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유정복 스타일?" 인천시 소각장 정책 전환을 보는 시선들
"쓰레기 직매립 금지 코앞인데" 소각장 마련은 수년째 난항
인천시 "정책 전환 이유는 기초단체의 비협조"
기초단체들 "우리를 전쟁으로 내모나…일방통행식 행정도 문제"
"기초단체에 강력 드라이브 건 유정복…정치 공력? 성급한 결단?"
인천시가 수년간 추진했던 자원순환센터, 이른바 생활폐기물 소각장 확충 사업을 각 자치구가 알아서 준비하라고 갑자기 입장을 바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결정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천시 "소각장 구청이 알아서"…유정복 "떠넘기기 아니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종전 인천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광역 소각장을 짓겠다는 내용의 '자원순환센터 추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앞으로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소각장 설립 추진과 책임 주체인 군수와 구청장이 주도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해당 군수나 구청장이 소각장 설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폐기물 관련법에 명시된 발생지 처리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고 법과 원칙을 따라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서 "군·구에 어려운 일을 미루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 2년 뒤인 2026년부터 시행되는 수도권지역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맞춰 소각장을 마련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책임 미루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 코앞인데" 소각장 마련은 수년째 난항
앞서 인천시는 민선 7기 때부터 인천을 남부권(미추홀·연수·남동)과 북부권(강화·서구), 동부권(부평·계양), 서부권(중·동·옹진)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소각장을 짓는 계획을 주도해왔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 모든 지자체는 생활 쓰레기를 더 이상 그냥 땅에 묻지 못하고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이 소각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시설 성격상 장소 선정이 어려웠다.
4년마다 단체장이 바뀌는 지방자치단체 특성상 주민 민원을 넘어 소각장을 마련해야 하는 인천시 입장에서는 광역자치단체 역할을 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워 이른바 하향식 방식으로 소각장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동부권역은 인접 경기 부천시와 광역소각장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부천시가 지난해 3월 이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이후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평구와 계양구는 구별 소각장을 따로 설치할지, 두 자치구가 함께 쓰는 광역소각장 건립할지 협의 중이다.
서부권 소각장도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예비후보지 5곳을 선정했지만 영종도 주민들이 "영종에만 예비후보지 5곳이 몰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 답보상태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원활한 남부권·북부권 소각장 역시 2026년 직매립 금지 시행 이전에 가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도국제도시 내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는 남부권 소각장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앙투자심사를 준비 중이다. 서구가 주도하는 북부권 소각장은 입지선정위원회를 6차례 개최했고 올해 5월까지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천시 "정책 전환 이유는 기초단체의 비협조"
인천은 현재 송도소각장과 청라소각장 등 광역소각장 2곳과 민간 소각장 6곳에서 일평균 1100톤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고 나머지 300톤가량은 수도권매립지에서 직매립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2026년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이 300톤의 쓰레기를 태우지도 못하고 땅에 묻지도 못해 처리가 곤란해진다. 유정복 시장은 이들 광역소각장 계획이 전임 민선 7기 시절 일선 기초단체 사정과 주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계획을 수립해 사업 진척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열어 "민선 7기가 급한 마음에 소각장을 4개 권역으로 나눠서 광역화하려고 한 시도는 지역별 수요와 여건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며 "군·구가 주도하는 수평적 소각장 확충이 필요할 때"라고 이같은 기조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즉 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는 기초단체인데 이들이 '비협조'적이었으니 이번에는 상향식으로 추진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초단체들 "우리를 전쟁으로 내모나…일방통행식 행정도 문제"
그러나 소각장 입지 선정 작업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게 될 기초자치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기초단체들은 광역 소각장 선정 작업을 주도하던 인천시가 갑자기 군·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부권 후보지로 거론됐던 중구 영종도는 2026년 7월부터 행정체계 개편으로 영종구로 분리돼 입장을 내기 더욱 모호해졌다.
부평구는 인천시의 입장 발표가 나오자 즉각 서면 입장을 내 "권역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기초단체들을 전쟁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실무 협의가 공회전하고 시설 건립 시기가 늦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양구는 "인천시의 책임 회피"라는 입장을 냈다.
김정헌 중구청장도 "이번 발표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좀 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공을 던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광역소각장를 건설하면 건설비용의 40%는 정부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각 기초단체가 건설하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 입장에서는 자체 소각장 건설은 광역소각장 건설보다 더 어려운 과제다. 인천 기초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서구·연수구가 40%대이고, 나머지 지역은 30% 이하다. 인구가 적은 강화군이나 옹진군은 10%다.
인천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인천시가 10개 군·구 소각장 담당자들에게 정책 전환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건 유정복 시장이 입장 전환 입장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이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회의를 잠깐 소집해 '인천시 방향 정리됐고, 내일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협의·합의·동의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기초단체에 강력 드라이브… 유정복의 정치 공력? 성급한 결단?"
소각장 정책 만큼은 민선 7기의 기조를 이어가던 민선 8기가 1년 반만에 180도 기조를 바꾼 것을 두고 유 시장이 이번에는 기초단체를 상대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시장은 취임 이후 중구·동구를 영종구·재물포구로 전환하고 서구를 서구·검단구로 분리하는 등 행정체제 개편을 단행하고, 정치 현수막 철거를 추진하면서 행정안전부와 대치하는 등 취임 이후 다소 추진력 있는 행보를 보였다. 이들 정책 모두 사전 신호 없이 '깜짝 발표'처럼 갑자기 이뤄져 행정 일선에서도 당황하는 일들도 반복됐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기와 민선 8기 임기 말년 시기가 2026년으로 겹치는 만큼 이 사업을 사실상 임기 이후로 미룬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 이미 인천에는 6개의 민간소각장이 있어 그때까지 소각장을 마련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소각장의 의존도를 늘리면 소각장 입지 후보 지역의 주민 불만을 당분간 잠재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넘어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해 민감한 일들을 피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미다.
인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다소 우유부단했다는 과거 평가와 달리 유 시장이 민선 8기 이후 다소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런 변화가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온 구력인지, 정치적 체급 키우기를 위한 성급한 결단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앞으로 소각장 시설 건립 지역에는 어떤 주민 혜택 지원 방안을 마련했는지 홍보하는 동시에 시설을 만들지 않은 지역에는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등의 불이익을 알리는 방식으로 주민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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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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