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갈치·러 명태 이어… 오징어는 케냐서 잡아온다

강우량 기자 2024. 1.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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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국내 어장 씨 마르자… 수산업계, 해외에서 돌파구 찾아
그래픽=송윤혜

정부가 아프리카 동부 해안인 케냐 앞바다에서 오징어 어장 발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씨가 마르고 있는 오징어가 케냐 어장에서 풍부하게 잡힐 경우 어민들의 소득 증대는 물론, 품귀 현상을 겪는 국내 오징어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케냐 어장은 전 세계 바다에서 ‘도둑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에도 알려지지 않은 ‘청정 지역’이라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해양수산부와 수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케냐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우리나라의 연근해 어선을 보내 오징어와 게, 갈치 등을 잡는 사업을 케냐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사업이 성사될 경우 동아프리카에 우리 어선을 보내 물고기를 잡는 최초 사례가 된다. 대형 원양어선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해양 관련 규정상 EEZ에선 연근해 어선이 조업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원양어선은 공해상에서 조업할 때 쓰인다.

그래픽=송윤혜

◇이미 실사 마쳐… “연간 3만~4만t 잡힐 듯”

이 사업은 김성호 전 한국 수산업 경영인 중앙연합회(한수연) 회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우리 어업의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해외로 시선을 돌리며 시작됐다. 해외에서 잡히는 어종들을 탐색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로 원조 보냈던 어선이 우연찮게 케냐로 흘러 들어가 오징어를 잡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실사를 통해 실제 오징어가 잡히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우리 어선의 선장이 현장을 방문해 조업 과정 전반도 살펴봤는데, 1년에 8개월은 오징어 잡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회장에 따르면, 케냐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것과 같은 ‘살오징어’ 품종이다. 오징어 품종은 남대서양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일렉스오징어’, 남태평양 칠레와 페루에서 잡히는 ‘대왕오징어’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회나 무침, 국물용으로는 살오징어를 많이 쓴다.

지난해 1~11월 국내 연근해 어선과 원양어선의 오징어 어획량은 6만t도 되지 않았다. 2013년 25만t이던 어획량이 불과 10년 만에 4분의 1 아래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칠레, 페루 등에서 들여오는 오징어 수입액만 연간 5000억원을 넘는다. 케냐에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다면, 어획량은 적어도 연간 3만~4만t 이상이 될 것이라고 김 전 회장은 밝혔다. 그는 “15~20척의 선단을 꾸려 케냐에서 8개월간 오징어를 잡는다면, 적어도 우리 앞바다에서 잡는 물량만큼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오징어가 진열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물오징어 가격은 어획량이 줄어든 여파로 전달보다 42.6% 올랐다. 오징어 품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아프리카 케냐에 우리 어선을 보내 오징어를 잡아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1

◇中어선 불법 조업 없는 ‘청정 어장’

해수부와 업계는 2월 말부터 3월 중에 시범 조업 어선을 케냐 앞바다로 보내는 방향으로 케냐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어선이 케냐의 EEZ로 들어가서 우리나라의 채낚기 방법으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지, 오징어는 얼마나 풍부한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케냐는 국토에 호수가 많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남획 우려 없이 어족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국내 오징어 어민들에겐 황금어장이 될 수 있다. 케냐 입장에서도 현지 인력을 고용해 주는 효과와 오징어 가공 공장 등이 들어서며 생기는 전후방 산업 발전 효과 등을 고려하면 이익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둑 조업’이 빈번한 상황에서 케냐 오징어 어장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요 어장마다 나타나 ‘싹쓸이’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발길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원양 어업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벗어난 공해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사업은 케냐의 EEZ에 속하므로 중국 등에서 함부로 어업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단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7~10월에도 어선 33척을 동원해 러시아 수역의 오징어 어장 조사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케냐 어장을 확인하더라도 본격 조업에 나서려면 2~3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시범 조업만 성공적이라면, 본격 조업까지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당장 본조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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