지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비포장 길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내달린다. 헛 웃음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다.

 순식간에 첫 번째 코스에 진입했다. 기울기가 40도에 이르는 급경사 구간을 차분하게 올랐다. 시야는 하늘밖에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어라운드뷰 카메라에만 의지해 정점을 찍었다. 이후 마칸 일렉트릭은 끈적하게 바닥을 움켜 쥐고 언덕을 내려왔다. 곧바로 30도가 넘는 측면 기울기 코스가 이어졌다. 몸이 한 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앞을 향해 나아갔다. 이번에는 25도로 살짝 각도를 낮춘 뒤 급하게 U자 턴을 돌았다. 기울기가 낮아져도 여전히 가파른 상황이었고 속도까지 붙어서 더욱 스릴 넘쳤다. 그리고 차는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코스를 통과했다.

 이어서 폭이 좁고 움푹 패인 곳을 마주했다. 여기에서는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꿔 차체를 40㎜ 올리고 천천히 통과했다. 터보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며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 합을 맞춘다. 특히, PASM은 기존 3챔버에서 2챔버 2밸브 댐핑 기술을 지원한다. 더욱 확대한 댐퍼 세팅 덕분에 주행 모드별 차이도 극명하게 나뉜다. 오프로드에서는 오로지 험로 탈출과 트랙션에만 모든 신경을 쏟는다. 

 실제로 각기 다른 네 바퀴의 접지를 최적화된 힘 분배로 탈출하려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헛바퀴가 돌다가 곧바로 접지력을 확보하고 땅을 박차고 나가는 방식이다. 또 좁은 코너에서는 마칸 최초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최대 5도의 조향각을 가지고 민첩하게 몸을 틀었다. 참고로 포르쉐 프런트 액슬 스티어링의 지원을 받아 도심 주행 및 긴급 기동 시에는 11.1m의 작은 회전반경도 가능하다.

 산 넘고 산이라는 표현이 딱 이었다. 험로를 통과하니 깊은 수로를 마주했다. 수심은 최대 30cm에 이른다. 바퀴의 절반이 잠기는 상황에서도 차는 여유롭게 물살을 헤치고 전진했다. 일정하게 동력을 전달하며 평온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도강을 마칠 때는 고성능 차와는 다른 성취감과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끝을 향해 나아가는 곳에는 온통 자갈로 넘쳐났다. 마칸 일렉트릭 터보에 들어간 사륜구동 시스템은 물건이다. 동력장치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전자제어식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ePTM)는 기존 사륜구동 시스템보다 약 다섯 배 빠르게 작동하며 슬립이 일어나더라도 100분의 1초 이내에 반응할 수 있다. 안정적인 자제로 달릴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또 구동력 분배는 선택적 구동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한다. 리어 액슬의 전자제어식 디퍼렌셜 록 시스템인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도 마칸 터보의 트랙션, 주행 안정성 및 측면 역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끈한 오프로드 체험을 마치고 다시 충전 장소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 바닥을 유심히 살펴봤다. 상처 없이 깔끔하게 막혀있는 배터리 팩이 믿음을 키웠다. 실제로 100㎾h 배터리 팩은 유리 섬유 복합 스키드 플레이트로 감싸 내구성을 극대화했고 안전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장착했다. 인스트럭터는 "오프로드에서도 포르쉐가 지향하는 방향을 정확히 구현하는 차가 마칸 일렉트릭"이라며 "동시에 전기차가 갖고 있는 두려움도 말끔히 지워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결과로 증명하며 모두의 인정을 이끌어냈다. 마칸 일렉트릭은 제 역할을 200% 활용해 험로를 탈출했고 새로운 개념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한편으로는 불규칙적인 노면을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달렸고 이 과정에서 개선된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이 돋보였다. 포르쉐가 가진 정체성과 마칸의 방향이 변함없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랜드 막내를 넘어 남들과는 태생부터 다른 뼛속까지 옹골찬 진짜 포르쉐 SUV였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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