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심 47개 혐의 ‘전부 무죄’… 검찰, 양승태 항소할 일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의 1심에서 47건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무죄를 받았다. 판결 설명 자료에는 ‘재판 개입할 직무 권한 X’ ‘직권 행사 X’ ‘남용 X’ 등 무죄 근거가 줄줄이 나왔다. 검찰이 296쪽 분량 공소장에 쓴 혐의 중 단 하나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100% 무죄’ 판결은 흔치 않다.
이 사건은 애초부터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기소”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17~2018년 법원의 세 차례 자체 조사에서 “범죄가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검찰은 특수부 검사를 대거 투입해 약 8개월간 수사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반드시 의혹을 규명하라”고 했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법원행정처 컴퓨터 등 내부 자료를 검찰에 내줬다. 법조계에서는 “실력 있는 판사들을 빼내고 진보 성향 판사들을 법원 요직에 넣으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법관 14명이 기소됐는데 이중 6명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무죄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일부 유죄가 됐지만 2심에서 감형받고 대법원 재판 중이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다시 무죄나 감형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번에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이 1심 무죄를 받았다. 다음 달 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선고에서도 “상당 부분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무죄에 대해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무죄는 검찰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앞서 관련 재판에서 “대법원장도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아예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이 항소해도 양 전 대법원장의 무죄가 유죄로 뒤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사안에 항소하는 것이 권한 남용은 아닐지 검찰 스스로 묻고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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