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한번 나면 줄폐업 우려" 중처법 확대시행에 늘어난 한숨
"처벌 아닌 예방 효과 초점…시설·인력 지원 뒷받침"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막말로 사고 나길 바라는 사장이 어디 있습니까. 안 그래도 인력난인데 문 닫는 조선소 많을 겁니다."
27일 오후 찾은 부산 영도구 청학동 청학삼삼공공업단지. 주말임에도 이 일대 크고 작은 조선소 사업장은 큰 철문을 열어젖힌 채 작업에 한창이었다. 현장 작업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호구를 용접을 하거나 안전모를 쓰고 지게차를 운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이 본격화된 이날부터는 5~49인 사업장에서도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0여명의 직원을 둔 선박수리업체 대표 이모씨는 이날 작업장을 한 바퀴 돌며 근로자들에게 안전사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었다.
이씨는 "주말에 사무실 직원들은 쉬어도 작업 특성상 현장 근로자는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주말에는 직접 나와서 작업장을 한번 쭉 돌아보곤 한다"며 "한정된 공간에서 동시에 하는 작업이 많고, 공간이 협소해 위험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사고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다치고 싶은 사람, 다치길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 "대기업도 아닌 이런 중소업체는 사고 한번 나면 줄줄이 문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장의 한 관리 직원은 "선박을 건조나 수리하는 작업은 위험성이 높은 데다가 광범위한 조업 구역을 빈틈없이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20인 미만 사업장이라 안전보건 관리 담당자를 따로 두진 않지만 매주 월요일마다 작업 전 기계·설비 확인, 안전장비 착용 등 정기 보고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박 건조·수리업은 규모가 방대하고 복잡해 작업공정에 대한 정형화된 표준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자동화방식이 어려워 노동집약적 업종으로 꼽힌다.
한 공간에서 수많은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떨어짐, 부딪힘, 끼임, 화재·폭발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장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박건조‧수리업의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 수)은 3.68‱로 제조업 평균(1.27‱)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건설업(2.1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작업자 역시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영세기업의 경우 한 번의 큰 사고로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게차를 운전하던 정모씨는 "안 그래도 인력난인데 사고 날까 부담스러워서 누가 운영하려고 하겠냐"며 "문 닫으면 사장은 둘째치고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는 거다"고 걱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업재해 예방 효과에 초점을 둔 체계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제조업 중에서도 선박 수리·건조업은 중대재해 빈발하는 건설업의 특징을 가졌다"며 "하도급 공정이 바탕이라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 사고발생 빈도는 더 높고 안전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모든 사고를 제거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고가 그러하듯 작업자의 책임이 0%일 순 없다. 그래도 잠깐 부주의가 곧 생사를 오가는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며 "결정권자로서 경영자가 안전시설·인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의지가 있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투입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은 전체 사업장 17만8190개 중 50인 이상 3208개(1.8%)에 불과했던 중대채해법 적용 대상이 27일부터 5~49인 4만1985개가 추가돼 4만5193개(25.7%)로 크게 확대됐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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