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OOO 차례”… 배현진 피습에도 번지는 정치인 혐오와 공격 예고

서현정 2024. 1. 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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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러는 주기적으로 일어나야"
공격 부추기거나 조롱하는 글 잇따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사진은 배현진 의원 피습 관련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정치인 상대 테러를 은근히 기대하거나 다음 피해자가 누구일 것이라고 지명하는 등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흉기난동 사태에서처럼 혐오와 분노가 폭력을 낳고 폭력이 다시 모방범죄와 후속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건 당일인 25일부터 28일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확인해 보니, 배 의원 공격 사건을 두고 또 다른 테러를 기대하는 여러 게시글이 발견됐다. 26일 디시인사이드에는 "앞으로도 정치인 테러는 주기적으로 일어나야 된다, 정치를 X같이 하면 뒤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정치인들이 정신 차린다"며 "앞으로도 무수한 테러 기대"라는 글이 게시됐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갤러리에는 "나 사실 지금 정치인 또 처맞을 거 기대 중, 다음 타자는 준석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폭력행위를 칭송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에펨코리아의 한 이용자는 피습이 일어나고 약 3시간 뒤 게시판에 "정치인도 입 잘못 털면 뚝배기 터진다, 민중봉기 DNA가 스멀스멀 살아나는 거 같다"고 적었다. 보배드림에는 "정치인 두어 명만 더 당하면 서로 무서워서 안 하려고 할 듯 ㅋㅋㅋ 좋구먼?" 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배 의원 피습 직전에 배 의원에 대한 폭력행위를 언급한 글도 있었다. 24일 에펨코리아에는 "배현진 뒤통수 한 대만 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고, 해당 댓글에는 "야 너두?" "다시 보니까 또 치밀어 오르네"라며 이에 동조하거나 분노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글. 작성자는 "다음 테러가 기대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분위기가 정치인 상대 폭력을 부추기거나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NS상에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의견을 내고, 인정받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자극적인 발언일수록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기 쉽고, 주목받기 용이하다 보니 혐오 발언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팬덤 정치를 토대로 상대를 제거하거나 응징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충성 계층들이 흉기난동 때에 비해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 역시 "불특정 다수를 죽이겠다고 한 살인 예고와 달리, 정치인 테러 예고는 구체적이고 집약적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말만 거칠 뿐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배 의원 공격이) 우발적인 중학생의 돌발 행동이었다고 한다면 이전의 살인예고처럼 폭발적으로 확산될까는 의문"이라며 "다만 행태적으로 나도 국회의원을 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력이나 테러를 시사하는 글에 대해선 엄정한 수사나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교수는 "흉기난동 때도 민사 소송 등 강력한 불이익을 발표하니 협박 예고글이 확 줄었다"며 "정치 지도자가 과격한 행동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국가기관에서 형사처벌을 비롯한 민사소송까지 확실하게 할 것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배 의원 공격 피의자인 A군에 대해선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 등으로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는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경찰은 아직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A군의 응급입원 기한이 30일 종료되면 부모가 동의한 입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병원을 찾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강남경찰서장을 팀장으로 27명 규모 전담팀을 구성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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