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따라 쭉쭉 ‘오라이’…우주선 주차, 어렵지 않아요
정찰 궤도선 레이저, 무인 착륙선 ‘비크람’ 반사경 맞고 돌아와
착륙선의 하강 위치·속도·월면까지 남은 거리 등 알 수 있어
‘달 공항’ 건설하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 목표 달성에 도움
#1969년 7월20일,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에서 분리된 월면 착륙선 ‘이글호’가 달을 향해 빠르게 하강한다. 이글호의 역할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선장 닐 암스트롱을 월면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큰 문제 없이 이글호 고도가 낮아지던 중, 착륙 예정지를 눈으로 살피던 암스트롱의 얼굴이 갑자기 경직된다. 자동차만 한 암반이 착륙 예정지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내려가면 이글호는 월면에서 전복되거나 파손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암스트롱은 컴퓨터에 의존하는 자동 조종장치를 끈다. 그리고 수동 조종으로 이글호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비상조치였다. 비상조치 수분 뒤, 하강 내내 이글호 동체에서 이어지던 진동이 갑자기 멈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글호 내에서 한숨을 고른 암스트롱은 “여긴 ‘고요의 바다’다. 이글호가 착륙했다”라고 지구 관제소에 차분히 보고한다.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퍼스트맨>에서 묘사된 인류 최초 달 착륙 장면이다. <퍼스트맨>은 실화에 기초한 작품인 만큼 이글호의 급박한 상황 역시 진짜 있었던 일이다.
1969년 이글호 착륙 때나 지금이나 달에 내리는 일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달에는 착륙선을 특정 장소로 안전하게 인도할 ‘착륙 유도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구의 공항과는 딴판이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달 표면에 착륙 유도 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시험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도 달 착륙선에 ‘정조준 발사’
NASA는 이달 중순 발표한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달에서 빛의 일종인 레이저를 이용한 특정 시험을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달을 도는 인공위성이 월면에 놓인 반사경(거울)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반사경에서 튕겨나간 레이저를 인공위성이 정확히 되받는 시험이었다. 레이저를 쏜 인공위성의 이름은 ‘달 정찰 궤도선(LRO)’이었다. LRO는 NASA가 2009년 달을 향해 보낸 월면 관측용 인공위성이다. LRO가 레이저를 쏜 위치는 달 표면에서 100㎞ 상공이었다. 레이저가 꽂힌 ‘과녁’은 지난해 8월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달에 안착시킨 무인 착륙선 ‘비크람’ 동체 외부의 반사경이었다. NASA가 공개한 반사경 사진을 보면 보통 손거울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과자 크기쯤 되는 지름 5㎝짜리 금속 소재 반구에 레이저를 튕겨낼 고성능 프리즘 8개가 박혔다.
레이저 반사 시험은 8차례 시도 끝에 지난해 12월12일 성공했다. 시험 결과를 정밀 분석해 한 달여 만에 공개한 NASA는 “LRO에서 쏜 레이저가 비크람의 반사경에 맞고 다시 LRO로 돌아간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NASA가 이 시험을 실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저 반사 현상이 달 착륙선을 특정 월면으로 정확히 인도할 인프라, 즉 착륙 유도 장치를 만들 기초 기술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재 달에는 공중 어느 지점에서, 어느 정도 속도로 하강하면 특정 월면에 안착할 수 있는지 신호를 줄 착륙 유도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착륙 유도 장치는 지구의 공항에서는 흔하다. 대표적인 것이 ‘계기착륙장치(ILS)’이다. ILS는 활주로를 중심으로 항공기의 진입 방향과 높이, 거리 등을 항공기에 전파로 알려준다. 조종사는 날씨가 나빠 시계가 불량해도 ILS를 통해 안전하게 착륙한다.
‘월면 공항’ 인프라 건설 계기
이번에 시험에 성공한 기술을 발전시키면 달에서도 ILS와 비슷한 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달 착륙선은 자신이 내려야 할 위치를 가늠할 일종의 ‘이정표’를 얻게 된다는 얘기다. 달 착륙선은 자신이 쏜 레이저를 튕겨낸 월면의 반사경 위치를 기준 삼아 공중에 뜬 자신의 위치와 착륙 예정지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면 당연히 가장 적절한 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쓰면 착륙선이 고도를 착각해 월면에 충돌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가 반사경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착륙선이 월면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 중 자동차를 후진시킬 때, 장애물이 가까워지면 범퍼에 있는 거리 감지기의 경고음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이때 운전자들은 충돌을 막으려고 브레이크 페달을 깊숙이 밟는 것과 유사한 일이 달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월면에 설치될 착륙 유도 장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 중 하나는 먼 천체를 행선지로 삼는 로켓을 위한 우주 터미널을 달에 짓는 것이다. 착륙 유도 장치가 우주선들의 안전한 착륙을 지원할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미래 달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어두운 월면에 안전하게 착륙하고, 특정 우주선 옆에 정확히 내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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