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해 타율 4할' 훈남 외야수, 서건창 등번호 달고 미국 간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릴 1차 스프링캠프에 단 24명의 선수만을 데려가기로 했다. KBO리그 정규시즌 1군 로스터 28명보다도 적은 숫자다. 기간도 2주로 짧다. 1월 31일 현지 적응 후 2월 15일 2차 캠프가 열리는 대만으로 출국한다. 주전 선수를 제외하면 1군 코칭스태프들이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싶은 선수들로 꾸려졌다. 그 때문에 2년 만에 돌아온 마무리 조상우(30),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긴 최주환(36), 새 외국인 투수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28) 등 반갑거나 새로운 얼굴도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외야에 익숙한 등번호가 보였다. 3년 전만 해도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서건창(35·KIA 타이거즈)의 등번호였던 14번이었다. 지난해 데뷔해 훈훈한 외모로 주목을 받은 '훈남 외야수' 박수종의 번호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키움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수종에 따르면 우상인 서건창을 닮고자 조심스레 고른 번호였다.
서건창은 육성 선수들 사이에서는 닮고 싶은 선배이자 우상으로 여겨진다. 2008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서건창은 1군 1경기 출전에 그쳤고 방출당했다. 이때 서건창의 등번호는 14번이 아니었다. 이후 현역으로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2011년 겨울 입단 테스트를 통해 넥센(현 키움)에서 기회를 받았다.
14번을 등에 단 서건창은 신화를 써 내려갔다. 히어로즈 입단 첫해인 2012년 127경기 타율 0.266, 39도루, 출루율 0.342 장타율 0.367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128경기 타율 0.370(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 출루율 0.438 장타율 0.547로 MVP에 오르며 육성선수 신화의 정점을 찍었다. 서건창이 KBO리그에 남긴 안타의 91%(1236안타)는 히어로즈 14번을 달고 작성한 것이었다.
박수종도 시작은 비슷했다. 도신초-강남중-충암고-경성대를 졸업 후 두 차례 프로에 도전했으나, 두 번 모두 외면받았다. 하지만 입단 테스트를 통해 2022년 키움에 발을 디뎠고 1년의 프로 적응기를 거쳐 지난해 7월 12일 고척 KT 위즈전에서 깜짝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틀간 대주자와 대수비로 1군 무대를 밟았고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이때만 해도 그의 2023년 1군 무대는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9월 확장 로스터 때 다시 기대받았고 9월 21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3안타로 본격적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 첫 안타 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13경기 중 11경기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422(45타수 19안타) 3타점 7득점 3볼넷 6삼진, 출루율 0.460 장타율 0.533의 눈에 띄는 성적을 남겼다.
키움 입장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던 막판 소득이었다. 박수종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어디서나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주는 것이 장점인 선수였다. 공을 맞히는 능력과 세밀한 작전 수행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기에 1군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기대 않던 선수가 1군에서 깜짝 활약을 하니 매년 전력 유출이 있는 키움으로서는 더할나위없이 반갑다.
물론 한 달 풀시즌의 반도 안 되는 표본이라 판단은 섣부르다. 다만 멘털적인 측면에서 퓨처스리그에서의 좋은 기량을 1군에서 못 펼치는 유망주도 많기에 박수종의 적응력은 눈여겨 볼 만했다. 원주 마무리캠프 당시 박수종은 막판 맹타의 비결로 도슨의 이름을 꺼냈다. 로니 도슨(29)도 지난해 애디슨 러셀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57경기 타율 0.336(229타수 77안타), 3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2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그 점을 높이 산 키움은 도슨과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박수종은 "도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타격 메커니즘이 정말 좋아서 '어떻게 그렇게 잘 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메커니즘보단 멘털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자신은 한 타석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너도 좋은 기량을 갖고 프로에 왔으니 타석에서 자신있게 네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자신감이 생겼고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더라도 깊게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박수종은 마무리 캠프 때부터 오윤 타격코치와 함께 1군 선수에 맞는 루틴을 만들면서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 점을 높이 산 키움 구단은 박수종에게 미국 스프링캠프 참가를 제안했고 29일 저녁 비행기를 통해 1군 선수들과 함께 떠난다. 미국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외야수는 박수종과 함께 이용규(39), 이형종(35), 도슨, 주성원(24), 이주형(23)으로 단 6명뿐이다.
박수종은 "잠깐이 아니라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이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된다"며 "난 장타를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다. 선구안보단 콘택트에 조금 더 자신이 있다. 출루해서 많이 뛰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려는 베이스 러닝도 장점이다. 2루타를 비롯해 장타성 타구를 많이 날려 감독님도 경기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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