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블루칼라' 전성시대 올까
[편집자주]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면서 기업들의 직원 줄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고소득·고학력 직종일수록 AI의 일자리 공습에 더 취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하고 기업들도 효율 추구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①IT 업계 해고 칼바람
②AI發 '블루칼라' 전성시대 올까
③'AI와 로봇의 시대'… 인간과 공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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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논문은 물론 감성이 필요한 시나 문학까지 섭렵하고 있다. AI는 콜센터, 재무·회계 등 사무직을 넘어 제조·건설·생산 등 산업 현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관련 산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지난해 기준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약 290억달러, 한화 39조원 규모라고 분석했다. 오는 2030년 약 23배 성장한 6679억6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7.5%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노동부 직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AI가 발전하더라도 이발사, 소방관, 승무원, 경비원, 정비공, 피부관리사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았다.
반면 화이트칼라의 대표적인 분야인 교육, 정보, 금융, 과학·기술 분야는 AI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직군에선 AI가 사람의 지능 역할을 하는 만큼 AI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는 얘기다.
산업화 이후 고학력 사무직이 생산업이나 서비스직 노동자들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고 많이 번다는 불변의 법칙도 무너지고 있다.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대기업 관리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이 해고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약 1년 동안 미국에서 실직한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명이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노동부 통계를 분석해 작년 3월 기준 IT 분야의 정리 해고가 전년과 견줘 88% 증가했고 같은 기간 금융과 보험 업계의 정리 해고는 55%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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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세지고 있는 AI 열풍은 블루칼라 직업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서류 작업이나 전산 처리, 코딩 등은 AI가 인간을 압도하지만 배관, 돌봄 노동 등 직접 몸을 움직이는 작업들은 AI로 당장 대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소득 계층을 5단계로 나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3년(2019~2022년) 동안 임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조사한 결과 블루칼라가 대다수인 소득 하위 10% 계층이 9% 오르며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직업 선호도도 달라지고 있다. 육체 노동 강도가 세더라도 연봉이 높은 생산직·기술직이 인기다. AI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2446명을 대상으로 '연봉 3천 사무직 vs 연봉 5천 기술직'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봉 5천 기술직'을 선택한 비중이 72%를 차지했다. 월급, 워라밸 등 조건이 괜찮다면 77%가 기술직으로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화이트칼라 직종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대학교 학위 등도 AI의 발전으로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많은 돈을 들여 대학 4년을 다니느니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16∼24세 연령층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0.1%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6.2%, 2022년 62%로 지속해 떨어지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의 36%에 불과했다. 2013년엔 대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70%였는데 1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A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자 직군이나 전통적인 전문직 등이 인기였지만 AI가 무서울 정도로 발전하면서 AI가 따라오지 못하는 직업군을 고민하게 됐다"며 "몸을 쓰는 일이 달갑진 않지만 직업 안정성에선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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