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에 감성 입히는 패션계 출신들...“미각 이상을 만족시켜라”

이민아 기자 2024. 1. 2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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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 GFFG, 게방식당, 마이페이보릿보틀 등 ‘핫플’ 공통점
패션업계 근무 이후 외식업계 진출
소비자들 사이서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으로 각광
간장게장·와인 등 다방면에서 활약

최근 식음료(F&B) 분야에서 패션업계 출신들이 창업한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 감성을 자극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고 변화가 빠른 만큼 F&B 시장에 이 감각을 접목했을 때 큰 효과를 내는 사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특히 카메라에 담기에 좋은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입소문의 비결로 꼽힌다. 감각적인 브랜드 운영으로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지난 26일 정식 개점한 스타필드 수원점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5월 입점 예정)과 노티드가 입점해 화제를 모았다. 스타필드 수원점은 경기권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이다.

이 곳에 나란히 입점하는 런던베이글뮤지엄과 노티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는 브랜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 두가지 브랜드의 입점은 스타필드 수원점이 ‘MZ 성지’라는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스타필드 수원점은 이 브랜드의 다섯번째 매장으로, 경기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생기는 점포다. 이 곳도 기존의 다른 점포들처럼 1~2시간 대기줄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이자 CBO(최고브랜드책임자)인 이효정(예명 료) 창업자는 20년 가까이 패션업계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알스타일, 러브앤헤이트 등 패션 쇼핑몰을 운영했다. 이후 그는 잠시 일을 쉬면서 영국 여행을 하다 카페를 해보자는 생각에 닿았다고 한다. 이후 하이웨이스트, 레이어드 등의 카페를 열고 런던베이글뮤지엄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도넛 전문점 노티드, 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등으로 유명한 GFFG의 이준범 대표도 미시간대-앤아버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그는 W컨셉 신규 사업부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며 디자이너가 작업한 창작물을 유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GFFG 관계자는 “이 대표는 외식업과 같은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산업에 적성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적 감각이 담긴 외식 아이템이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5BEY(다운타우너 전신) 브랜드 전개 단계서 미국에서 경험했던 감각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점. /런던베이글뮤지엄 제공

가게 문을 연지 1년 만에 미쉐린가이드의 선택을 6년 연속 받은 게방식당도 패션업계 출신이 창업자다. 게방식당은 2018~2023년 6년간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방건혁 게방식당(법인명 지비에프앤에프) 대표는 2006~2016년까지 제일모직,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마케터 출신이다. 부모님이 25년간 운영한 간장게장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이 안타까워 삼성물산을 나왔다고 한다. 그는 게방식당 논현 본점을 지난 2017년 열었다.

게방식당은 매장 인테리어를 흰색, 회색, 은색(스테인리스) 세 가지 색을 중심으로 카페처럼 꾸몄다. 별도의 설명이 없으면 간장게장집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다.

와인 바틀샵인 ‘마이페이보릿보틀’도 제일모직, 삼성물산 MD(상품기획자) 출신 성창언 대표가 창업한 곳이다 올림픽 공원에 본점이 위치한 이 업체는 성내동, 성수동, 부산 광안리 등 ‘핫플레이스’가 많은 곳에서 떠오르는 ‘주류 큐레이션 샵’이다. 광안리 매장에서는 와인 바를 운영한다.

마이페이보릿보틀은 패션 MD 특유의 감성을 살린 자체 굿즈를 개발해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 단체 구매 고객에게 특화된 와인 선물 패키지를 개발해 인사 담당자들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그는 서울 성수동에 퍼프피자라는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F&B 뿐만 아니라, 침대 브랜드 시몬스도 최근 감성적인 굿즈와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MZ세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경영을 공부한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 부사장은 이탈리아 남성복 회사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뉴욕 쇼룸에서 홀세일(도매) 상품기획자로 근무했다.

이후 김 부사장은 한국 제냐에서 리테일 플래너와 바이어 업무를 겸직했다. CJ오쇼핑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5년 시몬스에 합류해 브랜드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합류한 이후인 지난 2018년 문을 연 경기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는 네비게이션 앱 ‘티맵’에서 수도권 복합문화공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곳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침대회사인 시몬스의 ‘침대 없는 광고’와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열었던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도 젊은 세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패션 브랜드 출신들이 F&B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로 “미각 이상의 것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민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는 “식품을 섭취하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감각을 향유하기 위함이다”라며 “패션 브랜드를 운영해 본 사람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잘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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