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생각해보는 AI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것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싸움입니다”
인류와 AI가 전쟁 중인 미래, 고도의 인공지능(AI) 설계자가 인간에 맞서 만든 강력한 무기이자 어린아이 모습을 한 AI 로봇 '알피'를 두고 거대한 전투가 벌어진다.
인간과 고도화된 AI 간 치열한 대립을 그려낸 AI 블록버스터 '크리에이터' 이야기다. '크리에이터'에서 생생하게 표현된 미래의 모습은 최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고민하는 인류 모습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터'에 등장한 AI는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자 스스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아를 가진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학계는 오래전부터 AI가 따라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능력으로 '응용력'을 꼽았다. 새로 배운 개념을 이미 아는 다른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행동을 하는 이러한 응용력은 '구성적 일반화(compositional generalization)' 또는 '체계적 일반화(systematic generalization)'라고 한다. 이는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필수적인 사고능력이다.
AI가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1988년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제리 포더와 제논 필리쉰이 인공신경망은 '구성적 일반화'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견해가 학계에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성적 일반화가 가능한 AI 개발에 상당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10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미국 뉴욕대(NYU) 브렌든 레이크 교수와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 대학 마르코 바로니 교수팀은 연구 논문을 통해 개념을 논리적 순서로 정리하는 구성 능력 훈련에 최적화된 '메타 학습(MLC)' 방식으로 인간과 같이 구성적 일반화를 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행동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그림 및 문장을 학습한 후 새로운 행동에 맞는 문장 표현 능력을 측정해 언어 측면에서 인간과 유사한 응용력이 AI에서도 발견됨을 확인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작년 11월 30일, KAIST 전산학부 안성진 교수 연구팀이 구글 딥마인드 및 미국 럿거스 대학교와의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시각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합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모델과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벤치마크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각 정보는 언어와는 달리 명확한 단어로 구분되어 있지 않음에도 이를 구조적으로 학습해 구성적 일반화를 달성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자아를 가질 수준의 AI라고 보기에는 아직 단순하지만, 35년 동안 풀리지 않던 난제인 AI의 구성적 일반화가 최근에 해결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발전이다. 앞으로 AI 개발에 대해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한다.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찾고 자가 학습하는 AI 등장은 사람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진 창작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례로 AI 창작물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게임 개발사 '위저드 오브 코스트'가 제품 프로모션 이미지에 AI를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팬들의 강력한 항의에 해당 이미지를 수정했다. 이런 사례는 '크리에이터'와 그 이전 여러 SF 작품에서 등장한 AI와 사람 간 갈등이 현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크리에이터'는 어린아이 모습을 한 AI 로봇 '알피'를 통해 해결책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AI가 도구로 활용되거나 새롭게 자아를 깨우친다고 하더라도, 인류와 갈등을 빚는 존재가 될지는 궁극적으로는 AI를 둘러싼 사람과 환경으로 결정될 것이다. 마치 '크리에이터'속 '알피'에게 부모가 필요했듯이 말이다. 결국 모든 첨단 기술은 사람이 얼마나 올바르게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신작으로 새로운 세계관, 풍성한 볼거리와 진한 여운까지 가득한 '크리에이터'는 지금 바로 디즈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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