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충당금 더 쌓아라"···당국 경고에 2금융권 '부실 털기' 총력

조윤진 기자 2024. 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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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2금융권 구조조정 압박···부실채권 정리 속도전
금감원, 협회·PF 담당 임원 소집
기존 토지담보대출도 PF대출 취급
캐피털 2600억·저축銀 700억 등
PF 정상화 펀드 자금 집행도 가속
후순위많아 부실채 매각 쉽잖을듯
[서울경제]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토지담보대출(브리지론)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제2금융권의 PF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역시 부실채권 정리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2금융권 PF 사업장 대부분이 이해관계자가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정부 의도대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털·상호금융 등 2금융권 유관 협회와 주요 회사 PF 담당 임원을 소집해 2금융권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박상원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2023년 말 결산 시 장기간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금감원은 그간 PF가 아닌 일반 대출로 분류했던 저축은행 브리지론에 대해 올해 신규 취급분부터 PF 대출로 분류해 강화된 충당금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 취급분에 대해서도 PF 대출로 취급해 충당금을 쌓으라고 적립 기준을 더 강화했다.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정상 또는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했던 PF 대출이 대거 고정 이하(부실) 채권으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국 차원에서 일대일 면담을 통해 밀착 관리할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분류나 충당금 적정성을 제대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3일 임원회의를 통해 “충당금 적립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는 금융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직후 금감원이 다시 2금융권 관계자를 불러모은 것은 그만큼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캐피털 업계와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지시에 따라 충당금을 쌓았으나 일부 저축은행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권에서도 PF 부실 정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기는 하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채권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대형 저축은행 3곳(OK·한국투자·웰컴)과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7곳(KB·신한·하나·우리금융·NH·IBK·BNK)이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3월 이전보다 두 배로 확대한 700억 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나 운용사에 제안서를 보내는 등 외부 영업을 통해 인수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유관 부서들과 TF를 구성해 부동산 PF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 업계도 기존에 조성한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캐피털사는 자금 부족으로 사업 진행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6개 사업장을 선정해 사업 부지를 인수하거나 사업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총 26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모두 집행할 계획이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PF 정상화 펀드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PF는 동결시킨 뒤 관리 태세로 전환했다”며 “우발 채무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금융권이 가진 PF 대출 채권 대부분이 사업장마다 수십 개 금융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브리지론인 데다 매각 시 자금 회수가 어려운 중‧후순위 사업장이 많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브리지론의 경우 대주단 차원에서 매각이나 만기 연장을 논의하다 보니 단독 의견을 통해 매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금융권이 취급한 PF 대출 중 만기가 연장된 브리지론의 비율은 70%로 본PF 만기 연장 비율(50%)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에 금융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집중 관리 대상으로 꼽는 숫자가 있다”면서 “사업성이 없는 것을 단순히 만기 연장으로 그냥 끌고 가면서 부실 인식을 늦추는 것은 막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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