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 쓸어 담는 SM그룹… 범현대家 노현정 남편 건설사도 가져간다

김종용 기자 2024. 1. 29.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와 정대선씨. /뉴스1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해 사세를 키우는 삼라마이더스그룹(이하 SM그룹)이 회생 절차를 밟는 중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를 품는다. SM그룹은 작년에만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던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와 국일제지 두 곳을 인수한 바 있다. SM그룹은 법정관리를 거친 기업을 정상화하는데 노하우가 있다고 인정받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파산 가능성이 높았던 에이치엔아이엔씨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엔아이엔씨의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SM그룹의 계열사 태초이앤씨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 태초이앤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 에이치아이엔씨 유상증자 참여해 경영권 확보할 듯

에이치엔아이엔씨 매각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토킹 호스는 수의계약으로 우선매수권자를 미리 찾은 뒤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원매자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매각 측은 지난해 12월 태초이앤씨를 우선매수권자로 선정한 뒤 지난 17일 본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한 곳도 없어 태초이앤씨가 인수예정자로 확정됐다. 매각 측은 최근 태초이앤씨에 “계약 당사자로 선정됐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말 기준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씨가 지분 81.3%를 가진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우수AMS로 지분 18.7%를 보유하고 있다. 정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아파트 브랜드 ‘헤리엇’과 상업용 건물 브랜드 ‘썬앤빌’ 등을 운영한 중견 건설사다. 한때 연결 기준 매출액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악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해 3월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2022년 말 기준 매출액은 2974억원, 영업손실은 643억원이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보유 중인 토지가 사실상 없다는 점 때문에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았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치엔아이엔씨의 보유 토지는 서울 본사와 울산 지사, 삼송 헤리엇 등 3곳으로 공시지가는 총 128억원에 불과하다.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치아이엔씨의 유동자산은 32억원, 비유동자산은 228억원이다. 반면 비유동부채는 1520억원, 결손금은 477억원 수준이다. 태초이앤씨는 에이치엔아이엔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뉴스1

◇ SM그룹 부실기업 인수해 탈바꿈… 재계 순위 30위 올라

SM그룹은 경영 위기를 겪는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는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경영이 안정된다”는 우 회장의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 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 파산하는 이유는 과도한 부채 때문”이라며 “불황기에 과도한 부채로 파산한 기업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M그룹의 시작은 우 회장이 설립한 삼라건설이다. 당시 전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일었던 ‘아파트 붐’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1996년 10월 SM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삼라마이다스를 설립했다. SM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수도권의 알짜 택지를 헐값에 내놓자 삼라건설이 이를 사들이며 수도권까지 진출했다.

이후 SM그룹은 2004년 건설사 진덕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업 인수를 시작했다. 조양(합성수지 제조업), 벡셀(축전지 제조업), 경남모직(섬유 제조업), 남선알미늄(알루미늄 제조업), 티케이케미칼(합성섬유 제조업)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한국도로공사 출자회사인 하이플러스카드와 신창건설을 인수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해운업계 불황에 타격을 입으며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대한해운을 품었다. 이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미주 노선과 광양터미널, 경인터미널 등을 인수해 SM상선을 설립했다.

SM그룹은 건설사도 꾸준히 인수하며 사세를 불렸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기업이다. 해외 건설업 1호 건설사로 잘 알려진 경남기업은 2017년 10월 SM그룹에 편입됐다. 2022년 STX건설도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하면서 SM그룹에 인수된 건설사다. 올해 에이치아이엔씨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 SM그룹 내 건설사는 총 15곳으로 늘어난다.

SM그룹은 작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30위를 기록했다. SM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7년 공정위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릴 당시 49위에 이름을 올린 SM그룹은 2022년 34위에 이어 작년 30위에 올랐다. 대기업집단 순위의 기준이 되는 공정자산(금융사 자본총계 + 비금융사 자산총계)은 16조4620억원으로 29위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차이가 2650억원에 불과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