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웹툰으로 日 뚫은 ‘라인망가’… 김신배 CGO “오리지널 작품 발굴해 韓·美·日 콘텐츠 국경 허물겠다”
“日 독자들, 웹툰 콘텐츠에 마음 열고 즐기기 시작한지 몇 년 안돼”
”당분간 한국 콘텐츠 日 소개해 히트작 만드는 게 목표”
”궁극적으로는 웹툰 콘텐츠가 국경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일본에서 한국의 ‘웹툰’이라는 장르에 대해 인지도가 높아진 지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웹툰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에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는데, 이제서야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단순히 한국 웹툰을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일본·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모두 통할 수 있는 ‘웹툰 오리지널’을 발굴해 내겠습니다.”
네이버웹툰이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작년 1~11월 ‘라인망가’와 ‘이북 재팬’ 합산 연간 거래액이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세운데 이어, 웹툰 ‘입학용병’이 지난해 라인망가에서 연간 거래액 10억엔(약 90억원)을 넘었다. 라인망가 단일 작품 역대 최대 기록이다. 작년 1월 라인망가는 일본 만화앱 최초로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지난 8월부터 월간 사용자수(MAU) 1위 만화앱 자리에 올라섰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지난 2013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웹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초창기에는 ‘라인망가’ 앱을 통해 일본의 출판 만화를 전자책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비독점 작품이었기 때문에 라인망가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2020년 8월 라인망가의 사업 운영체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되고, 이듬해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가 취임하면서 네이버웹툰은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웹툰이라는 콘텐츠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김 CGO 취임 후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2022년 4월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했다.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해왔다. 이북재팬 인수로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앱 중심 서비스인 라인망가, 웹 중심의 이북재팬 플랫폼을 통해 앱과 웹에서 만화 이용자들을 공략하게 된 것이다.
김 CGO는 지난 11일 조선비즈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일본의 망가 독자들에게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익숙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라고 했다. 일본 독자들이 웹툰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유인책이 필요한데, 초창기만 해도 라인망가 플랫폼이 단행본 중심이었기 때문에 세로 스크롤 방식인 웹툰을 연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후 첫 해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뷰어 등 프로덕트 개발에 힘을 쏟았다”며 “1년 동안 전사에서 100여명 이상이 투입됐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작품을 키워나가는 것은 그 다음 순서였다. 김 GGO는 “단행본을 파는 것과 웹툰을 읽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며 “프로덕트를 개발한다고 갑자기 웹툰 매출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든 일본 독자들이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웹툰을 읽게 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들을 진행하면서 하나하나 작품을 키워갔다”라고 했다. 특정 작품을 읽으면 보너스 코인을 주거나, 24시간 기다리면 무료로 풀리는 작품을 빨리 볼 수 있도록 시간 단축권을 주는 식이다.
여러 노력 끝에 김 CGO 취임 3년차인 지난해가 되어서야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학용병 외에 히트작으로 ‘재혼황후’ ‘약탈신부’ 등이 꼽히는데 각각 월 거래액이 1억엔(약 9억원)에 육박한다. 좋은 콘텐츠들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가져와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작년에는 라인망가가 오리지널 작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한 시기”라며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욱 성장할 준비가 돼 있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 CGO는 “이제 막 웹툰 시장이 커 가고 있는 단계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한국 작품을 일본에 선보여 히트작을 선보이는게 목표”라며 “일본 독자들이 웹툰이라는 콘텐츠에 마음을 열고 ‘망가가 아니어도 재밌다’고 느끼기 시작한지는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라인망가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웹툰이 여럿 나와야 더 좋은 작품들이 라인망가로 오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작품이든 일본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꾸준히 발굴해 웹툰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겠다는게 김 CGO의 목표다.
그는 “일본 시장에서 웹툰을 만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 작가들이 일본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크로스보더’(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실제 라인망가에서 만든 웹툰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웹툰에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쌍둥이 영애가 남장을 하는 이유’ ‘동그란 그녀와 소심한 그 남자’ ‘선배는 남자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평점 9점대 후반으로 독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선배는 남자아이의 경우 일본 소니뮤직그룹 계열사인 ‘애니플렉스’(ANIPLEX)를 통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올해 방영 예정이다. 글로벌 연재 뿐 아니라 영상화까지 이뤄지며 IP(지식재산권) 밸류체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꼽히는 기대작이다.
김 CGO는 “한국 독자들은 한국 웹툰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 작품이 일본으로 미국으로 뻗어가듯, 일본 작품도 한국으로 미국으로 뻗어 가야 웹툰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올해는 해외에 라인망가의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고, 한국에도 여럿 소개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웹툰 시장을 이야기할 때 한국과 일본, 미국 어느 한 곳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은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등 슈퍼 히어로 중심의 만화 뿐 아니라 소책자 형태의 코믹스,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디지털 코믹 등 독자적인 시장이 존재한다. 그는 “미국 시장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단순하게 만화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것 뿐 아니라 IP가 성장했을 때 글로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며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상화가 진행된다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망가는 만화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고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며 “그만큼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은 웹툰의 시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면서 “웹툰은 현재 가장 진보적이고 디지털화된 만화 콘텐츠인데 이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전진 기지로서 전 세계 만화의 재부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인망가는 아직 단행본 위주인 이북재팬에 작년 11월부터 라인망가 오리지널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김 CGO는 “3년 전 라인망가가 변신을 시도할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라인망가가 걸어온 길을 이북재팬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도 “앱인 라인망가와 웹인 이북재팬의 사용자 층이 서로 다른 만큼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