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눈물→희생→부활’ 하나카드, 완벽한 원팀 스토리…창단 첫 PBA팀리그 제패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무랏 나시 초클루(튀르키예)의 챔피언 포인트가 적중하자 ‘주장’ 김병호는 환호에 앞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김가영과 김진아, 사카이 아야코(일본), 신정주, 응우옌 꾸억 응우옌(베트남)까지 모두 얼싸안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창단 두 시즌 만에 프로당구 PBA팀리그 왕좌에 오른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끝난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2023~2024 포스트시즌’ 파이널 7차전(7전 4승제)에서 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4-1로 제압, 시리즈 전적 4승3패를 기록하며 정상에 섰다. 우승 상금 1억을 받았다.
2022~2023시즌 창단 하나카드는 첫해 전반기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TS샴푸.푸라닭을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블루원리조트에 져 파이널 무대는 밟지 못했다.
이번 시즌엔 정규리그 5라운드에서 우승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준플레이오프(에스와이전)와 플레이오프(NH농협카드전)를 연달아 꺾으며 파이널 무대에 섰다. 6차전까지 3승3패로 팽팽한 대결을 벌인 끝에 최종 7차전에서 높은 경기 몰입도를 뽐내며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나카드는 지난시즌 창단 때도 ‘당구 여제’ 김가영과 ‘아마 1위 출신’ 김진아 등 다수 스타 선수를 품으면서 우승 후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제 색깔이 강한 당구 종목 특성상 팀리그에서 이들을 하나로 엮는 리더십과 전략 등이 경쟁력의 중요 요소였다.
핵심 노릇을 한 건 주장이자 최선참 김병호다. 그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팀리그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팀리그 원년이던 2020~2021시즌 TS샴푸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하나카드에서도 두 번째 ‘우승 반지’를 꼈다.
하나카드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4라운드까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선수 스타일을 고려해 오더(출전 명단)를 유연하게 바꾸면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탈 수 있었다. 파이널 ‘벼랑 끝 승부’에서도 과감하게 오더를 바꾸는 전략으로 7차전에서 웃을 수 있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은 승점이 아닌 승패로 글리기에 뒷부분에 든든한 선수가 존재해야 한다고 여겼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내가 앞으로(1세트 남자복식)에 나가고 응우옌 꾸억 응우옌을 뒤(5세트 남자 단식)로 배치해 적중했다”며 “파이널에서는 SK렌터카가 강하니 기선제압을 누가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풀세트까지 갈 확률은 적다고 여겨 (기존대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빛나는 희생도 따랐다. 지난 시즌까지 김가영과 혼합복식 주력 요원으로 뛴 김진아는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 사카이 아야코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는 포스트시즌 단 1경기를 뛰었다. 자존심이 상할 법했지만 ‘팀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조력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큐는 잡지 않았지만 동료와 현장에서 호흡했다. 우승 직후 김병호와 김가영이 소감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힌 데엔 김진아의 존재 가치도 한몫했다.
김진아는 “첫 우승을 경험하게 해준 팀원에게 고맙다. 각자 스트레스와 힘든 게 많았을 텐데 내가 가장 힘들 거라고 말해주고 보듬어준 선수에게 고맙다. 감동”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선수상(MVP)의 주인공은 초클루다. 그는 우승을 확정하는 ‘끝내기 샷’과 더불어 포스트시즌에서만 17승9패를 기록, 65.4%의 승률을 자랑했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월드컵에서만 두 차례 우승하며 톱랭커로 지낸 초클루는 지난해 PBA 진출을 선언했다. 그전까지 세계 랭킹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한물간 선수’로 인식됐다. 그러나 PBA팀리그를 통해 완벽하게 부활, 커리어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는 “1~3라운드엔 내 기량을 보이지 못했지만 5라운드부터 내 흐름대로 경기했다”며 “MVP에 선정돼 기쁘다. 팀을 위해 헌신했고, 그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웃었다.
초클루와 4세트 혼합 복식에서 높은 승률을 뽐낸 사카이는 “초클루는 대단하고 특별한 선수다. 항상 ‘즐겨라, 릴렉스하라’며 경기에 집중하게 해준다. 편하게 임했고 좋은 성적을 냈다”고 고마워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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