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쪼그라든 한국… 30년前 수준으로 후퇴
지난해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6%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5.2%)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의 국가별 수입국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3위로 밀렸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중국이 한국산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로 우리나라 대중 수출 부진의 현주소다. 지난해 대(對)중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인 180억달러(약 24조원)를 웃돌았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빚어진 공급망 대변환과 함께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이 맞물린 결과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625억달러(약 217조원)어치 제품을 수입했다. 전년보다 18.8% 감소했는데 중국 전체 수입의 6.3%다. 중국의 국가별 수입국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위에서 대만(7.8%), 미국(6.5%)에 이어 3위로 밀렸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이를 중국이 가공해 완제품으로 파는 국제 분업 구조가 붕괴하면서 석유화학·철강·석유제품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은 설 자리를 잃었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중국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중국이 상당수 품목에서 제품 경쟁력을 갖추며 자급률을 높인 상황에서 지난해엔 우리 수출의 버팀목이 되던 반도체 경기마저 부진하자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 7% 선도 무너졌다. 우리나라는 2013~2019년 7년 연속 중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한국산 스마트폰과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이 중국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며 점유율은 2017년 9.9%, 2019년 8.4%, 2022년 7.4%로 해마다 줄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중 교역 구조가 치열한 경합 관계에 들어선 만큼,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함께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제조 2025′를 내세우며 제조업 육성에 나선 결과, 첨단 반도체와 일부 디스플레이 제품을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한국산 제품이 거의 없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표적인 중간재인 석유화학 제품은 중간 원료나 기초 유분 같은 범용 제품의 중국 자급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2013년 235억달러(약 31조원)에 달했던 대중 수출이 지난해 170억달러로 줄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중국의 자급률은 60% 수준이었지만, 몇 년 사이 증설이 이어지며 더는 한국산을 찾지 않게 됐다.
B2C(기업 대 소비자) 제품도 한때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화장품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수출액이 709억달러에 이르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자동차 역시 중국 시장에선 3억달러어치를 파는데 그쳤다.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는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83억달러를 수입해 수출액(5억달러)의 16배를 웃돌았다.
이같이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글로벌 IT 수요까지 얼어붙으면서 대중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361억달러로 전년보다 30.6% 급감했다. 반도체 급감의 충격으로 중국의 전체 한국산 수입액은 2022년 2002억달러에서 지난해 1625억달러로 18.8% 감소했다.
중국 업체들의 수요가 몰리는 메모리 반도체 등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우리 전체 수출의 20%에 육박하는 최대 수출 상대로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르는 중국 시장을 당장 포기할 순 없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점은 희망적”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선 우리가 우위를 가진 반도체 쪽의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탈중국 전략을 가져가더라도 중국 시장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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