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으로 모신 제4통신사…통신비 인하로 이어질까?

황정호 2024. 1.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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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파수 경매 시작…742억 원을 시작으로 최대 50라운드 간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건물에서 진행되는 경매에 참석하기 위해 참여 업체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막이 올랐습니다. 이달 초 신규 통신 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등 3곳이 정부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예정대로 지난 25일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경매 첫날 세종텔레콤이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현재 2파전입니다.

경매는 혼합 방식입니다. 최고가를 써내는 오름 입찰 방식으로 50라운드까지 진행하고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밀봉 입찰방식으로 결정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입찰가를 검토한 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할당받게 됩니다.

경매 최저 경쟁 가격은 전국 단위 주파수 최저가인 742억 원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통신 3사에 제시된 낙찰 가격이 2,072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가격입니다. 또 할당일 기준 3년 차까지 전국 단위 6,000대의 28GHz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의무 기지국 수도 기존과 비교하면 많이 낮춰줬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최대 4천억 원 수준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 '7전 8기' 정부가 파격적으로 모신 후보 업체… 재정 능력 등 우려 끊이지 않아

정부가 노리는 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과점 구조 타파입니다. 시장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될 거란 계산입니다. 자연스럽게 요금제 경쟁이 유발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지금까지 초라했습니다. 2010년부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이 8번째인데, 이번 경매에 참여한 법인들의 재무 건전성 등을 보면 이들이 과연 '메기'가 될 수 있느냐를 놓고 우려가 계속 나옵니다.

실제, 세종텔레콤 지난해 영업 손실은 54억 원에 달하고 스테이지파이브는 부실 기업의 증거 중 하나인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미래모바일은 공개된 경영 정보가 없을 정도의 소규모 업체입니다.

통신사업자 선정 방식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진입 문턱이 현저히 낮아져 이런 곳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등록제로 바뀌면서 사업자들에 대한 주파수 활용 계획 등은 심사가 면제됐다"며 " 재정적 능력은 실질적으로 심사가 안 된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정부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는 것 아니냐고 묻자 "주파수 할당 적격 심사는 공고에 있는 서류가 구성돼 있으면 적격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2010년부터 신규 사업자들이 주파수 적격 심사는 통과했지만, 허가 심사에서 탈락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사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따져보고, 이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한 뒤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도 늦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비 인하 효과 나올까?... 전문가들은 "글쎄"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들어와서 합리적인 요금제에 질 좋은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일이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따져봤습니다.

신민수 교수는 "주파수 28기가헤르츠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문제인데, 이 주파수는 기존 사업자들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반납한 주파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데 자생적 경쟁력이 갖춰지는 게 언제가 될지,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 효과가 나타날 거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장은 기존보다 낮춘 주파수 가격부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 실장은 "주파수 가격을 왜 3분의 1 정도로 낮춰준 건지 등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주파수 경매를 통해서 방송특수 발전기금 등 사용하는 기금이 있다"며 "이 기금을 이용해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건데 처음부터 줄어드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기존 통신사 망을 결국 사용해서 사업하겠다는 건데 기존 통신 3사의 서비스와 차별성이 없을 거라는 예상도 내놨습니다. 특히 "28기가헤르츠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어서 단말기를 새롭게 내놔야 하는데 신규 사업자들이 얼마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담보돼야 제조사들이 만들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특히 신민수 교수는 더는 내수 시장에서 제살깎아먹기 식 경쟁이 아니라 통신 3사의 신사업 발굴 등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외에서 올린 매출을 국내로 다시 투자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프랑스 등 해외에서 제4 통신사 유치 사례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폐지될 경우, 단말기 보조금 경쟁 심화로 신규 사업자가 안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5G 3만 원대 요금제에 단통법 폐지까지... 가계 통신비를 잡을 여러 대책이 속도전을 펼치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책은 던져졌고 묘책이 될지, 찻잔 속 태풍이 될지 시선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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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yellowcar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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