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도약의 조건 ②] '날개' 못 펴는 간편가정식

라창현 2024. 1. 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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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전략·글로벌 사업 전략 부재로 인해 고전

하림이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HMM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재계 순위는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른다. 숙원인 양재동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도 드디어 첫발을 뗐다. 종합 물류기업의 꿈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다만 아직 정리할 문제들이 남았다. 외형이 급격하게 커지고, 동시에 재계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하림 앞에는 풀어야 할 이슈도 적잖이 놓여 있다. 그 과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뉴스24 라창현,전다윗 기자] 하림산업은 지난해 세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영업손실 탓이다. 지난 2019년 148억원이던 영업손실이 2022년 589억원으로 4배 이상 커졌다. 야심차게 뛰어든 가정간편식(HMR) 사업에서 고전하며 생긴 일이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HMR 사업이 '밑 빠진 독'이 된 꼴이다. 하림의 비전인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선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업계 1위보다 비싼 가격에 소비자 외면

지난 2021년 10월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하림은 2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에 즉석밥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라창현 기자]

업계에서는 하림의 '프리미엄 전략'을 점검할 타이밍이라고 지적한다. 하림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합성조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 HMR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가격도 그에 걸맞게 비싸졌다.

실제로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은 대형마트에서 라면 한 봉지(4입)가 7800원에 팔린다. 농심 신라면의 프리미엄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신라면 블랙 제품이 한 봉지(4입)에 6150원에 팔리는 것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책정됐다.

즉석밥 제품인 '더미식 밥'의 출시가는 2300원으로 당시 CJ제일제당의 햇반(1850원)의 가격보다 450원 비쌌다. 현재 대형마트 기준 CJ제일제당의 햇반(210g, 8입)은 1만900원에 팔리고 있는데, 더미식 백미밥(210g, 6입)은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일까. 더미식 밥의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5%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의 주력 상품인 라면 1봉 가격 역시 평균 1700원 수준으로 일반 라면 제품 평균가보다 비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라면과 즉석밥 등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편하게 먹기 위해 소비하는 제품인데, 하림의 제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별다른 특징도 없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해외 시장 전략은 "…"

글로벌 사업 전략의 부재도 하림 HMR 사업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림의 경쟁사들은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과 타사 제품들이 진열대에 놓여져 있다. [사진=라창현 기자]

라면 업계 1위 농심은 지난 2022년 라면 매출액의 약 44%가 해외 매출이었다. 2018년 30%, 2019년 33%, 2020년 37%, 2021년 41%로 꾸준히 증가세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은 완연한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삼양식품의 면스낵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무려 70%에 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 인구가 많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하기가 힘들다"며 "매출액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림 측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림 관계자는 "아직은 브랜드 론칭 이후 1년 반 정도 됐고, 소비자들께 제품을 선보이는 시기로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생각해 장기적으로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자사몰의 경우 재구매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타사 프리미엄급 라인과 비교를 했을 때 비슷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재료를 써서 그에 맞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라창현 기자(ra@inews24.com),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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