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찬 "3라운드 전패 후 '전투적 배구' 다짐했다"

김진주 2024. 1. 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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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승 후 올스타 브레이크에 도리어 아쉬움 토로
3라운드 전패 때 막중한 책임감 느껴... 솔선수범 다짐
4라운드 선수들과 '전투적 배구' 다짐하며 의기투합
"아직 우승 못 해봐.. 시즌 끝까지 수염 안 다듬길"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부용찬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대웅제약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윤서영 인턴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OK금융그룹의 롤러코스터 같은 약진이다. OK금융그룹은 작년 8월 코보컵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하며 2023~24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3라운드 전패로 고꾸라지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패배의 굴욕은 오래가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은 4라운드에서 기적적으로 부활에 성공하며 6전 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V리그 역사상 직전 라운드 전패 후 다음 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둔 건 OK금융그룹이 처음이다. 배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한 셈이다.

이 반전 드라마의 주역 중 한 명인 리베로 부용찬을 26일 경기 용인시 대웅경영개발원에서 만났다. 현재 OK금융그룹 선수들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아 3일간의 휴가를 가진 뒤 이곳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정규리그에서 주 2회씩 경기를 치르며 쌓인 피로감이 적지 않았을 터라 휴식기가 반가울 법도 한데, 부용찬은 도리어 고개를 내저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부용찬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대웅제약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윤서영 인턴기자

그는 "올 시즌만큼 휴식이 길었던 적이 없었다"며 "연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심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4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현대캐피탈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5라운드 첫 경기 또한 현대캐피탈"이라며 "쉬지 않고 경기를 치렀으면 우리에게 유리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올스타 브레이크는 20~29일이지만, OK금융그룹은 17일 현대캐피탈전을 끝으로 4라운드를 마무리했고, 5라운드 첫 경기는 2월 2일이라 휴식기가 약 2주 정도로 길어졌다. 하필 연승의 기세가 드높아지는 시점에 다른 팀들보다 며칠 더 쉬게 된 것이다. 부용찬은 "그래도 이참에 전반기 동안 드러났던 부족한 점들을 훈련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며 "특히 블로킹 시스템이나 세터와 공격수 간 호흡문제 등을 수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부용찬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대웅제약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윤서영 인턴기자

반전 비결은 선수들 간 의기투합... "전투적인 배구 해보자"

부용찬은 4라운드 반전 비결로 선수들간 의기투합을 꼽았다. 그는 "사실 코보컵 우승을 한 뒤 다소 안일하게 플레이한 것도 있고, 계속 지다 보니 선수들 마음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며 "정신무장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배구는 즐기면서 해야 한다"며 선수들을 다독였지만, 이미 벼랑 끝까지 몰린 선수들에게 이 말은 깊게 와닿지 못했다. 대신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부용찬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언제까지 즐겁게만 할 거냐. 연패 중인데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냐'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는 생존을 위해, 그리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 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투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여기에 모두가 뜻을 모아 정신무장을 한 게 4라운드에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 대 OK금융그룹 경기, OK금융그룹 부용찬이 몸을 날려 디그하고 있다. 뉴시스

리베로, 주장, 선배... 어깨 무거워진 만큼 더 열심히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3라운드 패배의 늪에 빠졌을 당시 부용찬의 속은 문드러졌다. 지난달 이민규 부상 이후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데다 올해 만 34세로 팀에서 진상헌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보니 선배로서, 그리고 주장으로서 팀의 부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부용찬은 "팀이 어려울 때 내가 어떻게 해야 이걸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 힘들었다"며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혼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 찾은 답이 '솔선수범'이었다"고 말했다.

부용찬은 4라운드 내내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허슬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 결과 3라운드에는 30개에 그쳤던 디그가 4라운드에선 64개로 뛰며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리시브도 크게 개선됐다. 1,2라운드에서 0개였던 리시브가 3라운드 13개, 4라운드에선 50개로 늘었다. 부용찬의 변화에 오기노 감독 또한 매 경기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용찬은 "오기 상(오기노 감독)이 항상 끈질긴 배구를 강조하곤 했는데, 사실 그게 말로는 쉽지만 경기장에서 해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나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난 뒤 동생들에게 함께 하자고 했더니 모두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부용찬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대웅제약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윤서영 인턴기자

"시즌 끝날 때까지 수염 안 다듬을 수 있길"

현재 OK금융그룹은 삼성화재와 승점 1점 차로 4위에 머물고 있다. 1위 우리카드와도 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5, 6라운드를 잘 치르면 봄 배구는 물론,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부용찬은 "승수를 몇 승 더 채워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매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계산적으로 남은 라운드를 치르기보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음 속에 가진 목표가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프로 데뷔 14년 차인데 아직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다"며 "연승 끝날 때까지 수염을 다듬지 않겠다고 했는데, 시즌 끝날 때까지 안 다듬었으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용인 =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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