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15년 만에 英에 핵 재배치, 對韓 核정책도 유연해져야
미국이 15년 만에 영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한다. 영국 언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의 영향 등으로 미국이 런던 북쪽의 레이큰히스 기지에 최신형 전술핵무기 ‘B61-12′를 배치한다고 전했다. B61-12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 보이’보다 3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곳에 최대 110기의 전술핵을 배치해 오다가 2000년대 후반 철수시킨 바 있다. 이 기지엔 이미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 벨기에를 비롯한 NATO 동맹국에 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것은 러시아의 서진(西進) 전략 등으로 국제 정세가 심상찮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려할 대상은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에도 전술핵 탑재 가능을 시사하며 어제도 수 발을 발사하는 등 위협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45기로 추산한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남북 관계를 ‘전쟁 중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는데, 미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앞으로 몇 달 내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현재 약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데 2030년까지 핵탄두가 1000개가 넘을 것으로 미 국방부는 전망한다. 약 59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 중인 러시아의 우리에 대한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핵협의그룹(NCG) 가동,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서 미국 핵우산이 증강됐지만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 내에 아무런 핵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은 군사적 상식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차선책으로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1990년대 초 북한의 기만전술에 속아 미국이 전술핵 철수 선언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수백기의 전술핵을 운용해본 경험도 있다.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미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이 한국에 대한 안전 보장 차원에선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며 미국의 전술핵 100기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고 전술핵 8~12개를 한국에 배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처한 복합적 안보 위기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정책도 보다 유연해져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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