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경 시대 ‘중국 플랫폼’의 공습[박광규의 알쓸패잡]

기자 2024. 1. 29. 07: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저가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전자상거래, 이른바 ‘C-커머스’가 중국 직구 플랫폼의 급증으로 한국유통을 강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직구를 위해 발급하는 개인 통관 고유번호가 260만 건 신규 발급됐고, 작년 말 사상 첫 2500만 건의 누적 개인 통관번호가 발급됐다. 국민의 약 절반이 직구족이란 이야기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 판둬둬의 테무, 쉬인(SHEIN) 등 중국의 초저가 쇼핑 앱들이 한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구매력이 낮은 MZ세대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런 초저가 중국 플랫폼의 공습은 국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네이버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6%(1조 635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7778억 원)가 중국발 물량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국내 영향력이 늘어난 결과다.

‘초국경’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 간 배송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배송속도를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 현지 물류센터 건설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는 지난해부터 마동석 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국내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수백만 개 상품에 대해 5일 내 배송을 보장하고 1000원짜리 제품도 무료 배송을 해주는 정책으로 빠르게 회원을 늘렸다. 결제 역시 지난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연동을 마치는 등 방식이 매우 간소화됐다.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는 중국 쇼핑 플랫폼은 비단 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판둬둬의 쇼핑 앱 ‘테무’도 있다. 테무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아마존과 월마트를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에 등극하기도 했다. 1초당 3억 원 수준의 미국 슈퍼볼 결승전 광고를 선보이며 중국 플랫폼의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테무 광고의 제목은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은 테무가 제공하는 의류와 액세서리의 저렴한 가격에 놀라며 “억만장자가 된 기분이야. 나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고 있다”라는 광고카피를 전한다. 한국에서도 2023년 10월에는 출시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에 등극했다.

패스트 패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쉬인도 비슷하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수천 개의 의류공장과 도매시장으로부터 대량 제작·구입한 의류를 초저가에 2주 안에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자라 또는 H&M 대비 가격이 7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화된 중국 시장에서 해외로 돌파구를 찾는 중국 플랫폼의 공략은 반중 정서와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다. 미국의 아마존·이베이 같은 거대기업마저 초저가 공세 앞에 힘을 못 쓰고 있다. 가품 등 짝퉁 논란과 안전기준 부적합, 까다로운 환불 절차, 이용자가 늘면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부각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을 보고 충동으로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을 한다.

인공지능(AI) 추천, 빅데이터 기술과 빠른 물류 배송 체계와 차별화된 쇼핑 경험이 결합되면서 전 세계 유통시장을 잡아먹고 있다. 한국은 중국 플랫폼의 이런 공습을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쿠팡 등 국내 플랫폼들과 취급하는 품목이나 서비스가 비슷하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주요 생필품의 소비처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업계는 중국에 ‘다 점령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저가 제품보다 가격은 크게 저렴하지 않더라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과 벤치마킹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과 F&F에서 근무한 데 이어 EXR 중국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