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눈꽃처럼 허무한 사랑 빗댄 ‘이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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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예년보다 눈이 많이 내린다.
가요 중에는 겨울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히트곡이 꽤 있는데 그중 7080세대가 기억하는 최고의 노래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사랑의 슬픔'일 것이다.
그해 겨울 주요 전국 라디오 방송사들이 집계하는 올해 가장 많이 방송된 노래에서 781회를 기록, 2위 최진희 '가버린 당신'(710회), 3위 이선희 '알고 싶어요'(709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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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예년보다 눈이 많이 내린다. 눈은 낭만도 있지만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이별의 쓴맛도 있다. 가요 중에는 겨울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히트곡이 꽤 있는데 그중 7080세대가 기억하는 최고의 노래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사랑의 슬픔’일 것이다.
1986년 겨울 발표된 이 곡은 1987년 여름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골드컵을 수상했다. 그해 겨울 주요 전국 라디오 방송사들이 집계하는 올해 가장 많이 방송된 노래에서 781회를 기록, 2위 최진희 ‘가버린 당신’(710회), 3위 이선희 ‘알고 싶어요’(709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시인 하지영이 작사하고 이치현이 작곡한 이 곡은 이후 이치현과 벗님들의 대표곡이 됐다. 하지영 또한 1980년대 조용필의 빅히트곡을 작사했는데 ‘친구여’ ‘여행을 떠나요’ ‘미지의 세계’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치현은 훗날 인터뷰에서 하지영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네번이나 퇴짜를 놓았는데, 하지영이 조용필도 두번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며 화를 내는 바람에 뒤늦게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 곡은 눈꽃처럼 흩날려 사라지는 허무함을 사랑의 슬픔에 빗대어 표현한다. 하지영의 절제된 언어와 이치현의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가 한국인의 깊은 공감을 받았다.
“하늘엔 흰 눈이 내리고 거리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무슨 생각에 걸어왔는지 알 수 없어요/달리는 창가에 흐르는 눈꽃처럼 허무한 사랑에/눈을 감으면 그대 생각에 가슴이 시려워요/아 속삭이듯 다가와 나를 사랑한다고/아 헤어지며 하는 말 나를 잊으라고/거리엔 흰 눈이 쌓이고 내 가슴엔 사랑의 슬픔이/피어나지 못할 눈꽃이 되어 빈 가슴을 적시네.”
이치현은 이외에도 ‘당신만이’ ‘그땐 외롭지 않았어’ ‘짚시여인’ 등 1980년대 내내 꾸준하게 히트곡을 냈다. 그는 밴드를 하면서도 대중과 친밀한 음악가였다. 보통 밴드는 음악성을 우선시하다 대중과 멀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치현과 벗님들은 미국 팝송과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사운드를 구사하면서도 가슴속 내재된 한국인의 한(恨)의 슬픔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세월이 흘러 최근 방송국 등에서 그를 여러 차례 만났다. 그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를 닦는 이들이 세상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영가무도(詠歌舞蹈)하듯 현재도 온전히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고 있었다. 올해도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건강한 노래를 기대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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