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김판곤 활약, 아시아 축구계 ‘감독 한류’ 더 거세진다[스경X도하]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 출신 감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인도네시아를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시킨 신태용 감독이 호주와의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졌지만,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로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앞서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은 우승 후보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향후 아시아 축구계에서 한국 감독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8일(현지시간)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안컵 16강전에서 0-4로 지며 토너먼트 한 경기 만에 도전을 멈추게 됐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과를 남기면서 신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홍콩(150위) 다음으로 낮다. 하지만 우승 후보 일본, 이라크, 베트남이 속한 D조에서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인도네시아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신 감독의 지도력에 화답하듯 이날 수용인원 1만5000명인 스타디움 절반 이상이 인도네시아 팬들로 채워졌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인도네시아 관중들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며 자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홈 경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FIFA 랭킹 25위 호주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를 펼치며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강한 전방압박에 측면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축구에서도 변방에 자리했다. 2011년과 2015년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고, 2019년 대회에선 정부가 축구협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로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징계를 받아 참가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2020년 신 감독 부임 이후 한 단계 도약했다. 2020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준우승, 2021 동남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성과를 올렸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부임 이후 처음으로 동남아 지역 최대 라이벌 베트남에 승리를 거뒀고, 16강까지 진출했다. 이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호주전 승리에 포상금을 걸 정도로 기대가 커졌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잘 따라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통과가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신 감독 전에는 말레이시아를 이끄는 김판곤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한국과 같은 E조에 속한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는 승점 1점을 쌓는 데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다수 버티고 있는 한국(FIFA 랭킹 23위)을 상대로 3-3 무승부를 거둬 말레이시아 팬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한국인 감독들의 성공은 다른 국가 대표팀 외국인 감독들의 부진과 겹쳐 더욱 도드라진다. 인도네시아와 한 조에 속해 3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든 베트남의 일부 축구 팬들은 박항서 전 감독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베트남은 과거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이끌고 있다.
조별리그 내내 무득점에 2무 1패로 탈락 수모를 당한 중국은 기존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과 결별하고 최강희, 서정원 등 한국 출신 감독을 새 사령탑 후보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항서 감독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 축구계 감독 한류가 거세게 분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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