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원장 "챗GPT 시대…AI·정보보호 사이 균형 잡을 것"
"사전적정성 검토제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 최소화"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상서 기자 =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최근 화두라고 한다면 단연 '챗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일 것"이라며 "기업들이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는 게 개인정보위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쓰일 유용한 데이터에는 개인정보가 섞일 수밖에 없다"며 "인류에게 큰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 과제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균형 잡기'의 묘안을 발휘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그가 꼽은 것은 교통정보나 자율주행이다.
수많은 길거리에서 수집한 영상 정보를 인공지능의 기계학습(머신러닝)에 활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 영상에 내 얼굴이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국민의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정형 데이터보다 비정형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추세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가 더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정형 데이터는 엑셀 파일처럼 행과 열 등 규정된 틀에 정리된 수치라고 한다면, 비정형 데이터는 정의된 구조가 없는 영상 등과 같은 정보를 의미한다.
그는 "그렇기에 데이터가 지정된 범위 내에 머물면서, 외부와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며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느낄 수 있는 불확실성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위가 '사전적정성 검토제'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고 위원장은 부연했다.
사전적정성 검토제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려는 사업자가 개인정보위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법 준수방안을 사전에 마련하고, 이를 적정하게 적용했다면 추후 사정 변화 등이 없는 한 행정 처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그는 "기업이 느낄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설루션'(해결책)을 개인정보위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간 4건의 사전적정성 검토제 사례가 나왔으며, 조만간 정규제도로 편입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 1주년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유엔 인공지능 고위급 자문기구에서 '국제 거버넌스 분과 공동의장직'과 '자문기구 운영위원직'을 맡아 왔다.
개인정보위도 내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개인정보 국제회의인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 준비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국제 개인정보 관련 회의에 참석하면 한국에 관심이 매우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나 메타처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조사 처분을 내린 나라를 살펴볼 때 미국과 유럽 정도를 빼면 한국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내수 시장을 염두에 두고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기에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차별성이 있다"고 돌이켰다.
인공지능 기술은 한정된 일부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전 세계에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적인 차원에서 논의는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마 1∼2년 안에 글로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가 항상 '인싸'(인사이더) 그룹으로서 인공지능을 논의하는 테이블에 존재해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에 그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가 안착하도록 힘쓰겠다고도 약속했다.
고 위원장은 2010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법경제학회장,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등을 지냈다. 법·제도 현실에 밝은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는 "개인정보위라는 조직이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인공지능 영역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기업과 국민 모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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