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ESG 외치며 출산휴가는 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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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성평등 관련 법 3건을 위반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에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프로그램을 내놓는 상황에서, 사내 성평등 수준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의 은행 근로감독 내역을 보면, 카카오뱅크는 임신노동자에게 연장근로를 실시해 지난해 10월25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 적발됐다. 근로기준법에는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에게 시간외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카카오뱅크는 배우자에게 출산 휴가를 미달해 부여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를 게시하지 않는 등 남녀고용평등법도 함께 위반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노동자가 배우자의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청구할 경우 10일의 휴가를 줘야 하며 이 기간은 유급으로 해야 된다고 정한다. 아울러 사업주는 성희롱 예방 교육의 내용을 노동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해 노동자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스템을 보완해 임신 노동자 근무시간 준수, 출산휴가 사용 독려 등 임직원들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안내하겠다”라고 말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산후 1년 미만자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해 지난해 4월21일 시정지시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은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라도 1일에 2시간, 1주에 6시간, 1년에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근로를 시키지 못하게 돼 있다. 농협은 임신 노동자의 연장 근로 실시, 배우자 출산휴가 미달 부여, 일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도 함께 적발됐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배우자에게 출산 휴가를 미달해 지급한 사실이 지난해 10월11일 적발돼 고용노동부에서 시정지시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일부 직장 내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사실이 지난해 9월6일 적발됐다. 해당 은행들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이후 해당 위반 사항들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의 경우, 본국의 규정을 적용해 출산휴가 등이 전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은행들도 이런 기조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도이치은행)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한국 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제도를 개선했다. 도이치은행 관계자는 “신생아나 새로 입양된 자녀의 보조양육자에게 최대 16주(4개월)의 유급 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이 현행법에 따라 배우자 출산휴가에 10일(영업일 기준)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약 10배 많다. 출산 여성에 대한 휴가는 6.5개월(26주)로 한국의 법정휴가 3개월과 견주면 2배 이상 많다. 박현남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출산·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저출생 대책으로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도 금융업계 현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성평등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금융업계의 자성과 주무부처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