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처 영웅”이라 부르더니 지금은 [6411의 목소리]

한겨레 2024. 1.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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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회복파트 간호사로 코로나 환자 수술에 참여해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필자. 필자 제공

김경운 | 간호사·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

2020년 1월 성남시의료원 개원을 앞두고 마취회복파트 간호사로 입사했다. 마취의를 도와 수술할 환자를 마취하고,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의 회복을 돕는 일을 주로 했다. 처음 간호사 일을 시작한 2013년에는 사람들이 “남자 간호사”라고들 했지만, 지금은 그냥 간호사로 여긴다. 하지만 제약도 많다. 젊은 여성 환자를 간호하거나 시술에 참여할 때가 특히 어렵다.

병원 개원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정부 지침에 따라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원은 정식 개원을 미뤘다. 숨 돌릴 틈 없이 업무가 밀려들었다. 방호복을 입고 환자의 기본적인 바이털(혈압, 맥박, 호흡, 산소포화도) 확인, 의사의 오더(지시)를 확인하며 투약, 침상 정리, 식사 제공까지 담당했다. 여기에 기저귀 갈기, 체위 변경, 욕창 처치, 시트 변경, 석션(가래나 혈액 제거), 심폐소생(CPR) 상황 환자 관찰, 환자 정보 조사와 고압산소요법 치료, 치매·정신질환 환자들 낙상이나 위험 행동으로부터의 보호, 화장실 동행, 각종 약물 처치, 코로나 치료제 처치와 부작용으로부터의 관찰과 대처, 청소와 방역, 의료폐기물 박스 만들기와 관리, 택배 수령….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주출입구를 관리하면서 여름에는 땡볕과, 겨울에는 추위와 싸웠다.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이런 일들을 하려니 숨쉬기가 힘들어 어지럽고 구토를 하기도 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할 때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선제검사소, 백신 예방접종, 생활치료센터, 재택 격리자 관리까지 업무들이 수시로 바뀌고 추가되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환자 임종을 지키고 사체까지 관리했다.

일부 환자들의 폭언, 폭행, 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업상 계약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던 50대 남성이 기억난다. 음성 결과가 나오지 않자, 자신은 상태가 괜찮다며 여러 욕설과 과격한 행동을 했다. 나를 비롯한 남성 의료진이 주로 간호해야 했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초창기 엄격했던 규정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는 힘들었다.

정부와 언론, 국민들은 우리더러 “영웅”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 영웅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방의료원 운영을 위탁하고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그 첫번째 타깃이 성남시의료원이다. 이미 성남시는 보건복지부에 위탁 승인을 신청했고 병원장은 15개월째 공석이다. 뒤숭숭한 위탁 논란 속에서 많은 의사가 병원을 떠나 정원(99명) 대비 충원율이 50%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말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전국 지방의료원 지부 간부들 28명은 18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2024년 감염병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이 0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강바람 거센 국회 앞 농성장은 유독 추웠고, 단식 3일차부터 지부장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목숨 걸고 막아내야 한다는 각오로 물과 소금만으로 하루 24시간을 계속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요구했던 29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약 1천억원 예산이 편성됐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 각자 병원으로 돌아가 내부 현안 및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사안을 협의해야 한다. 나 역시 의료원 정상화와 위탁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 공공병원 적자를 얘기한다. 그런데 그게 직원들 잘못인가? 코로나 때문에 원래 병원을 떠나 3년간 다른 병원에 다닌 환자들에게 이제 다시 오라고 하면 올까? 그런데도 재정적 손해는 오롯이 지방의료원들 몫이 되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병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뒤로한 채 법무부(한동훈 전 법무장관)와 ‘중증정신질환 수용자 법무병상’을 성남시의료원에 들이겠다는 협약도 체결했다. 의료원이 있는 수정구는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으로, 같은 성남이지만 분당구와 의료 격차가 크다. 분당에 의료원이 있었더래도 중증정신질환 수용자 병상을 들여오겠다고 했을까?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을 살려야 한다. 의료진들을 영웅이라 불렀던 그때를 기억하면서.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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