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투자한 골프존…슬슬 손 떼는 KB자산운용
다수의 펀드‧ETF에 골프존 편입해 상품 운용
최근 지분 대폭 축소…주가 부진에 실적도 줄어
KB자산운용 "지분 매도 큰 의미 없다" 일축
KB자산운용이 10년 간 투자해온 골프존 지분을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다. 골프존은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사업장 운영업체다.
KB자산운용은 골프존 지분을 지난해 9월 기준 12.48%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1월 8.72%까지 낮췄다. 골프존 지주회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 지분 역시 지난해 1월 9.49%에서 같은 해 10월 3.96%까지 줄였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골프존은 KB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다수의 주식형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되어 있는 주요 종목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프존 보유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은 KB자산운용이 판매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KB자산운용의 지분 감축은 골프존에 투자하고 있는 일반 주주들에게도 의미있는 지점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0년간 2대주주 자리를 지키면서 골프존에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2013년 골프존 2대주주 등극
KB자산운용은 지난 2013년 2월 골프존(분할 전) 주식 99만7827주(지분율 8.12%)를 취득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최대주주인 김원일 골프존 대표와 특수관계인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이 많았다.
당시 KB자산운용은 2대주주에 등극할 정도로 많은 지분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뛰어난 현금창출능력, 경기흐름과 무관한 꾸준한 매출을 매력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후 KB자산운용은 약 2년간 꾸준히 골프존 지분을 늘렸고 2015년 2월 지분율은 20%를 넘어섰다.
이후 골프존이 2015년 3월 사업회사 골프존과 지주회사 골프존뉴딘홀딩스로 인적분할하면서, KB자산운용은 분할비율에 따라 골프존과 골프존뉴딘홀딩스로 지분을 나눠 가졌다. 지분율은 골프존 20.69%, 골프존뉴딘홀딩스 14.35%였다.
분할 이후 KB자산운용은 사업회사인 골프존을 중심으로 추가 지분 확대에 나섰다. 지분 약 10%를 더 취득해 2015년 10월 지분율을 29.18%까지 끌어올렸다.
KB자산운용은 지분 추가 확보에 그치지 않고, 골프존 주요주주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수탁자 책임활동의 일환으로 골프존의 특정 사업 양수도 추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배당주 골프존 편입상품 '16개'
KB자산운용이 배당확대에도 목소리를 내자 골프존은 배당주로 탈바꿈했다. 골프존의 결산배당금이 2019년 1850원→2020년 2050원→2021년 2500원→2022년 3500원→2023년 4500원으로 해마다 높아진 것이다.
KB자산운용은 배당주라는 특징을 활용해 자사가 내놓은 상품 상당수에 골프존을 편입해 운영했다. 주로 기업의 성장 잠재력보다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거나 배당주 위주로 투자하는 상품에 골프존을 넣어 둔 것이다.
1월 25일 기준 KB자산운용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모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골프존을 편입해 운용 중인 상품은 16개다. 이 중 주식형펀드가 11개, 자산배분형 펀드가 2개, ETF가 3개(골프존뉴딘홀딩스 편입 포함)다.
눈에 띄는 것은 KB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주식형펀드(공모) 37개 중 11개 상품에 골프존이 들어가 있고 편입 비중 역시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품들에서 자산편입비중 3~4위(4.89%~5.9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골프존이다. 이 중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형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KB중소형주 포커스'는 골프존 비중(5.32%)이 1위에 올라 있다. 골프존 지분, 왜 줄일까?
운용 중인 상품에서 골프존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과 달리 KB자산운용은 최근 골프존 지분을 줄이는 흐름이다.
KB자산운용의 골프존 지분율은 지난 2020년 8월까지만 해도 20%대를 유지했으나 그해 9월 19.07%로 줄었다. 2021년 11월에는 13.64%까지 내려왔다.
2023년 들어서는 더 적극적으로 골프존 지분을 줄였다. 지난해 9월 지분율은 12.48%로 떨어졌고 이후 11월 11.44%, 12월 10.42%로 줄어들더니 올해 1월 19일 기준 8.72%까지 내려왔다.
지주사 골프존뉴딘홀딩스 지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2년 7월 KB자산운용의 골프존뉴딘홀딩스 지분율은 14.62%였으나 같은 해 9월 13.12%, 12월 11.7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지분율 축소 속도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지분율은 9.49%였고 2월에는 7.80%로 내려왔다. 이후 7월, 9월, 10월 세 차례 걸쳐 지분을 줄여 최종적으로 KB자산운용이 가장 최근 공시한 골프존뉴딘홀딩스 지분율은 3.96%(지난해 10월 기준) 까지 떨어졌다.
이어지는 지분율 줄이기는 그동안의 KB자산운용 행보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10년 이상 장기투자하고 성장잠재력과 배당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상품운용에 적극적으로 넣어 왔던 모습과는 다른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골프존 지분 매도에 어떤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며 펀드를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조정)하는 과정에서 비중이 조금 줄어든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골프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2대주주 자리를 지켜온 KB자산운용의 잇따른 매도 행위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도 있다.
골프존이 과거 주가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KB자산운용의 매도 배경으로 볼 수 있다. 2022년에 골프존 주가는 18만원대를 넘기도 했으나 현재 주가는 7~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골프존의 실적 흐름도 신통치 않다. 과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스크린골프사업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젠 감염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해당 여파 때문인지 지난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9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누적영업이익 1412억원보다 30% 줄어든 수치다. 시장 기대치(1334억원)도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 입장에선 영업환경과 실적흐름을 감안해 일정 수준 꾸준히 매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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